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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0.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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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지는 그리움, 번지는 연초록 멍울
[녹색반가사유28] 헐린 가슴을 다시 후비는 봄날의 잔인한...
 
정미경
진노랗게 눈부셨던 산수유 꽃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흐드러졌던 개나리 또한 연둣빛 아파리를 피워 올린 지 꽤나 지났습니다. 화사하게 길섶을 장식하더니 끝내는 흩날리는 처연함으로 벚꽃 또한 한참이나 뒤로 물러섰지요.

담장안의 살구꽃도 마찬가지에요. 그렇게나 밤을 새워 꽃비를 날리더니 자취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나갔습니다. 병꽃나무가 아기자기한 모양으로 얼굴을 내미는가 싶었는데, 조팝나무는 가지마다 뭉실뭉실 무더기로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 올립니다.
 
▲ 연분홍과 상아빛이 심심찮게 묻어있는 숲의 연둣빛 춤사위.     © 정미경

자고나니 박태기나무의 진보랏빛꽃, 붉디붉은 명자꽃과 수수꽃다리의 그윽한 향기가 눈앞을 가려버리고 맙니다. 도무지 아른거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이 아찔함! 정말이지 환장할 것만 같은 아른거리는 이 착란의 봄, 몽롱한 환각의 꿈결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 고독한 영혼이 피워 올리는 몽환의 꽃, 얼레지.     © 정미경

물씬 피어오르는 마루금의 연둣빛 물결 속에 갇혀있는 꿈결 같은 정경. 연분홍과 상아빛이 심심찮게 묻어있는 숲의 연둣빛 춤사위는 시나브로 연초록 빛깔로 변화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초록빛 축제의 전야제가 시작된 것이지요.

갈 수 없어 서럽고, 만날 수 없어 더 외로운 이들이 모여서 피워내는 꽃들은 그래서 더더욱 안타깝기가 짝이 없습니다. 그리움의 숲이 모두의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고 있어요. 
 
▲ 가지마다 뭉실뭉실 무더기로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 올린 조팝나무꽃과 복숭아꽃.     ©정미경

 숨어서 피는 얼레지꽃은 다소곳하게 그리움을 안으로 삼키며, 단아하면서 앙증맞은 기품의 각시붓꽃은 꽃무늬로 유혹하고, 바람꽃은 연신 하늘거리며 안달하지만, 결코 그리운 이에게로 갈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체념하는 할미꽃은 그리움을 삭히며 외로움에 그만 지쳐갑니다.
 
그래서 저마다 홀로 피는 것! 고독한 영혼이 피워 올리는 몽환의 꽃은 때문에 우리를 아른거리게 하고 몽롱하게 하며 정신을 잃게 만드는 것.
 
▲ 연초록의 갈망을 피워올리는 숲.     ©정미경

지금 그리움의 숲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외로움을 토해 내고 있어요. 섧디 서러운 그리움의 파스텔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파스텔풍의 숲을 바라보며 내안의 그리움과 짝맞춤을 할 수밖에  없는 봄날은 그래서 화사하지만 가슴을 도려내는 비수처럼 멈추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갈망의 빛이 가지는 빈 것 같은 모자람! 그리하여 숲은 끊임없이 연초록의 갈망을 피워 올립니다. 초록빛을 향한 저 그리움, 지치지 않는 지독한 집착의 염이 온 숲을 진동시키고 있어요.
 
▲ 초록빛을 향한 저 그리움, 지치지 않는 지독한 집착의 염.     ©정미경

결국에는 초록으로 수렴되겠지만 저마다의 희구가 다르듯이 저마다 꾸는 꿈들이 이색적이듯이, 연둣빛 땅별은 날마다 새로운 꿈을 꾸어갑니다. 아픈 상처를 내 보이며 흔들리고 있지요.
 
그래서 숲에 바람이 일렁거리는 것. 흩날리던 수채화빛 꽃잎은 졌지만, 연한 파스텔풍의 그리움은 지금도 가셔지지 않고 있어요. 이 그리움의 숲에 봄이 안겨 들어갑니다. 그리하여 또다시 망각의 꿈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입니다.
 
▲ 초록 속으로 스멀스멀 묻혀들어가 새로운 꿈을 꾸는 초록빛의 꿈들...     ©정미경

초록빛 축제의 전야가 짧은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찬란한 고독은 초록 속으로 스멀스멀 묻혀 들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움의 숲에 가면 나 또한 그대가 괜스레 보고 싶어지는 것은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빛바랜 얼레지의 몽유병 같은 하얀 기다림은 그래서 하얀 밤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차라리 봄장마가 지나갔으면 싶습니다. 헐어버린 가슴을 또다시 후벼 파는 봄날의 그리움이 마냥 원망스럽습니다.


※ 2주전에 쓴 글입니다.
   사진 저장창고인 외장하드를 날리는 바람에 포스팅이 늦었습니다.
    

 

 
기사입력: 2008/04/30 [10:38]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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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사랑 08/04/30 [11:44] 수정 삭제  
  디지털기기 맹신은 금물인 모양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인가요?
자미님의 정겨운 글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 봄에 지독한 갈증을 겪었나이다.
콩미 08/04/30 [19:47] 수정 삭제  
  온 산야에 초록은 지쳐가는데,
몽유병 같은 하얀 기다림!을 읽어내는 자미님의 감식안은 또 어떻구요.
뱀꼬리를 달자면, , 하남 시립도서관과 광주 시립도서관에 주문 요청 해놨습니다
평화사랑 08/04/30 [21:50] 수정 삭제  
  콩미님 너무 멋지심다. 복받을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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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몽환의꽃, 봄, 녹색반가사유] 피고지는 그리움, 번지는 연초록 멍울 정미경 20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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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정미경님은 생태숲 해설가입니다. 환경단체인 풀빛문화연대의 기획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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