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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11.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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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여행, 맘속풍랑 멎고 넓은눈 가져
[동남아일기36(끝)-베트남] 또 다른 여행과 배움의 시작...
 
윤경효
▲ 투안 린과 그의 아버지. 10살 때 모습 그대로 키만 훌쩍 자라 나하고 키가 거의 같다. 헐~ 같은 반에 후원받는 친구들이 20명이 있는데, 그 동안 다른 친구들은 후원자로부터 종종 편지를 받아 자랑하는데, 자기는 못 받아서 조금 슬펐다고. 근데, 지금은 기분이 좋단다. 후원자를 만난 사람은 자기뿐이라고. 호아방에서 2천8백명이 후원을 받는데, 후원자를 만나는 아동은 극소수라니, 우쭐해 할 수도 있겠다 싶다. 괜히 다른 아이들과 후원자들에게 의도치 않은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살짝 미안해진다. 선택에는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이 뒤따르기 마련이니… 헐~  © 윤경효
“씬 짜오, 아임 드니즈, 글래드 투 미츄.”(^.^)
 
"씬 짜오."(*^.^*)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니, 수줍은 듯 미소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응답한다. 올해 14살이 된 보 투안 린(Vo Tuan Linh). 지난 2월 24일 수요일과 26일 금요일, 내가 4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는 아이를 처음 만났다. 그 동안 편지왕래 한 번 없다 만나는 것이어서 많이 어색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동안 아이에게 그저 키다리 아저씨처럼 남는 것이 좋겠다 싶어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베트남에 가면서 안 만나는 것도 그렇고, 아이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고 생각돼 작년 12월에 방문신청을 했었다. 그러고도 잘 한 짓인지 계속 고민했었는데, 아이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았더랬다. 고맙게도.
 
14살 투안 린의 인사 "씬 짜오"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가정방문을 요청했는데, 후원아동의 가정방문을 하려면 정부의 까다로운 서류절차가 필요해 결국 집을 가 보지는 못하고, 대신 아이의 학교를 방문하고, 아이의 부모와 함께 단체의 사무실에서 만나는 것으로 일정이 확정되었다.
 
24일 수요일에 아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둘러봤는데, 단체에서 지역개발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서인지, 사람들의 생활조건이 그리 척박해 보이지는 않았다. 적어도 열악한 대나무집은 없었고, 비록 물 공급이 아직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개의 공동우물이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캄보디아, 라오스의 상황과 비교하면 말이다. 헐~
 
▲ 투안 린이 다니는 중학교의 수업 모습(사진 왼쪽). 투안 린이 사는 티웍동(Tiuoc Dong)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가정(사진 가운데).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아이 2명을 키우는 여성 가장. 집안의 노동력이 여성가장 1명뿐이라 수입이 한 달에 10달러 내외라고. 세간을 둘러보니, 냄비 2개, 밥그릇 4개, 접시 2개, 화덕 1개, 커다란 물동이 1개, 그리고 침대로 쓰는 평상 2개와 식탁이 전부다. 그나마 작년에 한 후원자가 소 1마리를 후원해 주어,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티웍동 마을의 모습(사진 오른쪽).     © 윤경효


투안 린이 살고 있는 호아논(Hoa Nhon) 코뮨(commune, 우리의 ‘동(洞)’ 단위)의 공무원 말에 따르면, 현재 마을주민들의 주업은 쌀농사이고, 평균 소득은 한 가정 당 한 달에 약 30~40만동(대략 20달러)정도인데, 적게는 20만동, 많게는 1백20만동(약 60달러)이라고 한다.
 
시골에서 한 가정 당 최소 생활비가 30만이라고 하니, 생활이 빠듯하겠다. 투안 린의 부모님 역시 쌀농사를 하는데, 평균보다는 형편이 나아서 한 달에 약 80만동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그래도 투안 린에게 자전거 사줄 돈이 없어, 아이는 집에서 학교까지 약 8km의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다고.
 
4년간 후원하던 아이를 만나니...


