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파폼’에 제사뒤 음복, 우리와 닮아

[동남아일기25-태국] 마당에 가게 새로 짓는데 복 비는 제사

윤경효 | 기사입력 2010/02/05 [00:36]

‘싼파폼’에 제사뒤 음복, 우리와 닮아

[동남아일기25-태국] 마당에 가게 새로 짓는데 복 비는 제사

윤경효 | 입력 : 2010/02/05 [00:36]
"윤! 일어나! 조금 있다 제사지낼 거야!"

“지금이 몇 시냐? 7시 30분이네. 에고고... 뭔 소린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오니, 지난주에 자리를 옮긴 싼파품(지역 또는 집 수호신 사당) 앞에 사람들이 상을 차려놓고 모여 있다. 싼파품을 옮긴 것과 함께 마당에 가게를 새로 짓는데, 축복을 해달라는, 일종의 제사의식이었다.

제사를 지내는 대상은 집, 동네를 지켜주는 ‘싼파품 짜오 피’라는 수호신과 조상신이다. 태국 민속을 보면 불교와 힌두교(힌두교에서는 신들 사이에 서열이 있고, 브라흐만, 비슈누, 시바 등 주요 3신과 그 밑에서 역할에 따라 300여 명이 넘는 신들 있다. 붓다 석가모니는 비슈누신의 9번째 현신이라고 보고 있다)가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싼파품 짜오 피’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제사? 에고 뭔 소린고”
 
이 신은 부처님 밑에서 지역을 돌보는 일을 하며, 이 신 밑에 조상신들이 자리하여 후손을 돌본다고 한다. 태국 어딜 가나(말레이시아 접경지역인 남부의 일부 무슬림지역을 제외하고) 집, 가게, 심지어 도로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음식, 꽃, 향을 놓아두고 지나갈 때 마다 합장하며 기도를 올린다.

태국의 제사는 정식과 약식으로 나뉘는데, 정식의 경우, 음식을 차려놓고, 합장을 한 후 향을 피워 신을 부르고, 머리 위에 물을 흩뿌리는 것으로 신의 축복을 내리며, 마지막으로 꽃잎을 뿌리거나 치장하여 신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한다. 약식은 합장만을 한다.
 
▲ 흰 옷을 입은 제사장(맨 위 오른쪽)이 중저음의 나팔소리로 제사의 시작을 알리니, 사람들이 두 손에 향을 모으고 그 뒤로 자리를 잡는다.(맨 위 왼쪽, 두 번째 줄 왼쪽) 제사장의 경구낭독이 이어지고, 때로는 제사장의 선창에 사람들이 따라 하기도 한다. 제사상을 보니, 삶은 닭, 바나나, 귤, 풋사과, 코코넛 등 현지 과일과 강정, 삶은 달걀, 밥, 국, 술, 그리고 꽃이 올랐다.(두 번째 줄 오른쪽) 그리고 명주실패가 있는데, 명주실을 풀어 싼파품과 연결해 놓았다. 신이 그 줄을 타고 내려와 음식을 먹는 것이란다. 싼파품을 옮겼기 때문에 신을 모시는 의식이 행해졌는데, 우리의 탑돌이처럼 사람들이 싼파품을 3바퀴 돈 다음 ‘싼파품 짜오 피’를 안에 모시고, 화환으로 싼파품을 잔뜩 치장했다(맨 아래 왼쪽 및 오른쪽).     © 윤경효


오늘은 정식 제사에 싼파품을 옮기는 의식까지 포함되었다. 가만 보니, 정식 제사의식에서 물을 뿌리는 의식 전에 신을 새로운 곳에 모시는 의식을 하는데, 싼파품 짜오 피 형상을 들고 사람들이 싼파품을 3바퀴 돈 후 안쪽에 신을 앉혔다.
 
태국 어디서나 눈에 띄어...
 
제 의식 마무리 후 나중에 함께 음복하는데, 우리의 제사와 닮았다. 또, 동네 수호신, 조상신 등을 모시고 제사장이 있는 것이 우리네 무속과도 닮은 듯하다. 다만, 우리 굿처럼 기승전결에 따라 무당이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참가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등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헐~

민속 문화나, 풍습에서 각 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들이 묻어나는 듯하다. 태국인들의 보통 성향처럼 제의식도 참으로 조용하고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제사음식은 어딜 가나 풍성해 사람들에게 인기인 듯하다. 평상시와 다른 음식에 모두들 신이 났다. 한국에서 제사음식을 나눠먹는 그 모습, 그 느낌 그대로다. 헐~ 나도 오랜만에 보는 풋사과에 귤이며 강정 등을 잔뜩 먹은 후 또 닭고기에 밥을 먹었더니 숨을 못 쉬겠다. 끅... 나의 이 식탐이란…-,.-;;
 
이놈 모기들, 겨울도 없나?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얇은 담요만으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엊저녁에는 재킷을 입고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한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샤워를 하루에 한번 한다고 ‘더럽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찬물 때문에 그나마도 씻기가 두려워지는 날씨다. 대책을 세우든 해야지...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모기들은 여전하네. 얘들은 겨울도 없나? 젠장...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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