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협상의 진실, 끝까지 외면할 텐가"

[민언련논평] 한미FTA 7차협상 관련 방송보도·시사프로그램

민언련 | 기사입력 2007/02/22 [21:51]

"굴욕협상의 진실, 끝까지 외면할 텐가"

[민언련논평] 한미FTA 7차협상 관련 방송보도·시사프로그램

민언련 | 입력 : 2007/02/22 [21:51]
한미FTA 7차 협상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협상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협상 타결의 전망이 ‘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협상진전’의 이면에는 한국측의 무더기 양보가 있다. 7차 협상에서 한국측은 무역구제, 의약품, 섬유, 자동차, 금융 등의 분야에서 대폭적인 양보안을 내놨고, 농산물 분야마저 대폭 개방하고 쌀도 더 빨리 개방하는 안을 내놓아 사실상 FTA협상이 일방적인 미국 퍼주기가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6차 협상까지 ‘핵심쟁점 협상의 난항’과 ‘빅딜 가능성’을 전하던 방송보도는 7차 협상 관련 보도에서는 ‘협상의 급진전’, ‘높아진 타결 가능성’, ‘빅딜 윤곽’ 등에 비중을 뒀다. 한국측의 굴욕적인 양보안으로 협상이 진전 됐음에도 방송보도는 난항을 겪던 협상이 왜 빨라졌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급진전된 분위기나 양측의 ‘타결의지’를 부각하는데 그쳤다.

또 방송보도들은 ‘협상 타결’ 자체가 FTA의 ‘성공’인 것처럼 호도하는가 하면 한국의 퍼주기식 협상 실태를 ‘빅딜 윤곽’, ‘빅딜 의견 접근’ 등으로 표현하며 한미 양측이 대등한 맞바꾸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본질을 흐리기도 했다.

한국측의 퍼주기식 양보안이 가져올 ‘재앙’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보도는 없었다.

<한미FTA 7차 협상 관련 방송 3사의 보도주제 분석> (():단신)
보도
주제
MBC
SBS
KBS
협상 중계
(경과 및
결과)
<이번 주가 분수령>(2.12)
<하나씩 진전>(2.13)
<78개 관세 철폐>(2.14)
<타결 기대 높다>(2.15)
<‘빅딜’타결 주목>(2.11)
<사실상 첫 타결>(2.12)
<“타결 의지 강하다”>(2.13)
<‘빅딜’ 의견 접근>(2.14)
<타결 기반 마련>(2.15)
<쟁점 절충 본격화>(2.11)
<‘빅딜’ 윤곽 드러나>(2.12)
<쟁점 속속 정리>(2.13)
<빅딜 밑그림 그려>(2.15)
<‘섬유·농업’이 관건>(2.15)
14
FTA
반대시위
[단신]<반대집회 강행>
(2.12)
<가축 풀고 단식하고>(2.12) <잇단 반대 시위>(2.12)
3(1)
기타 - <찬성 50.6%>(2.15) -
1
5(1)
7
6
18

KBS, 굴욕양보를 ‘빅딜 윤곽’으로 접근
KBS는 무역구제, 의약품, 자동차 분야에서 양측이 양보안을 낸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그 외에 타결된 분야를 전했다. 또 ‘빅딜의 윤곽이 드러났다’, ‘빅딜의 윤곽이 잡혔다’는 등 한국 측의 일방적 양보를 ‘빅딜’이라고 표현하며 양측이 대등한 주고받기를 통해 타결에 가까워진 것처럼 평가했고, 협상의 ‘밝은 분위기’를 전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속도를 내고 있다’는 등의 표현을 써서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 양 다뤘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11일 <쟁점 절충 본격화>에서는 핵심쟁점들에 대한 주고받기식 절충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양측의 양보안을 비중있게 다뤘다. 보도는 “우리측은 최대한 유연성과 재량권을 갖고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뜻으로 핵심 분야의 양보안을 마련해 왔다”며 “5단계인 자동차 세제를 3단계로 줄이고 의약품 특허기간을 2년 정도 늦춰주겠다”는 한국 측의 양보안을 전하고, 미국측은 반덤핑 규제 완화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덧붙여 쇠고기, 쌀, 섬유 분야 협상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미국 측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협상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12일 <‘빅딜’ 윤곽 드러나>에서는 “빅딜 윤곽이 드러났다”며 반덤핑 규제완화, 자동차, 의약품 분야의 양측 양보안을 소개했다. 이 보도는 “우리가 미국 측에 제안한 반덤핑 규제 완화 요구 사항 6가지 중 반덤핑 관련 협력위원회 설치와 일정 조건을 갖출 경우 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에서 한국을 제외해주겠다는 2가지를 (미국이) 받아들였다”며 우리 측의 핵심요구 사항은 거부됐음을 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우리 측 역시 핵심요구 사항 관철을 포기하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른바 빅딜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미국이 반덤핑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자동차 관세를 철폐하면 우리도 자동차 세제와 의약품 분야를 양보하겠다는 것”이라고만 했을 뿐 우리 측이 핵심 요구사항을 포기한 데 따르는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13일에도 KBS는 “한미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쟁점 속속 정리>에서 “핵심쟁점들의 절충안이 윤곽이 잡히고, 다른 쟁점들도 속속 정리되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보도는 “협상은 이미 타결지점을 향해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다시 강조하고 “미국이 반대하는 반덤핑 규제 완화에 대해서 우리 측이 핵심 요구사항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입장차이가 많이 좁혀졌다”는 것과 “미국 측도 섬유류 제품의 관세 철폐시기를 앞당기는 양보 안을 제시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우리 측이 핵심 요구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언급하면서도 이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고,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양보안을 교환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다만 “남은 것은 세부적인 조정을 통해 두 나라 국민과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는 막연한 ‘조정과제’를 덧붙이는 데 그쳤다.


