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수들, "대체 누가 정치인인가"

[대운하기획] 추부길 당선인 정책기획팀장 공격에 정면 대응

김병기 기자 | 기사입력 2008/02/10 [00:59]

서울대교수들, "대체 누가 정치인인가"

[대운하기획] 추부길 당선인 정책기획팀장 공격에 정면 대응

김병기 기자 | 입력 : 2008/02/10 [00:59]
▲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한반도 대운하 정책의 타당성에 관한 발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운하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들은 너무 정치적이다."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정책기획팀장이 지난 4일 SBS라디오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한 말이다. 지난 31일 발족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하 교수모임)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에 80여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추부길 팀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5일 "누가 정치적이고, 누가 전문가인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해 추 팀장의 그간 정치 행보를 낱낱이 고발한 것이다.
 
추 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운하에 대해 감정적이고 정확한 지식없이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교수라는 분들이 인신공격을 하고, 팩트(사실)에 의한 반대를 하지 않았다"며 "운하에 대해 좀 더 깊이 연구한 다음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지만, 교수모임은 "추 씨의 주요경력을 보면 그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며, 김대중씨에 대한 자문도 이명박씨에 대한 자문도 가리지 않고 다 하는 프로 정치지망생임을 알 수 있다"고 일갈하면서 다음과 같은 그의 이력을 공개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특별보좌역,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현재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의 정책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는 오리콤, 동방기획을 거쳐 (주)한길마케팅서비스를 창업하였고, (주)모스트 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정치마케팅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사람이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정치마케팅을 해오면서 그동안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1', '국회의원 선거백서',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선거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1992년에는 김대중 민주당 후보의 홍보팀장, 선거전략 자문 등을 지내기도 했다."
 
교수모임은 이어 "추부길씨는 우리가 운하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도 '기본적 지식'도 없이 반대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면서 하지만 "추씨는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거쳐, 미국 Regent University의 School of Divinity 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며, 목사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대비시켰다.
 
교수모임은 또 "그의 학력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경제학, 물류학, 토목학, 환경학, 생태학 등 운하에 대한 과학적 평가에 필요한 학문을 공부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그가 이상의 분야에 대한 학술논문을 발표한 것이 한 편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과거 <운하야 놀자>(2007)라는 운하건설 홍보용 책자를 출판하기는 하였으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책은 허점투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수모임이 구성된 '비정치적' 배경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의 발표자 교수들은 물론,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에 속하는 교수들은 평생을 학문의 길을 걸은 사람들로, 국회의원이나 장관 한 자리를 하기 위하여 애를 쓰지도 않았고, 애를 쓸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다. 또한 우리는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건 관계없이 학문적 입장에서 진리를 말할 뿐이지,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학문적 입장을 바꾸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교수모임은 "우리는 우리의 의견 표명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움직임에 관련되는 것을 경계하는 바이지만, 동시에 이른바 대운하 건설과 같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일이 제대로 된 학문적 검증 절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방기하는 것 역시 지식인이 취할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회적 발언에 나선 배경도 설명했다.
 
교수모임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대운하 계획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을 위하여 정부가 각계의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철저한 조사연구를 하고 이에 바탕을 둔 국민적 합의에 따라 대운하 추진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은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이와 관련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교수모임 공동대표)는 "추부길씨야말로 근거없이 인신공격을 마구 자행하는 사람"이라면서 "저렇게 거꾸로 말하는 사람이 그토록 중요한 자리에 있어서 모든 일이 거꾸로 갈까 걱정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도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추씨의 발언에 대해 어이가 없어한다"면서 "누가 전문가이고 정치인지 한번 따져보아야겠다, 도대체 어불성설이다"라고 황당해 했다.
 
다음은 '대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교수 모임'이 발표한 입장문 전문.
 
누가 ‘정치적’이고 누가 ‘전문가’인가?
 
2008년 2월 4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의 추부길 정책기획팀장은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이 주최한 ‘한반도 대운하 반대 토론회’에 대하여, "교수들이 정치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감정적이고 운하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 없이 반대하는 분”이라고 비난하고는, "심지어 교수라는 분들이 그렇게 운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인신공격을 하고, 팩트에 대한 반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면서 "운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연구를 한 다음 반대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 소속 교수들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1. 추부길씨가 정치적인가, 우리가 정치적인가?
 
