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재개정, 민생과 무슨 상관인가?"

[논평] 민언련, "보수언론 대통령·야대표 민생회담에 엉뚱한 주문"

민언련 | 기사입력 2007/02/01 [10:13]

"사학법재개정, 민생과 무슨 상관인가?"

[논평] 민언련, "보수언론 대통령·야대표 민생회담에 엉뚱한 주문"

민언련 | 입력 : 2007/02/01 [10:13]
이르면 다음 주 중에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민생·경제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6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강 대표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대통령과 만나 일자리 창출, 집값 잡기, 교육부담 줄이기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먼저 ‘민생회담’을 제안했다. 회담은 의제에 ‘개헌’을 포함하느냐 여부로 잠시 논란을 빚었으나 청와대가 이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해 성사되었다.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겠다는 것은 말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회담이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번 회담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이른바 ‘빅딜’의 자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일각에서 벌써부터 사립학교법 재개정안 처리, 한미FTA 체결 등을 ‘정치적 합의 목록’에 넣어 해결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특히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민생현안’을 처리하지 못한 책임의 소재를 흐리면서 자신들과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사학법 재개정·한미FTA체결이 ‘민생현안’?


조선일보는 31일 <대통령과 야당 대표, 민생 합의의 ‘기적’을>이라는 사설을 싣고 “지금 국회에선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열린우리당이 거부하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 때문에 로스쿨 도입을 위한 사법개혁 관련 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시급한 법안의 처리가 발목이 묶여 있다”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갔던 한나라당의 잘못까지 열린우리당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또 “대통령 스스로가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여당에 신축적 태도를 주문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지도급 인사들도 최근 사학법 개정 등 4개 입법에 매달렸던 것이 당이 ‘이모양 이꼴’이 된 원인이라고 고백한 적도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의 ‘지리멸렬’이 ‘개혁입법’ 때문인 양 몰았다.

사설은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사학법 해법을 제시하고, 열린우리당은 이를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압박했다.

나아가 “대통령은 한·미FTA를 정말 체결할 생각이 있다면 야당 대표와의 합의를 이끌어내 이를 바탕 삼아 마지막으로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나라의 장래가 걸린 한·미FTA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며 자신들이 끊임없이 선동해 온 한미FTA를 ‘민생회담’의 의제로 끌어들여 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결국 ‘야당·수구언론 요구’ 다 들어주라는 것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 <대통령은 겸손하게, 야당 대표는 분명하게>에서 전작권 환수 반대, 한미FTA체결, 사학법 재개정 등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것을 이번 회담에서 ‘해결할 과제’로 요구하고 나섰다.

사설은 대통령에게 “중립내각이 왜 필요한지, 전작권 환수를 서두르면 왜 안되는지, 사학법 재개정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의 ‘급진 개혁파’를 대통령이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를 들어야 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왜 막혀 있으며 야당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청와대와 내각의 선거중립 의지는 어떤 것인지, 사학법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 2월 임시국회에서 연금·사법 개혁 관련 법안 통과가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에 대해 ‘협조를 구하라’고 요구했다. 한 마디로 사학법 재개정, 한미FTA체결 등을 회담의 ‘목표’로 기정사실화 하면서 이를 위해 한나라당과 ‘협조’하라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교육 대책, 중립내각, 개헌 문제 등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하라고 주문했다. 즉, 한나라당과 수구보수 신문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해 온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개혁후퇴 또는 개혁정책 포기 요구들을 끝까지 관철시키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도대체 수구보수신문이 주장하는 ‘민생현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FTA를 체결하는 데 대통령과 야당이 협조하고, 사학법을 재개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민생 현안인가? 이들 신문이 말하는 ‘민생’이란 사학재단 관계자들의 기득권이란 말인가?

게다가 국민적 동의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거센 반대에 부딪혀 있고 아무런 실익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퍼주기 협상’, ‘굴욕협상’을 대통령과 야당이 밀어 붙이는 것이 상생의 정치인가?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관계자들이 고집하는 ‘개방형 이사제’는 공교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면서도 사회적 감시는 받지 않았던 사학재단들의 운영 투명성을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이것마저 한나라당 등의 ‘떼쓰기’에 밀려 양보하겠다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이 스스로의 무능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싸늘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이른바 ‘개혁입법’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계속 헷갈리면서 국민들이 기대했던 최소한의 개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구보수신문들은 잘못된 원인을 근거로 내세워 “한나라당을 닮아라”는 엉뚱한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또다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수구보수신문의 잘못된 처방을 받아들인다면 그야말로 ‘죽을 길’만 골라서 가는 꼴이다.

한나라당도 차기 수권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책임 있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여라. 또다시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매달려 남은 2월 임시국회마저 파행으로 몰아간다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수구보수신문들에게 거듭 촉구한다. 자신들의 정략적 요구를 ‘민생현안’의 과제로 호도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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