15일은 “주고받기식 빅딜만 남았다”고 보도를 시작해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내용을 주로 보도했다. <빅딜 밑그림 그려>(2.15)는 “미국측은 반덤핑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우리 요구를 관련법을 고치지 않는 수준에서 일부 받아들였고, 우리측은 의약품과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안을 제시했다”면서 양측 대표의 발언을 통해 타결의 윤곽이 잡혔다는 분위기를 보여줬다. 또 분과별 협상도 속도가 붙었다며 상품, 전자상거래, 노동, 환경 분과의 협상이 타결됐고, “협상 타결을 위한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같은 날 <‘섬유·농업’이 관건>에서는 협상의 쟁점을 다루면서 한국 측이 “약간 손해보는 분위기”라고 언급해 퍼주기 협상의 실태를 극히 일부 드러냈다. 보도는 양측의 타결의지가 강하고, 그동안 핵심쟁점들이 타결될 수 있는 틀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섬유, 농업분야의 협상은 가장 큰 진통이 예상되고, 투자자 국가소송제도, 지적재산권 보호기간 연장 등이 넘어야할 산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양측의 손익계산에 대해서는 “우리측이 약간 손해보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많다”고 하면서 우리측이 내세운 반덤핑 규제 완화,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전문직 쿼터 확보 등 3대 목표가 반덤핑 규제완화의 일부를 제외하고 이뤄지지 않았고, 우리가 양보했거나 양보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비자 면제 등 무언가 다른 미국 측의 추가 양보가 있어야 한국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SBS, ‘타결’에 관심, 굴욕협상 실태 외면
SBS는 ‘빅딜 타결 주목’, ‘사실상 첫 타결’, ‘타결의지 강하다’, ‘빅딜 의견 접근’, ‘타결 기반 마련’ 등의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협상 타결’ 여부에 관심을 쏟으며, 협상이 진전된 분과를 중심으로 ‘중계보도’했다.


협상 시작 전인 11일 <‘빅딜’ 타결 주목>에서는 “‘빅딜’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양측이 대등한 주고받기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 보도는 미국이 협상 시작 전부터 200여개 품목의 관세 철폐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전해왔고, 쇠고기 문제 해결 없이는 FTA 비준이 어렵다는 의회의 서한을 보내왔다며 “미국의 이런 냉온 양면작전은 7차까지 오면서 양측의 속내가 드러난 만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FTA 의제도 아닌 쇠고기 수입 문제로 한국 측을 압박하는 미국의 부당한 태도를 FTA 협상의 전략인양 무비판적으로 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보도는 미국 측의 이런 전략이 “핵심쟁점들을 연계해 최대한 합의를 도출한다는 우리 협상단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반덤핑 등 무역구제 분야에서 미국이 양보하는 수준에 따라 우리도 자동차 세제개편과 의약품 특허기간 연장에 관해 상응하는 수준의 양보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전해 한미 양측이 협상타결을 위해 비슷한 수준의 양보를 할 것처럼 보도했다.


<사실상 첫 타결>(2.12)에서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타결을 비중있게 다뤘다. 또 무역구제, 자동차 등 핵심 분야 쟁점은 수석대표들이 직접 나서서 협상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미국측이 절충안이 있음을 내비쳤으나 쌀, 쇠고기 문제 등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막판 협상의 변수라고 지적했다.


