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편집권 독립’ 요구 수용하라

[논평] 시사저널공대위, 파업과 파행적 잡지제작에 입장서

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사입력 2007/01/12 [12:33]

시사저널, ‘편집권 독립’ 요구 수용하라

[논평] 시사저널공대위, 파업과 파행적 잡지제작에 입장서

민주언론시민연합 | 입력 : 2007/01/12 [12:33]
지난 해 6월 삼성 관련 기사 삭제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가 결국 노조파업과 파행적인 잡지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시사저널 분회는 12월 15일 사측과의 최종 협상이 결렬된 후 노사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1월 5일 하루 파업을 벌였고, 이후 상황에 따라 추가 파업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기사 송고가 이뤄지지 않자 사측은 대체 인력을 투입해 시사저널 899호를(1월 8일 발행) 제작·발행했는데, 그동안 시사저널을 단 한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참담한 심정이 들 정도로 함량미달의 잡지가 나왔다. 전통 있는 매체도 편집권이 훼손된 채 경영진의 독선에 따라 만들어진다면 한 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호 시사저널을 보며 확인하게 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사태를 촉발시키고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책임은 ‘편집권 독립’이라는 기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사측에 있다.

지금 시사저널 노조가 요구하는 핵심 사항도 편집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편집국장도 모르게 재벌 관련 기사가 빠지고 여기에 항의하는 기자들이 줄징계를 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을 겪은 기자들로서는 최소한의 요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은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는 물론 노조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수정 제안한 편집국장 중간평가제 등 편집권 보장과 관련한 어떤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노동조합이 단체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모든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단체협상에서는 “편집권과 관련한 문제는 단협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시사저널 노조가 파업 기자회견에 앞서 요청한 심상기 회장과의 면담도 거부됐다.

사측은 이렇게 사태를 파국으로 몰면서 다른 한편으로 ‘편집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대체인력을 꾸리고 파업에 대비했으며 결국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도저히 ‘시사저널’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잡지를 독자들 앞에 내놓은 것이다.

우리는 시사저널 경영진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 사태를 악화시킬 작정인가? 비상식적인 기사 삭제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징계하고, 이를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매체를 고소한 것만으로 이미 시사저널의 공신력은 크게 상처받았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편집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이번 호는 시사저널의 추락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이것이 시사저널 경영진이 진정으로 바라던 것인가?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지 않고 경영진이 좌우할 수 있는 매체가 어떻게 양질의 기사를 제공할 수 있으며 독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사측이 한시라도 빨리 전향적인 태도로 사태수습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사저널의 회생과 ‘명예회복’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시사저널 경영진은 자신들의 소유가 아닌 편집권을 움켜쥐고 ‘시사저널 쇠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편집권 독립 방안을 마련해 시사저널 정상화에 나설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편집권 독립’이라는 민주주의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 비단 시사저널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들의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시사저널이 편집권 훼손으로 인해 시사주간지로서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망가지는’ 상황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일 뿐 아니라 시사저널 경영진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결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심상기 회장이 전향적인 태도로 사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며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하는 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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