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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4.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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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순례행
[운하예정지 답사] 토목세력 전대미문의 온생명 깔아뭉개려...
 
정미경
외줄기 강이 흐릅니다. 볕도 들지 않는 골짜기에서 발원된 흐름이 어귀를 돌고 숲을 휘감아, 너른 들판을 촉촉하게 적셔가며 그렇게 흘러갑니다. 외로운 품안에 보듬은 뭇 생명들과 함께 말없이 뒤척이는 몸부림으로 말이에요. 강가에 부는 바람은 그래서 시렵습니다. 여기에 날고 있는 새들도 외로움을 보탭니다.

수변의 풀섶은 흔들리고, 별마저 밤마다 내려와 잠기는 지독한 외로움의 긴 줄기가 단 한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안고 시나브로 흘러갑니다. 이 외로움에 벗하려 마을이 이루어지고, 기다림의 손짓은 멈추지를 않아요. 부서지는 그리움의 달빛은, 버드나무 그림자 속을 헤집고 다니는 물고기 떼마저 잠들게 합니다. 
 

▲ 숲을 휘감고 돌며 흐르는 한강 /2006년 6월 촬영.     © 정미경

그래서 사랑도 풀섶으로 숨어드는 것! 깊은 골짜기에서 내려온 수달만이 별과 손잡고 고요함을 깨는 곳이지요. 물안개 피워 올리는 강변에서 푸드득 날개를 터는 새들도 윤슬 일렁이는 수면을 한가롭게 날아갑니다. 그래서 힘든 사람들끼리 마을을 일구어 그물을 기우고 낫을 벼렸습니다. 강이 문명의 발상지로 되는 것은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다는 것과 넘치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강은 굽이쳐 흐르며 대지에 그리움의 무늬를 아로새겨 놓았습니다. 에도는 구비 구비의 흐름은 서로를 바라만 보게 만드는 언제나 통증으로 저미는 그리움만 남깁니다.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이기에…. 


▲ 뭇생명들을 품으려 구비구비 흐르는 낙동강(달성군) /2007년 여름 촬영.     © 정미경

이 그리움들이 모여 비로소 흥성거리는 삶이 이루어지는 법. 그러므로 강은 또 하나의 고향입니다. 흐름을 타고 혹은 그것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떼, 그들을 찾아 숲에서 내려온 짐승들의 어슬렁거림, 강위를 나르는 새들과 수변 풀섶의 곤충들은 그래서 모두가 친족입니다. 바람은 손님, 때문에 숲과 바다는 친척이지요. 그리고 은하는 밤마다 몸 맞춤을 하는 강의 연인입니다.

천만년의 고뇌가 만든 구비와 여울목, 수변과 하중도가 역천의 유령 앞에 창자가 드러나려고 하고 있어요. 구비를 깎고 여울목을 파내며 수변과 하중도를 밀어내겠다고 무쇠이빨을 벌리고 있습니다.
 
벌판의 ‘온생명’을 깔아뭉개 강을 단하나의 기능, 부력의 기능으로 환치시키겠다는 전대미문의 토건개발세력들이 덤벼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몰살시키려하는 대작전, 전쟁보다도 더 참혹하고 더 잔인한 대재앙을 불러들이는 악귀들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어요.
 

▲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 2006년 겨울 촬영.     © 정미경

때로는 잔잔하게 머물다가 때로는 내달리며, 이윽고 애잔하게 흐르는 물살을 끊고 비틀면서 명줄을 손아귀에 넣으려하는 정권의 야만적인 침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해괴망칙한 ‘환경영웅’이라는 감투를 쓴 불도저의 밀어붙이기 말이에요. 환경파괴와 생태적 재앙이 눈앞에 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5년의 재임을 위하여 천만년의 역사와 천만년의 미래를 단칼에 해치워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운하건설의 필요성은커녕, 최소한의 조건조차도 갖추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려는 저의는 단하나, 전 국토의 투기장화를 통해 일대 거품을 일으켜보겠다는 권력자의 야심뿐입니다. 이 야만과 무지 앞에는 오로지 곡학아세와 윽박지름만이 있습니다.
 
