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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11.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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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 자치·자활, 민중의 힘 믿는다
[동남아일기26-태국] 인간정주연합 노숙자센터 건설사업 참여
 
윤경효
▲ 인간정주연합의 문지기, 탄. 또이(Toi) 아줌마가 길거리를 배회하던 걸 데리고 왔다고. 얼마나 잘 먹고 지냈는지, 살이 피둥피둥. 옆 집 개가 대문 앞을 어슬렁거리면 꼭 달려 나가 으르렁 대곤 한다. 대문 안쪽에서만. ㅎㅎ... 1달여를 지켜보니, 이게 옆 집 개와 탄의 하루 일과인 듯싶다. 문을 열어줘도 안 들어오는 옆 집 개는 탄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평안한 나날이 심심했을까?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게지. 헐~  ©윤경효
어느새 12월. 달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곳 날씨도 그렇거니와 태국 활동가들과 시간개념 없이 지내다 보니,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잊는다. 생일마저도 그냥 지나쳤으니, 아마도 쫓기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간 언제 40살, 50살이 되는 지도 모를 것 같다. 헐~
 
너무 평안해도 사람 사는데 이로울 게 없겠다 싶다. ‘별일’이 없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무기력에, 뇌 기능도 멈춰지는 것 같다. 난세에 영웅 나고, 철학도 발전한다더니, 사람은 좀 괴로워야 머리를 쓰는 건가?
 
일기 쓴답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지금 이 순간, 사실, 머리가 하얗다. 만난 사람도 많고, 기록해야 할 것도 많은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쩝... -,.-;;  괜히 옆에 널브러져 있는 탄에게 심술을 부려본다.
 
“좀 괴로워야 머리 쓰는 건가?”
 
지난 11월 29일. 일요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방콕 서쪽 및 북쪽 일대를 중심으로 노숙자 현황파악에 들어갔다. 덩과 방콕 노이 노숙자센터 사람들은 싸남루앙공원에서부터 훨람퐁역까지 서쪽을, 누이와 모칫 노숙자센터 사람들은 모칫역에서부터 돈므앙공항 인근까지 북쪽을 맡았다.
 
그동안 방콕 노이 노숙자센터 사람들과 함께 나콘 빠톰(Nakhon Pathom), 랑싯(Rangsit) 등 방콕 인근의 대도시들도 돌아다니며, 노숙자들의 주요 출현장소와 수를 파악하러 다녔는데, 이렇게 현황을 파악한 뒤에 전략을 세우고 조직화 작업에 들어간단다.
 
조직화 작업이란 게 센터 사람들이 노숙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노숙자센터 건설을 함께 도모하자고 권유하는 것이다. 인간정주연합이 노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한 지 약 10년이 다 되었는데 지금 현재 전국적으로는 약 2만여명이, 방콕에서만 1만5천여명이 조직되었단다.
 
▲ 노숙자들이 직접 지은 방콕노이(Bangkoknoi) 노숙자센터(사진 위 왼쪽). 랑싯(Rangsit)시의 노숙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번화가 뒷골목을 돌아다니고 있는 노숙자센터 사람들(사진 위 오른쪽). 조사한 노숙자 현황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정리하는 센터 사람들(사진 아래 왼쪽). 방콕의 싸남루앙공원에서 훨람퐁역에 가는 중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아래 오른쪽)     © 윤경효


방콕의 노숙자들이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가 방콕노이(Bangkoknoi-방콕시 서부지역)의 노숙자센터다. 이 센터가 인상적인 것은 정부시설도 아니고, 시민단체가 관리, 운영을 하지도 않는, 바로 노숙자들이 직접 건설한 그들의 시설이자, 관리, 운영 등도 직접 하기 때문이다. 인간정주연합이 한 일은 그들의 조직화 작업과 센터 부지를 정부로부터 장기 임대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노숙자 직접 관리, 방콕노이센터
 
여전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비바람 막아주는 센터에서 지낼 수 있어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렉(Lek) 아저씨는 더 많은 노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센터뿐만 아니라 마을을 형성해 다 같이 자기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게 현재 소원이라고. 렉 아저씨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방콕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노숙자들을 찾아다니는데도 동참하고 있다.
 