13일은 <“타결 의지 강하다”>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양측의 ‘타결의지’를 강조했다. 이 보도는 금융분과의 타결소식을 먼저 전하고,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분야에서 서로 수정안을 주고 받는 등 양측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는 김종훈 대표의 발언과 “결승점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미국측의 발언을 전하며 양측의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14일 <‘빅딜’ 의견 접근>에서는 “양측의 의견 접근이 활발한 가운데 어느 때 보다 긴박한 협상이 되고 있다”며 “팽팽하게 대립하던 핵심쟁점에서 각자 양보안을 냈고, 상품 무역 분야는 큰 진전을 봤다”고 보도를 시작했다. 이날 보도는 상품관세 철폐 합의 부문을 비중있게 다루고 양측의 섬유분야 양보안을 소개했다. 또 자동차 관세철폐와 연계된 반덤핑 등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우리가 수정안을 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측이 제시한 수정안이 당초 우리 정부가 내세웠던 목표에서 얼마나 후퇴한 것인지, 이런 수정안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평가·분석하지 않았다.


협상 마지막 날 보도였던 <타결 기반 마련>(2.15)에서도 “빅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양측의 긍정적 평가를 전하고, “양측은 무역구제와 섬유 분야에서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자동차와 의약품에서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제자리를 고수했다”며 “이 때문에 우리가 너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지적했으나, 전자상거래, 상품, 노동, 환경 등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SBS는 같은 날 설 연휴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한미FTA에 대한 찬성 의견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찬성 50.6%>라는 제목의 이 보도는 국민들의 50.6%가 한미FTA에 찬성했고, 반대의견은 43%로 직업별로 농업 등 1차산업 종사자와 학생,지역별로 충청과 호남, 강원·제주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전했다.

MBC, ‘무더기 양보’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적 언급 없어
협상이 시작된 12일 7차협상 보도를 시작한 MBC는 <이번주가 분수령>에서 “이번 주가 협상 성패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양측 대표의 표정이 비교적 밝고 양측대표의 타결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전하는데 비중을 뒀다.


13일과 14일에도 MBC는 협상이 진전된 부분을 주로 다루며, 쟁점이 풀려가고 있고 타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씩 진전>(2.13)은 “양측간 풀리지 않던 쟁점들이 속속 해법을 찾고 있다”며 금융분과에서 미국측이 산업은행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70여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며 타결된 분야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어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등 핵심쟁점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나, “농업분야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맡겨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최고위층 협상을 통한 타결가능성을 전했다.


<78개 관세 철폐>(2.14)는 미국이 78개 공산품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고, 우리도 7개 품목의 관세철폐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또 자동차 관세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와 양측의 의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협상타결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협상이 끝난 15일 <타결 기대 높다>에서는 “최종타결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양측 대표의 발언을 비중있게 전했다. 이어 전자상거래, 공산품 관세철폐 등을 타결했고, 자동차, 무역구제, 농산물, 섬유는 절충이 필요하다며 “농산물을 비롯한 핵심 쟁점에 양측 정부의 최고위급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상의 성패가 협상 ‘결과’나 ‘내용’보다는 ‘타결’ 자체에 달려있는 듯한 접근이다.


KBS와 SBS가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등의 핵심 분야에서 양측이 양보안을 내놔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면 MBC는 공산품, 금융 분야 타결을 근거로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한 정도가 차이였을 뿐 ‘협상진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아가 MBC는 ‘우리 측이 너무 많이 양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정도의 우려의 목소리조차 담지 않았다.

한편, 협상기간을 전후해 한미FTA 7차협상 내용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2월 8일 쇠고기 협상 문제를 다뤘고, 2월 20일 FTA문건유출 논란을 다룬 정도였다.

한미FTA 7차협상 결과, 시민사회가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성과를 이루겠다며 내세웠던 무역구제, 섬유, 자동차 등 분야에서조차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그 외 분야에서도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무역구제, 섬유, 상품 등 분야에서 자국의 법을 개정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양보안을 내놨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협상의 진전’ 또는 ‘협상의 타결’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굴욕적인 협상, 일방적인 퍼주기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상황을 ‘성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방송들이 FTA 협상 타결을 ‘목표’처럼 다루면서 협상을 중계하는 데 그치고, 불평등한 협상의 실태를 ‘협상 진전’으로 포장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태도다.


정부의 굴욕·졸속·퍼주기 협상과 언론의 방조가 불러올 우리사회의 재앙을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이라도 정부의 밀어붙이기 협상의 실태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만이 방송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다. 방송보도가 최소한 협상내용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보여주길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들이 FTA 협상 실태를 제대로 분석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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