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는 조기노령연금이라 게 있다.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했고 55세가 되었는데 실직으로 인해 월 소득이 없으면 지급한다. 개인별로 불입한 등급에 따라 연금액이 차이 난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42만원 이상 벌면 연금지급이 정지됐다. 또 재직자노령연금이란 것도 있다. 10년 이상 가입했고 60세가 되어 푼돈을 벌더라도 월 42만원을 넘지 않으면 지급액을 소득액에 따라 깎아서 줬다. 월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을 보면 노동현실을 조금 아는 모양이다. 젊은이도 실업자가 수두룩한데 고령자가 고정직을 얻기 어렵다고 말이다. 문제는 42만원이다. 그 돈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가입자에 따라서는 수령액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차라리 일하지 않고 노는 게 더 이익이다. 또 다른 문제는 어쩌다 두서너 달 일했고 또 그런 일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귀하는 소득이 있어 연금지급이 정지된다고 통지가 왔다. 지금은 아무런 일도 없는데도 말이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 한 학기 시간강사로 강의했다고 치자. 한 학기라고 하지만 실제 강의는 넉 달뿐이다. 강사료는 대체로 월 30만원 전후이다. 그런데 그것이 소득으로 잡혀서 연금을 안 준다고 통지가 왔다. 대부분 가입자가 42만원을 넘으면 연금을 안 준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왜 안 주느냐고 항의하면 연간 소득이 500만원을 넘으면 지급이 정지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불만과 항의가 있었을까 싶다. 1년 동안 500만원을 못 벌었는데 왜 안 주느냐고 따지면 소득증명서를 가져오라고 되받았다. 넉 달 동안 120만원을 벌었는데 그것도 소득이라고 그 대학에 가서 서류를 떼 오라는 식이었다. 얼마나 많은 퇴직자들이 분통을 터트렸을지 눈에 선하다. 직원들도 많이 시달렸는지 작년 3월 시행령을 고쳤다. 월 42만이라는 기준금을 월 156만원으로 현실성 있게 올린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미뤄왔다는 것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아직도 그 짓을 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 두면 지역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소득이 없어도 집과 자동차 등을 따져 지역보험료를 물리니 부담이 여간 크지 않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그 부모는 피부양자 자격을 얻는다. 아들딸이 내는 직장보험의 혜택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2002년 6월부터 연간소득이 500만원을 넘으면 바로 그 피부양자 자격을 주지 않는다. 부모의 연간소득이 파악되면 자격상실이라는 통지가 온다. 이와 함께 지역보험료를 계산해 언제까지 내라는 고지서가 날라 온다. 월 42만원은 용돈이라면 용돈이다. 그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한 가구에서 자녀는 직장보험료를 내고 부모는 지역보험료를 내는 이중부담을 강요한다. 이 정도 수입이라면 고정직으로 보기 어렵다. 가끔 가다 잡일이나 했다고 지역보험에 따로 가입하라니 차라리 일하지 말고 놀라는 게 낫다. 강연을 했거나 원고를 썼다고 치자. 이런 소득은 일시적이고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부정기적이어서 지속적-안정적으로 소득이 발생한다는 보장이 없다. 나이가 많다고 숱하게 직장에서 쫓겨난다. 어렵게 지역보험료를 내다 자식이 겨우 직장에 마련하여 한 부담 덜었구나 싶었더니 날벼락을 맞는 꼴이다. 젊어서는 병날 일도 드물지만 바빠서 병원 가기도 쉽지 않다. 이제 병원 찾을 일이 생길만하니 이 모양이다.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은 결코 공짜로 국민에게 시혜를 베푸는 제도가 아니다. 노후보장을 핑계로 국민에게 강제로 물린 돈이다. 그런데 근로소득세도 제대로 내보지 않은 사람들이 벼락출세해서 주느니 못 주느니 한다. 그러니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나란히 꽁치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노령화 사회의 대책인지 자문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언론연대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