노숙자 조직은 내가 지금까지 본 조직 중 가장 어렵지만, 가장 자립적이며 열정적인 조직인 것 같다. 인간정주연합으로부터 지원받는 물질적인 것은 오로지 다른 도시나 멀리까지 원정 나가 현황 파악할 때 드는 교통비와 노숙자들에게 다가갈 때 주는 커피 값이 다다. 반경 2~3km 이내는 걸어 다니며, 모든 식사는 자기비용으로 감당한다. 이들의 이런 열정과 노력은 그들의 힘으로 세운 센터를 통해 더욱 다져졌으리라.
 
▲ 콘 껜(Khon Kaen)에는 기찻길을 따라 13개 빈민촌에 약 50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번 출장에서 이틀 동안 8곳을 다녀왔다. 각 마을의 주민조직 리더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덩과 미팅 후 뒤풀이 모습(사진 위).     © 윤경효

 
지난 11월 24일(화)~26일(목), 동북부에 위치한 콘 껜(Khon Kaen-인구 약 1백77만여명으로, 동북부지역에서 2번째로 큰 도시)시의 빈민촌 사람들이 빈민촌 재건문제로 서로들 다투고 있다하여 현황 파악을 위해 덩과 함께 다녀왔다.
 
“자기 집에서 살 수만 있었으면”
 
콘 껜은 마을단위로 사람들이 돈을 모아 제대로 된 집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아마도 사람들 사이에 이해관계나 의견충돌이 생긴 모양이다. 마을 리더들은 이 때문에 결속력이 약해질까 걱정이 큰 것 같은데, 인간정주연합의 활동가들은 생각보다 여유롭다.
 
지난 20여 년간 ‘전국빈민조직연대(Four Regions Slum Network)’를 지원해 오면서, 그동안 주민조직 내 갈등문제를 숱해 봐온 데다, 심지어 와해되었다 재건되기도 한 경우도 꽤 많아 이런 일쯤이야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 허름한 판잣집(사진 아래 왼쪽)을 이웃과 함께 돈을 모아 10평 미만이긴 하지만 튼튼한 벽돌집으로 바꾸는 재건축 공사를 하고 있다.(사진 아래 오른쪽) 자기 돈으로 짓는 것이라 규모도, 자재도 제각각이다. 벽과 지붕은 다 올렸지만, 창문 달 돈이 없어 판자로 막아 놓은 집. 한쪽 벽이 완성 안 된 집. 미완성의 집들이지만 돈을 모아 하나씩 완성해 갈 것이라고.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 윤경효


이것이 지난 20여 년간의 내공인 게지...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주민조직 리더들을 철학적으로 훈련시키고, 계속해서 새로운 리더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그들이 알아서한다는 믿음이 깊이 자리 잡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힘을 모아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그들을 보며, 나약하면서도 강한 인간을 본다. 어떤 철학자는 ‘철인의 정치’를 주장했고, 어떤 이는 여론에 휩쓸리는 줏대 없는 대중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글렀다고 얘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민중의 힘을 믿기로 한다.
 
어느덧 긴 여행 마무리돼가는 느낌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지식인’이 나타나기보다 소위 우매하다는 ‘일반 민중’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라는 와르다씨의 말이 생각난다. 아마도 살아가면서 때때로 나의 힘을, 우리의 힘을 의심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마다 이들을 되새기련다.
 
언제 끝날지 몰랐던 나의 긴 여행이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기사입력: 2010/02/16 [00:30]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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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효, 동남아일기, 태국, 방콕노이, 노숙자] 낮은 곳 자치·자활, 민중의 힘 믿는다 윤경효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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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몽골 대초원에서는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에서는 현지 시민사회 자원봉사활동 보고서를. 그리고 마침내 영국 쉐필드로 날아간 그가 이번엔 유학보고서를 독자들에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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