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위해 국민은 ‘위험물질’ 먹으라고?"

[논평] 민언련, 미쇠고기 수입 관련 조중동 보도 모니터

민언련 | 기사입력 2007/02/13 [16:24]

"FTA 위해 국민은 ‘위험물질’ 먹으라고?"

[논평] 민언련, 미쇠고기 수입 관련 조중동 보도 모니터

민언련 | 입력 : 2007/02/13 [16:24]
지난 7일과 8일 한미 쇠고기 수입 검역 기술협의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가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들어가는 뼛조각은 ‘위생’ 문제가 아니라 ‘품질’ 문제”라고 주장하며 전수조사를 폐지하고 ‘뼈있는 쇠고기’까지 수입개방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농림부는 ‘뼛조각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100% 보장이 없다’며 전수조사는 하되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할 것을 제안했으나 미국이 이마저 거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들은 농림부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한미FTA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농림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중앙일보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정 여하에 따라 WTO에 제소당할 수도 있다며 미국의 편에 서서 농림부를 거세게 압박했다.

 조선일보, 미국 압력 수용이 ‘국제교역의 순리’인가
조선일보는 10일 <미 쇠고기 검역 문제는 국제 교역의 순리대로>라는 사설에서 노골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압박하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사설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된 뼛조각 중엔 0.3×0.6㎝ 크기에 두께 1㎜로 X선 검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을 만큼 작은 것도 있었다”며 “살코기를 부위별로 분류·가공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작은 뼛조각까지 완전히 없애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미국 측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또 “일본은 작년 7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뼈있는 고기도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손톱만한 갈비뼈 조각 몇 개를 이유로 수십t의 쇠고기를 몽땅 퇴짜 놓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면서 우리의 미국산 쇠고기 검수가 문제인 것으로 몰았다. 그러나 일본이 ‘뼈있는 고기를 허용’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을 교묘하게 호도한 것이다. 일본은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한 20개월령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우리보다 오히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일본은 뼈있는 쇠고기도 수입한다’는 점만 부각함으로써 일본이 수입 대상 자체를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정해 광우병 위험에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것이다.

나아가 사설은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미국이 수입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70만대를 전부 조사해 한 대라도 문제가 있으면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감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쇠고기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 외고집을 부리다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협상의 대상도 아닌 ‘쇠고기 수입’ 문제를 끌어들여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미국을 비판하기는커녕 미국의 억지주장을 근거로 농림부를 겁박한 꼴이다.

구차한 이념공세도 등장했다. 사설은 “우리 사회 일부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에게 광우병을 권장하는 것’이라고 선동하며 반미 정서를 부추기는 움직임도 있다”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한 데 대해 ‘반미정서 부추기기’라고 몰아붙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자 또 다시 낡은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중앙일보, ‘WTO 제소된다’며 겁박
중앙일보도 같은 날 <취재일기-‘쇠고기 협상’ 이긴 걸까?>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이 불발로 끝난 것에 대해 “과연 우리가 이긴 것일까”라며 반문하고 나섰다.

기사는 2001년 유럽에서 광우병 소동이 일어나자 당시 국내 낙농육우협회에서 한국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캠페인을 펴고 이에 농림부도 동조했지만 이번에는 “광우병 공포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2001년 당시 우리나라는 유럽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번진 광우병 공포로 국내산 쇠고기 소비까지 악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낙농육우 단체와 농림부가 국민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던 것이다.

광우병 소가 발생한 미국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인데, 여기에 뼈가 섞인 쇠고기까지 수입하라고 압박하고 나오니 주무부처가 제 정신이라면 이를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농림부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하는 안을 냈고 미국은 이마저 거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기사는 농림부를 향해 ‘광우병의 공포를 최대한 부각시킨다’고 비난하고 있으니 ‘농림부의 직무유기’를 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사는 또 오는 5월에 열리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위험이 없는 국가’ 판정을 받는다면 “갈비나 부산물까지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불확실한 미래 상황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지금부터 미국의 뼈있는 쇠고기 수입 요구를 들어주자는 주장이다.

