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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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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핀다는 건 타자를 향한 그리움
[녹색반가사유27] 숨겨둔 '허니가이드' 열고 그이를 맞아들...
 
정미경
온 들에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는 벌써 졌고, 매화는 향을 봄바람에 실어 벌써 북녘으로 올라갔어요. 우아하기 짝이 없는 목련화도 북녘을 향해 꽃을 피웠습니다.

숲에는 진달래가 몰래 피었으며, 물이 오른 가지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저마다 터질듯한 몸매로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 아스라한 봄입니다. 
 
▲ 식물의 생식기인 꽃. / 산자고  © 정미경

진즉에 피었다 진, ‘복수초’나 ‘앉은부채꽃’ 같은 이른 봄에 선을 보인 종들은 해를 좇아 움직이는 향일성(向日性) 운동을 하거나, 유기호흡으로 열을 발산함으로써 따스한 꽃잎 속을 변온동물들의 짝짓기 둥지로 자리를 내어주었기에 봄꽃만이 개화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요.

바람을 타고 번져가는 꽃향은 머지않아 나비를 깨울 것입니다. 그리고 화려한 빛깔의 큰 꽃들은 새들을 불러 모을 것입니다. 그렇게 봄은 대지위에 빈틈없이 수를 놓으며 세상을 온통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어요. 
 

▲ 북녘을 향해 핀 우아한 목련화.     © 정미경

가지가지의 땅별이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땅별은 피었다 지고 또 다른 땅별이 자리바꿈을 하며 빛의 파노라마는 역동적인 무늬를 수놓으면서 대지는 바야흐로 온갖 생명들로 차 넘칠 것입니다.
 
넘쳐나는 생명체들의 무도회, 비천무(飛天舞)의 나래물결이 누리에 갖은 파동을 내뿜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울렁거리는 가슴을 도무지 가눌 수가 없어요. 
 

▲ 매개자를 기다리는 호랑버들꽃.     © 정미경

지천에 널려있는 노랗거나, 파란 꽃들은 좌우대칭의 꽃들로 벌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며, 야심에 피는 하얀 꽃은 진한 향을 뿜어내며 나방들이 독차지할 것입니다. 나비가 자주 찾는 꽃은 화통이 긴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빨간 꽃은 새들이 즐겨 찾는 무도장이지요. 
 
하지만 수명이 짧은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주로 오전 중에 다녀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꽃잎 마다마다에는 개미가 달라붙어 참으로 부지런히 오고 갑니다.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라는 단순한 색소의 배합비율이 만들어내는 하고 많은 색감의 영역은 정말이지 끝이 없습니다. 빼놓지 않고 모두가 원색이에요.


▲ 진달래꽃.     © 정미경

여기에 내 맘에 꼭 맞는 님에게만 허락된 ‘허니가이드’라는 비밀의 문으로 안내하는 숨겨진 유인색소가 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꿀샘으로 연결된 이 유도등은 자외선을 방사하기에 아무나 볼 수 있도록 함부로 열려있지를 않습니다.

꽃!

흙속의 물을 부지런히 길어 올려야 하고, 거친 바람 속에서 부드럽기 짝이 없는 꽃잎을 피워내야 하며, 충매화는 지질성의 꽃가루를, 풍매화는 전분성의 꽃가루를 내어 놓아야 하며, 밀선의 꿀까지 가득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꽃이 소진하는 에너지는 상상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  비밀의 문으로 안내하는 숨겨진 유인색소, 허니가이드.  © 정미경

봉오리를 보호하고 받쳐주는 꽃받침, 가늘고 긴 수술대는 꽃밥을 이고 있어야 하며, 밑씨가 들어있는 씨방에서 올라온 암술대의 끝, 암술머리는 언제고 수술가루를 받아들여야 하기에 끈끈한 점액물질로 치장을 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리하여 벌과 나비 새와 바람에 의해 수술가루가 암술머리에 내려앉으면 그 즉시 밑씨는 배(胚)를 이루고 이것이 자라 씨앗으로 영그는 법입니다. 이렇게 꽃은 암술과 수술, 꽃잎과 꽃받침으로 구성된 식물의 생식기이지요. 
 
▲ 풍년화.     © 정미경
 
오죽했으면 일생에 한번 피울까. 피고지고 피고지는 꽃차례 때문에 그럴 뿐이지 꽃은 일생에 단 한번 자기를 피울 뿐입니다. 왕대는 120년 만에 꽃을 피우고 죽는다니 더 말해 무엇 할까.

물론 암술과 수술, 꽃잎과 꽃받침을 전체적으로 갖추고 있는 꽃, 이름하여 완전화가 있는 반면에 그중의 하나라도 빠진 불완전화도 있습니다. 꽃잎 속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다면 양성화 혹은 일가화이며, 그렇지 못할 때는 단성화 또는 이가화라고 부릅니다. 자기꽃가루받이를 하는 꽃은 향기가 필요 없으며, 딴꽃가루받이를 하는 꽃은 진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 왕관모양의 부화관에서 향기를 품어 매개자를 유혹하는 수선화.     © 정미경

딴꽃가루받이는 식물들의 본성이지요. 극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자기꽃가루받이를 기본적으로 거부하니 말이에요. 이화수정은 끊임없는 변종을 만들어 내며 이것은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입니다. 때문에 꽃은 매개자를 필요로 하며, 그 매개자를 위하여 혼신을 다하여 자신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참으로 여성성은 창조의 동력입니다. 물론 이 여성성은 남성성과 공존하고 있어요. 마치 내안에 남성성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 남성성이 인격을 가진 남성은 아니지요. 때문에 타자성을 향한 그리움은 본성일 수밖에 없어요. 
 

▲ 타자성을 향한 그리움의 꽃.     © 정미경

그러므로 홀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이 그리움은 꽃의 그리움입니다. 언제나 찾아올까, 어떤 모양으로 두드릴까, 지나가는 바람에 귀를 쫑긋 세우며 기다리는 시간은 내안의 에너지가 총집중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에 꼭 맞는 남성. 지적성감대가 들어맞고 영적성감대가 들어맞는 그런 남성중에 오직 한 사람, 그 사람이 내게 다가오고 있어요. 놓치지 않고 꼭꼭 숨겨둔 허니가이드를 열어 보이며 이 봄에는 그이를 기꺼이 맞을 생각입니다.


 
기사입력: 2008/03/30 [13:23]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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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님은 생태숲 해설가입니다. 환경단체인 풀빛문화연대의 기획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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