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한미FTA ‘묻지마 타결’ 선동 중단을"

[논평]6차 협상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입장

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사입력 2007/01/16 [10:29]

"언론, 한미FTA ‘묻지마 타결’ 선동 중단을"

[논평]6차 협상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입장

민주언론시민연합 | 입력 : 2007/01/16 [10:29]
15일부터 서울에서 한미FTA 6차 협상이 시작됐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투자자·정부제소권 문제’와 방송 등 미디어분야까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 측이 그나마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무역구제 분야는 협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양국이 수석대표 이상 고위급 차원에서 ‘핵심 분야’에 대한 논의를 따로 진행해 7차 협상에서 일괄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협상의 득실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그야말로 ‘묻지마 타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여전히 ‘한미FTA 체결’을 ‘지상과제’인 양 접근하고 있다.

수구신문 “노무현 정권, 한미FTA 체결로 실정 만회하라”

15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 신문들은 6차 협상의 기본 쟁점을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0면 <차-약은 힘 아끼고 쌀-섬유 힘 겨룰듯>에서 6차 협상이 시작된다는 것과 협상의 주요 의제를 단순 나열했다. 중앙일보는 <오늘부터 한·미 FTA 6차 본협상…미 대표단 입국>이라는 캡션으로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 입국 사진과 한미FTA에 반대하는 피켓시위 사진을 함께 싣고 협상 일정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는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8면 <민노당, 반FTA집회 또 ‘명의 대여’할듯>에서 6차 협상의 쟁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경찰이 ‘한미FTA저지 범국민대회’를 불허하자 민노당이 ‘명의 대여’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편법을 제공할 것이라며 ‘FTA반대시위’의 문제만 전했다.

6차 협상을 앞둔 지난 주 보도에서도 이들 신문은 한미FTA의 쟁점과 현황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일부 신문들은 ‘개헌’과 관련한 정치기사에서 한미FTA를 언급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개헌 주장으로 혼란 일으키지 말고 한미FTA 체결에 올인하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11일 사설에서 “국가경쟁력 향상에 꼭 필요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제때 타결돼도 그동안의 실정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13일 사설에서는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같은 먹구름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부터 경제 챙기기는 뒷전에 밀어놓은 채 개헌 카드로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면서 한미FTA 체결을 “경제 챙기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3일 사설 <대통령은 한·미 FTA 타결에 전념하라>를 통해 보다 노골적으로 한미FTA 타결을 요구했다.

사설은 “우리가 살길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한·미FTA는 필수”, “남은 임기 동안 노 대통령이 마무리해야 하고,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과제라면 바로 이 FTA와 연금 개혁 같은 실제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 협상대표단이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무역신속협상권한(TPA)이 만료되기 3개월 전인 3월 말이면 사실상 협상이 끝난다”, “일괄 타결시킬 수 있는 힘은 정치적 결단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라며 ‘묻지마 타결’을 조속히 이루려면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상의 득실과 관계없이 최고위층의 결단으로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FTA를 체결하라는 뜻이다.

한겨레·경향, 한미FTA 쟁점 분석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새로운 쟁점들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신문은 11일 ‘투자자-국가 제소 제도’와 관련해 한국 협상단이 미국 쪽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한국에 진출한 미국 투자가가 한국 정부의 공공정책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된 경우 바로 국제분쟁 중재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돼 한국은 공공정책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사법권도 제약을 받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사설 <한-미 FTA 어디까지 내줄 것인가>에서는 한국이 4대 선결조건을 비롯해 자동차, 의약품, 서비스 등 미국에 내줄 것은 많지만 정작 미국의 양보를 얻어야 할 섬유 분야의 원산지 기준, 무역구제 등은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여기에다 투자자 제소권 문제까지 미국 요구를 수용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자유무역협정 자체에 더욱 회의가 든다”며 “이렇게 하나하나 양보하려면 무엇하러 협상을 시작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협상 타결 자체가 지상 과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들이 하니까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그런 방식은 곤란하다. 마지막 고비가 될 6차 협상에서 흔들림 없이 우리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신문은 15일 사설 <한-미 FTA를 다시 돌아보는 여유 가져야>에서도 한미FTA 주요 쟁점들의 협상 내용을 따지며 “협상 타결에 ‘올인’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협상 중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대책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5일 2면 <FTA 핵심 빼고 ‘잔가지 협상’>에서 이번 6차 협상에서 주요 쟁점이 배제된 이유를 따졌다.

기사는 “양국 의회와 여론은 FTA 협정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유독 양국 정부는 더욱 긴밀히 협조하는 모양새”라며 그 이유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첫 ‘거대 경제권’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의 협상 결렬은 미국의 동아시아 시장 지배력을 현저히 약화시켜 한국보다 미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민감한 핵심쟁점을 미룬 것이 “양국이 시간을 벌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기사는 “양국이 골치 아픈 문제들을 일단 7차 협상으로 돌려놓았지만 지금 현격한 입장차가 과연 양국 국민들을 다같이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다음 협상 때 해소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미국에 대한 ‘퍼주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와 수구보수 신문들은 ‘한미FTA 체결’을 주장하면서도 도대체 한미FTA 체결이 한국에 어떤 이득을 주는지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구보수신문들에게 참여정부에 맞서 ‘한미FTA 반대’를 외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보수신문’을 자처하려면 ‘보수의 가치’라 할 수 있는 ‘국익논리’를 제대로 추구해보라는 것이다. 얻을 것이 불분명한 협상을 무조건 체결하라는 요구는 ‘보수신문’의 주장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미국 앞에만 서면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는 ‘사대·수구신문’의 주장이며 국익은커녕 나라를 망치는 선동일 뿐이다.

우리는 참여정부에도 거듭 촉구한다.
더 이상 ‘묻지마 협상’을 강행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뿐임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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