광우병에 대한 여러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고 있고 ‘광우병 청정국가’ 판정을 받기 위한 미국 정부의 로비가 거센 상황에서 OIE 총회의 판정을 무조건 믿을 수 없을뿐더러, 그나마 미국이 ‘광우병 위험이 없는 국가’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뼈있는 쇠고기 수입’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OIE의 기준(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2.3.13.1조)에는 “30개월령 이하의 뼈를 제거한 골격 근육살(deboned skeletal muscle meat)은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국의 검역기준 역시 이를 근거로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이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에 대한 OIE의 판정만으로 한국의 검역기준을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13일에도 2면 <미국 ‘광우병 족쇄’ 5월 해제 확실시/‘뼛조각’ 문제 못 삼는다>에서 또다시 ‘OIE총회’를 거론하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이날 사설 <한·미 FTA, 이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에서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위험국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미국 쇠고기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 계속 거부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하는 등 통상 분쟁에 휘말릴 것”이라고 ‘겁박’했다.

 미국 압력이 ‘단어 해석 차이’ 때문?
동아일보는 12일에 기사와 ‘기자의 눈’에서 ‘뼛조각 쇠고기’ 문제를 다뤘다.
4면 기사 <“미 의원들, 한국WTO제소 결의안 움직임”>는 미국 의원들의 WTO 제소 움직임과 쇠고기 문제에 격앙되어 있는 미 의회 의원들의 반응을 전달하며, 이태식 대사의 ‘사견’임을 전제로 “검역 결과 나오는 뼛조각 수의 상한선을 정해 기준을 초과하는 때에만 반송하는 식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국제수역사무국(OIE)의 5월 심사를 거론하며 “(미국이)청정국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OIE 판정은 권고사항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영향력과 구속력이 있어 미국은 청정국가로 선정되면 뼈있는 쇠고기 수입까지 한국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34면 <기자의 눈; ‘쇠고기 뼛조각’ 해석차? 시각차?>에서는 이번 수입검역기술협의 회의의 쟁점이 ‘양국의 단어 해석 차이’인양 몰아가며 쇠고기 수입을 압박하는 미국 측의 억지를 사실상 두둔하고 나섰다.

기자는 논란이 된 ‘수입위생조건’의 ‘문구’를 거론하며 합의 조건인 ‘뼈없는 살코기’의 영어 ‘deboned’에 대해 “한국은 이를 ‘뼈가 전혀 없는’이란 뜻으로” 해석했지만 “미국은 ‘뼈를 발라낸’ 정도로 해석했다”고 양측의 ‘단어 해석’에 ‘차이’가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수출 쇠고기의 반송’에 대해서도 ‘The export beef’에 대해 “한국은 ‘한국에 싣고 들어온 모든 쇠고기’로 미국은 ‘뼈가 검출된 상자’로 서로 다르게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뼈’가 통뼈같이 부피가 큰 뼈만 뜻하는지, 아니면 뼛조각도 포함하는지는 역시 논란거리”라고도 했다.

기자는 “기본적인 오해가 있으니 협의가 잘될 리가 없었다”며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압력을 문구 해석을 둘러싼 양측의 오해로 몰고, 쇠고기 문제가 ‘한미FTA협상’의 주요 쟁점이 되었으니 “국민 안전과 협상 실익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적절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한미FTA 7차 협상을 앞두고 수구보수신문들은 ‘쇠고기 문제로 판이 깨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미국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더라도 FTA만 체결하면 된다는 태세다. 그렇지 않다면 광우병 우려 쇠고기에 대한 당연한 검수를 FTA 협상의 ‘걸림돌’로 접근하면서 농림부를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미FTA를 강행하는 정부와 이를 적극 지지하는 수구보수신문들에게 누차 요구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국민들 식탁에 올리면서까지 체결한 한미FTA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이익이 도대체 무엇인지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이와 같은 당연한 요구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수구보수신문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들 신문은 ‘한미FTA를 체결하고 싶으면 뼛조각 쇠고기도 수입하라’는 미국의 오만무례한 태도를 일관되게 두둔하고 있다. 도대체 자기 나라 국민의 안전과 건강은 아랑곳없이 미국의 요구만 들어주면 된다는 이들 신문의 무모한 ‘용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수구보수신문들에게 거듭 경고한다. 광우병 우려 쇠고기를 수입하면서까지 체결한 한미FTA의 참담한 결과에 대해 수구보수신문들도 ‘선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뿐만 아니라 만의 하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국제교역의 순리’, ‘WTO 제소’ 운운하며 미국의 압박에 힘을 실어준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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