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불량발언과 불량언론

[논평] 언론연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언론관 우려

언론개혁시민연대 | 기사입력 2007/02/01 [10:07]

노무현 대통령의 불량발언과 불량언론

[논평] 언론연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언론관 우려

언론개혁시민연대 | 입력 : 2007/02/01 [10:07]
노무현대통령을 비판하면 ‘시체에 칼 꽂는다’며 말리는 분위기가 일부에서 등장하고 있다. 웃기는 소리다. 시체는커녕 노무현대통령과 행정부는 여전히 펄펄 살아 날뛰는 막강한 정치권력을 지금도 휘두르고 있음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오히려 자신의 권력을 배경으로 쏟아내는 대통령의 불량입술에서 나오는 악취 섞인 발언에 이젠 질식할 것 같은데. 언론관련 발언에서 그 질식할 것 같은 악취의 원인을 찾아보자.

1월 4일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엄청난 많은 사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로 쏟아지고 있다... 불량상품은 가차 없이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티끌만 탓하는 용렬한 주장의 전형이다.
 
일부 착각했듯이, 대통령이 말하는 불량언론의 불량상품이 단지 조중동처럼 ‘사실과 다른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마구 쏟아내는데 대한 불만으로 여겼다. 그래서 ‘전통의 불량언론 조중동’을 향한 욕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전통의 불량언론’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공공성을 바탕으로 공정성을 견지한 언론까지 불량언론의 범주에 구겨 넣었음이 그 후 발언에서 속속들이 증명된다.

1월 23일 신년특별연설에서 “FTA문제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다. 어제 아침 K-TV를 보았더니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멕시코 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전에 MBC, KBS에서 본 것과는 아주 다른 내용이 나왔다”고 말했다.
 
앞 선 불량상품 불량언론이라는 발언에 빗대보면, 국영방송 K-TV는 우량언론이고 KBS MBC는 불량언론이라 뜻인데,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의 제작비지원으로 만든 K-TV프로그램이니 대통령의 입맛에 오죽이나 달콤했을라고.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즉 ‘불량언론’으로 판단하는 대통령의 기준이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보도’라면,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한겨레 경향 프레시안 등도 불량상품을 양산하는 ‘불량언론’이긴 마찬가지. 결국 ‘사실과 다른 것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이 불량언론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이 불량언론인 셈.

이런 대통령에게 불량언론소리 듣지 않으려면 군부독재시절의 조중동처럼 ‘대통령찬양~ 대통령찬양~’을 큰 소리로 읊어주면 된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할 당시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며 잔뜩 폼잡아놓고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자,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이 신문을 보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보다 낫다”며 언론의 무용론을 설파한 미국의 제3대 대통령 제퍼슨을 닮아가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로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1월 25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그 심각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방송통신위원 임명은 국가 행정작용이며, 국가 행정작용은 합의제 관청을 두더라도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책임지는 정부에 속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정통성의 뿌리도 어디에 있는지도 불투명한 기관이 책임 없이 방송통신 융합을 표류시켜선 안 된다. 방송계에서도 너무 주도권, 방송의 논리만 내세우지 말고 해결하자.” 무소속 합의제행정기구로서 방송위원회가 가진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적 필요성을 깡그리 뭉개버린 망언(妄言)이다.

바로 여기서도 자기를 향한 비판 자체를 극도로 혐오하는 대통령의 언론관이 그대로 묻어난다. 대통령의 이 발언을 쪼개서 살펴보자. ‘누구에도 속하지 않고...’라는 대통령의 주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좋은 것이 아니다’는 의미, ‘정통성의 뿌리도 어디에 있는지 불투명한 기관’이라는 주장은 ‘군사정권의 언론통제 기구인 공보처는 정통성이 분명한 기관’이라는 뜻, ‘방송계에서도 너무 주도권, 방송의 논리만 내세우지 말라’는 것은 ‘대통령이 속한 특정정파와 대통령의 행정부 이익만을 위해서 공정한 여론형성기능도 포기하고,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도 버려라. 방송의 논리인 공공성이 밥 먹여 주냐’는 말이니, 쉽게 표현하면 방송은 공공성 같은 택도 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대통령과 행정부의 홍보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라는 뜻이다. 이 논리로 기구설치법 정부입법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방송통신위원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법조문을 관철시킨 것이다.

일본정부의 수상과 각료들만의 전매특허로 알았던 ‘망언’을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부터 뜻밖에 듣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면 모두 ‘불량언론’이요 ‘불량상품’으로 매도하는 대통령의 망언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성명서가 “방송노동자를 향한 대통령의 선전포고를 기꺼이 수용한다. 그리고 제안한다. 계급장 떼고 한 번 맞장을 뜨자”며 흥분하는 걸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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