▲ 생명평화 순례길에 본 고덕수변생태복원지 모래톱의 꼬마물떼새의 서식지.     ©정미경
 
더 이상 운하건설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 비경제성의 대명사인 ‘마인-도나우운하’를 모델로 삼는 도발과, 생태적 환경재앙을 불러일으킨 ‘플로리다 운하’를 반복하겠다는 무모함이 저들의 야심을 더욱 부추길 정도이니, 이 성격 파탄이 낳을 결과는 보지 않아도 훤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벌크운송과 갑문, 그리고 직강으로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산하는 대칭이 깨질 것이며, 누리의 목마름은 아귀다툼으로 사람들을 내몰고야 말것입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여기에 밸런스워터가 방류되면 수생생태계와 수변생태계는 여지없이 파탄날 것입니다.


▲ 어머니 강을 지키기 위해 구도행에 나선 순례단.     ©정미경

상호 연결된 생태계의 사슬이 끊어져 전국화 될 때, 그것은 전쟁보다도 더욱 참담한 재난을 불러일으킵니다. 남는 것은 토목업자와 투기업자의 치부 뿐. 돌이킬 수도 없고 복원시킬 수도 없는 대재앙은 정말이지 전쟁의 참상보다도 훨씬 더 잔인합니다. ‘히로시마’조차도 복원이 되니까 말이지요. 말 그대로 생태계의 홀로코스트입니다.

‘온생명’에 대한 대학살이 예견되고 있는 이 마당에 맵찬 바람을 받으며 아프고 성스러운 선재동자의 구도행을 하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
 
새만금의 ‘온생명’을 지키려 고통스런 삼보일배를  마다않고 해왔던 스님은 망가져버린 다리를 지팡이에 겨우 의지하며 절룩거리며 안쓰럽게 걷고 있습니다. 강 따라 외줄기 수행의 길에서 차마 노구는 돌볼 수가 없어요. 천막 안에서 풍찬노숙하며 몸을 녹이는 거라곤 오로지 자원봉사자가 건네는 따끈한 국 한 사발 뿐. 
 

▲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생명평화순례단, 7일째 순례중.     © 정미경
 
어느 목사님은 손수 깎아 만든 십자가를 걸고 동참하고 있습니다. 신부님과 수녀님들 또한 침묵속의 구도행에 자진해서 나섰습니다. 진정으로 섬기는 어머니 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 강만이 극단을 넘어 중도를 체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강만이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으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이 강을 지키는 것은 유정무정의 생명체를 지키는 길이며 자비의 종자를 마르지 않게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순례의 길에서 바라본 생명줄 한강.     © 정미경

달빛 머금은 강을 바라보며 그니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혼자 살겠다고 무수한 생명들의 명줄을 빼앗아 부지한 구차한 목숨, 그래서 잃어버린 숱한 친족들의 아우성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야심한 밤에는 더욱더 엄습하는 외로움에 뒤척일 텐데…. 
 
부엉이 소리는 어디가고 경적소리만 울려대느냐는 잠꼬대 소리가 허공을 때리는 희뿌연 밤, 꿈결 속에 들려오는 강의 뒤척임에 도무지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입니다. 돌팔매와 손가락질도 각오하는 이 구도행은 그래서 행군이 아닐 수 없어요. 호전적인 개발업자들의 무모한 도발에 맞선 정말이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전입니다. 
 

▲ ‘온생명' 을 체현하는 행렬에 함께 하는 사람들.     ©정미경

길게 늘어선 이 행렬이 아름다운 것은 ‘온생명’의 젖줄을 지키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숲을 키우고, 바다를 살찌우는 강을 지키려하기 때문입니다. 맵찬 바람도 마다않는 것은 그 맵찬 바람이 새들의 날개짓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행렬에 함께 하는 사람들은 ‘온생명’을 체현한 작은 홀로그램 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년의 안위를 위하여 천만년을 이어오고, 천만년을 이어갈 온생명을 몰살시키려는 저들에게 그것은 준엄한 경책이며, 서슬 퍼런 죽비의 내리침입니다. 가엾은 저들이 더 큰 죄를 짓는 것을 차마 바라볼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휘갈기는 회초리입니다. 
 
▲ 하루 순례를 마치며 명상기도중인 순례자들.     ©정미경

그러므로 법신불이여!
그니들을 지켜주시라!
외줄기 강과 나란히 걷는 그니들의 발걸음에 힘을 주시라!

아프고 성스러운 선재동자의 구도행이 참으로 초라합니다. 하지만, 이 수행이야 말로 이 땅에서는 지구별을 지키는 원대한 발걸음에 다름 아닙니다. 바람의 친구, 별들의 길동무 그니들이 있기에 아직까지 지구별은 아름답습니다.


 
기사입력: 2008/02/21 [17:00]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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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님은 생태숲 해설가입니다. 환경단체인 풀빛문화연대의 기획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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