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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7.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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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과 고요로 출렁이는 남단 화산섬
[녹색반가사유-제주①] 살아있는 서태평양 끝 생태박물관
 
정미경
잠포록한 날씨 끝에 펼쳐지는 푸르디푸른 여름날. 연일 서민에 대한 융단 폭격에 열을 올리는 권력의 칼바람이 산하를 할퀴고 있는, 그래서 더더욱 찜찜한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여름날입니다.

원자력발전을 대대적으로 증설하려는 기만에 찬 ‘저탄소 녹색성장’을 떠벌이며 부시를 상전으로 떠받드는 마름으로서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매국과 배족의 시대에 제주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리는 통증이 아닐 수 없어요.
 
▲ 여름날,  하늘에서 본 푸른 섬들.     © 정미경

칼을 벼리며 세계정복을 위하여 기마주둔지로 탈바꿈시켰던 그 옛날 몽골 지배하의 제주도. 왕권에 시비를 거는 자들을 고립무원으로 내몰았던 정치 유배지로서의 제주도. 태평양 전쟁의 후방기지로 파헤쳐지던 일제시기의 잔혹사가 아직도 생생하게 흔적으로 남아 있는 제주도입니다. 단독정부를 반대하여 일어선 무장봉기를 참혹하게 진압한 미제국주의자들의 만행이 서려있는 상처투성이의 제주도 말입니다.
 
몽골과의 판갈이 투쟁 속에 장렬하게 스러져간 삼별초의 항쟁기질과 와신상담하며 외로움을 달랬을 선비들의 넋, 일제를 비롯한 미제국주의자들과 맞서 피 흘리며 사라져간 혼들이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는 실로 아프기 짝이 없는 제주도는 지금도 한판대결의 상징으로 그렇게 서 있습니다.
 
▲ 구름바다를 가로질러 내려다보는 평화의 섬, 제주.     ©정미경

잠잠하던 바다 한복판에서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솟구치고 뿜어내며 흩뿌리는 등, 용트림치기를 수십 차례, 최근 몇 천 년 전에도 불끈 솟아나 새로운 섬이 만들어졌던 서태평양에 우뚝 서있는 격정의 화산섬은 그 내력만큼이나 가지가지의 사연을 품안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륙의 식민지로, 전체가 관광 상품으로 내몰리고 있는 갈가리 찢긴 우리들의 가슴으로, 끝까지 드러내기 싫은 시린 상처로 외롭게 바다위에 떠있어요. 태풍의 길목을 듬직하게 지키면서 말이에요.
 
구름바다를 가로질러 내려다보는 평화는 그래서 더욱 아릴 수밖에 없습니다. 격정과 고요를 품안에 안고 있는 푸른 바다와, 하도 울울창창하여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제주의 숲이 어우러진 평화 말이에요. 그래서 비경의 섬과 해후한다는 것이 더더욱 아플 수밖에 없나봅니다.
 
▲ 람사르협약 등록된 원생의 자연, 물영아리오름 습지.     ©정미경


 푸른 바다와 경계 없는 푸른 하늘, 그 사이를 흘러가는 새하얀 구름. 그 사이로 내려다보는 해안선은 평화의 진면모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부드럽게 쓸고 가는 바람과 광활하게 펼쳐지는 초원, 검은 돌과 바위사이로 무서우리만큼 울창하게 자라는 원시림과 느닷없이 나타나는 반원의 무지개 그리고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늪지대의 풍광들….
 
갯바위와 시린 바닷물 그리고 짙푸른 해초, 모든 것이 넘실대고 일렁이는 원생의 자연 그대로입니다. 바람에 춤추는 광활한 풀밭위로 흘러가는 눈이 부셔 차마 똑바로 볼 수가 없는 새하얀 구름들이 포말과 하나 되어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우리 모두가 꿈속에서 설핏 보았던 그 남쪽나라입니다. 정말이지 제주도는 구름 속에서 맡는 꽃바람, 뇌까지 말끔하게 씻어내는 버렁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몽유도이지요.
 
지하세계를 침묵으로 떠돌던 시뻘건 불덩어리인 마그마. 수억 수십억을 그렇게 지내왔을 저간의 적막을 지켜준 것은 아마도 수압에 짓눌려진 바닷속 해저지각의 가위눌림이었을 겁니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응집되고 눌린 긴긴 세월, 스스로 달군 그 뜨거운 열정과 강요당한 침묵이 터져 나오는 찰나의 순간은 가히 폭발적이었을 거예요.
 