▲ 10개월 동안의 내 짐. 30리터 배낭과 보조가방 2개. 그간 쓴 돈은 500만원. 동남아의 저렴한 물가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시아 친구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참 지독하게 아끼며 생활했다. 하루에 숙박 포함해서 10달러 내외를 썼으니까. 그래도 가끔은 비싼 바에도 가고, 쇼핑과 관광도 즐겼으니, 그리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헐~     © 윤경효

부모님, 누나 셋, 이렇게 여섯이 함께 사는데, 누나들이 공부를 잘 한단다. 큰 누나는 장학금 받으며 다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둘째 누나는 대학입학시험을 준비 중. 투안 린도 공부를 곧잘 하는데, 특히 수학과 화학을 좋아한다고. 나중에 수학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란다.
 
2시간 여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학교수업 때문에 일어서야 하는 투안 린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소설책, 영어책 7권과 약간의 문구용품을 선물로 전달하고, 만나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더니, 아버님이 오히려 찾아주어 감사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동안 후원해 준 것에 고맙다는 말씀을 하고 싶었다고. 후원자를 가진 가정들 덕분에 마을 전체의 생활형편이 많이 나아져서, 마을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후원 아동들은 이를 자랑스러워한단다.
 
통역자가 투안 린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 없느냐고 물었더니, 수줍은 듯 그냥 미소만 짓는다. 14살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의 머릿속에는 지금 수만 가지 말들이 떠올랐을 게다. 어떻게 말을 골라내야 할 지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이심전심. 말이 꼭 필요할까. 그냥 우리 둘이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우리는 안다. 이번 만남으로 족하다는 것을.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그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 마음의 빚을 청산할 기회를 가진 것으로 충분했다. 시에라리온 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산뜻하게 헤어졌다. 이젠 각자의 삶을 다시 열심히 사는 게다. 다낭을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
 
이심전심, 그냥 '씨익' 웃고 돌아서
 
하아... 어느 새 10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작년 5월 12일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서 아버지와 동생의 배웅을 받고 한국을 떠난 것이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머릿속에 파노라마 영상이 휙휙 지나간다. 한국을 떠나온 순간부터 어제까지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한 이야기, 혼자 있었던 시간,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때론 싸웠고, 때론 울었고, 때론 웃었다. 때론 말로 때론 몸으로 이야기했다. 아시아 친구들도 있었고, 유럽친구들, 그리고 한국 친구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스쳐지나가거나, 추억으로만 담아두었지만, 그 중 몇몇은 지금까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내 안으로 들어와 방전되었던 내 배터리가 다시 가득 충전된 기분이다. 깨닫게 된 것들을 일일이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아시아 친구들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었고, 내 자신에게 보다 솔직하고 편안해졌다. 2년 전부터 마음속에 일던 풍랑이 이제야 고요해진 것 같다.
 
▲ 하노이 시내전경(사진 위). 호치민시에 비하면, 아직도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 있고 거리도 한산한 편이다. 출근 전 노점식당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과 거리에서 간식거리를 파는 어깨짐장사.(사진 아래)     © 윤경효


이제 10개월의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오늘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사람들은 의례 ‘돌아간다’고 표현하는데, 나는 나의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한국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의 배움은 계속될 것이고, 그 기대가 나를 흥분케 한다.
 
293일간의 여행, 그 끝에서 커피 한잔

현재 시각 낮 12시 정각. 동남아 여행에 마침표를 찍는 오늘, 조금 흐린 하늘에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있는 하노이에서 아침 8시부터 하이랜드 커피숍에 자리 잡고 앉아 베트남 커피 한잔을 홀짝이며 마지막 이야기를 쓰다. <끝>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기사입력: 2011/01/23 [11:56]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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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사랑 11/01/23 [15:54]
긴 여행 글로 사진으로 재미있게 엿봤습니다. 벌써 1년여 전에 마쳤는데, 제가 게을러 연재글을 늦게올리다 보니 여기 사이트에선 이제야 여행이 끝났네요. 미안... OTL...
하여튼 축하합니다. 경효님도 글에서 언급했듯이 장도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일테니... 다시 또 다른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죠. 갈증 날 땐 막걸리 한 잔 하시면서...
수정 삭제
사람 11/01/23 [15:55]
배낭맨 사진... ㅎㅎㅎ 걸리버여행기 소인국 사람같아요... 수정 삭제
랍비 11/01/26 [11:41]
잘 봤습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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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몽골 대초원에서는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에서는 현지 시민사회 자원봉사활동 보고서를. 그리고 마침내 영국 쉐필드로 날아간 그가 이번엔 유학보고서를 독자들에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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