추부길씨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특별보좌역,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현재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의 정책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는 오리콤, 동방기획을 거쳐 (주)한길마케팅서비스를 창업하였고, (주)모스트 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정치마케팅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사람이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정치마케팅을 해오면서 그동안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1', '국회의원 선거백서',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선거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1992년에는 김대중 민주당 후보의 홍보팀장, 선거전략 자문 등을 지내기도 했다.
 
요컨대, 추 씨의 주요경력을 보면 그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며, 김대중씨에 대한 자문도 이명박씨에 대한 자문도 가리지 않고 다 하는 프로 정치지망생임을 알 수 있다.
 
이번 토론회의 발표자 교수들은 물론,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에 속하는 교수들은 평생을 학문의 길을 걸은 사람들로, 국회의원이나 장관 한 자리를 하기 위하여 애를 쓰지도 않았고, 애를 쓸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다. 또한 우리는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건 관계없이 학문적 입장에서 진리를 말할 뿐이지,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학문적 입장을 바꾸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의견 표명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움직임에 관련되는 것을 경계하는 바이지만, 동시에 이른바 대운하 건설과 같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일이 제대로 된 학문적 검증 절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방기하는 것 역시 지식인이 취할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씨가 자신은 ‘비정치적’이며 오히려 우리가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데 대하여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의 대응이 참으로 ‘정치적’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2. 추부길씨가 전문가인가, 우리가 전문가인가?
 
추부길 씨는 우리가 운하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도 “기본적 지식”도 없이 반대하는 사람으로 규정하였다. 추 씨는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거쳐, 미국 Regent University의 School of Divinity 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며, 목사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학력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경제학, 물류학, 토목학, 환경학, 생태학 등 운하에 대한 과학적 평가에 필요한 학문을 공부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 그가 이상의 분야에 대한 학술논문을 발표한 것이 한 편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과거 <운하야 놀자>(2007)라는 운하건설 홍보용 책자를 출판하기는 하였으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책은 허점투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비하여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욱, 홍종호, 박창근, 홍성태 교수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지식을 가진 학자들이다. 이들 외에도 우리 모임의 공동대표 교수 다섯 분은 서울대에서 학식과 덕망을 갖춘 학자로 공인되는 원로교수들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이러한 사람들에 대하여 “정확한 지식”도 “기본적 지식”도 없다고 비난하는 것을 들으며 서글픔을 느낀다. 그 자신의 말을 그대로 빌자면, 추부길 씨는 사실에 근거하여, 운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연구를 한 다음 운하건설 찬성론을 내세우는 것이 옳을 것이다.
 
추부길 씨가 지난 1월 31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에서 주최한 토론회 자료집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추부길 씨는 교수 전문가들의 운하에 대한 ‘몰이해’를 비난하기 이전에 추부길 씨와 같은 ‘전문가’가 제기한 찬성 논거가 왜 다른 전문가들을 제대로 설득할 수 없는지 깊이 헤아려 볼 일이다. 또 연구와 교육에 쫓기는 원로, 중진 교수들이 왜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그런 토론회를 개최하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3. 각계의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위원회의 구성과 공개적인 조사를 재차 촉구한다.
 
백보 양보하여 추부길 씨가 운하의 최고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대운하 건설의 문제는 그의 독단으로 처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대운하건설에 앞서 여론을 수렴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받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우리는 이명박 당선자가 추부길 씨 같은 ‘전문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를 촉구한다. 대운하는 결코 정치적 이해를 염두에 두며 추구되어서는 안 된다. 이에 우리는 대운하 계획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을 위하여 정부가 각계의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철저한 조사연구를 하고 이에 바탕을 둔 국민적 합의에 따라 대운하 추진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은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2008. 2. 5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
 
공동대표: 김상종(자연대 생명과학부) 김정욱(환경대학원) 김종욱(사범대 지리교육과) 송영배(인문대 철학과) 이준구(사회대 경제학부)

 
 
 
<오마이뉴스/김병기 기자 제공 - 원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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