▲ 비양도의 용암기종.     ©정미경


 천지를 뒤흔드는 개벽, 산산이 흩뿌려지는 불덩이에 바다는 그 얼마나 요동을 쳤을까. 대륙은 감당 못할 정도로 흔들리고 하늘은 화산재로 가려져 암흑천지로 바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폭발적으로 분출된 불덩이가 바다에 떨어지고 그것이 굳어져 해저지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갔을 겁니다.
 
그렇게 1차 폭발이 이루어지고 또 다시 이어지는 적막의 연속, 침묵의 세월이 흐른 뒤 이글거리는 마그마는 계속하여 불덩이를 쏟아냅니다. 어마어마한 체적의 마그마가 분출하는 위력은 주변 대륙의 해안에 쓰나미를 일으키고 바다조차 집어삼킬 정도로 모든 것을 뒤집어 버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주변의 대륙은 부들부들떨면서 숨죽였을 겁니다.
 

▲ 소화산체인 오름.     ©정미경

 그렇게 하여 바다위로 드러낸 굳어진 속살. 조류는 새로운 장애물을 만나고 해류 또한 새로운 물길을 찾아 나섰을 것은 너무도 뻔한 일입니다. 계속하여 이어지는 용암의 탈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 행렬은 가이아의 자기정렬, 시차를 두고 계속되는 이 폭발에 섬 전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변과 격변을 자신의 몸 안에 품어안게 됩니다. 헤아릴 수 없는 동공은 그때의 내력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지요. 

 비교적 늦게 분출된 용암에 의해 형성된 지하 용암동굴은 정말이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분출하는 용암은 또다시 수십 수백갈래로 뻗쳐 소화산체를 만들고…. 그리고 화구는 묻히고 화산재는 걷혀집니다. 새롭게 형성된 해저지형에 따라 물길이 조성되며 새로운 어종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 또 다른 섬에서 바라본 한라산.     © 정미경


 해상에 생긴 돌출부는 기후에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옵니다. 해륙풍이라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여 화산체는 풍화와 침식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분명 그것은 장구한 세월을 요구하지요.

 그러던 어느 해부터 토양이 쌓여가기 시작하고 바람 따라 날아온 포자가 자리를 잡습니다. 지의류로부터 이끼류, 이어서 대규모의 양치식물이 출현하는 것이지요. 바람을 타고 날아온 새들은 배설물 속에 대륙의 씨앗을 퍼뜨리고 그것은 가뭄과 억센 바람에 적응을 해가며 고유종으로 자리를 잡아갑니다.
 
▲ 곶자왈의 상록활엽수림대 사이로 펼쳐진 숲길.     © 정미경


 어떻게 묻혀 들어 왔는지 동물들 또한 이곳을 터전으로 번식해갑니다. 해양과 대륙의 특성이 교차함으로써 생물종은 다양하게 펼쳐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여 안정되어가고 있을 즈음 비교적 최근 수천 년 사이에 또다시 수중화산이 폭발함으로써 새로운 섬이 섬 안에 생기게 됩니다.

부글거리는 화산체 밑바닥으로부터 산정의 설경까지 펼쳐지는 다양한 지질학적 변화와 천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고층습지라고 알려졌던 백록담은 초원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소화산체인 오름은 늪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지대인 해안암석지에는 돌채송화가 자라고 뻘에는 천일사초가 주인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이러한 저지대의 난대성식물로부터 고지대의 한대성식물까지 고루 분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고지대 한대성식물이 자생하는 한라산.     ©정미경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대가 있는가 하면 낙엽활엽수림대에는 서어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극상림을 이루고 있으며, 침엽수림대에는 구상나무가 고유종으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그 위의 초원지대는 관목림을 비롯하여 참억새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제주도는 지구별의 역사와 기후대의 다양성이 축약적으로 집중되어 있는 살아있는 생태박물관입니다.

 태양계의 푸른 보석 지구별, 태평양의 한켠에 있는 보물섬인 제주도는 우리 모두가 지켜가야 할 생태적 양심입니다. 

 
덧붙임) ②편 한라산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기사입력: 2008/08/19 [14:14]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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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사랑 08/08/19 [16:16] 수정 삭제  
  뜨거운 여름을 남도에서 보내셨군요. 오랜만입니다. 반갑고, 자주 나오소서! ^^*
자미 08/08/23 [07:18] 수정 삭제  
  넵.....잠수선 그만 안뇽입니다.
자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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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님은 생태숲 해설가입니다. 환경단체인 풀빛문화연대의 기획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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