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동영상 '욕하며 보여주기' 안 된다"

[민언련 논평] 여학생 성추행 동영상 관련 방송보도의 문제점

민언련 | 기사입력 2007/02/07 [14:26]

"인권침해 동영상 '욕하며 보여주기' 안 된다"

[민언련 논평] 여학생 성추행 동영상 관련 방송보도의 문제점

민언련 | 입력 : 2007/02/07 [14:26]
동영상 UCC사이트인 엠앤캐스트에 “성폭행 현장”을 담았다는 동영상이 게재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골목길에서 두 명의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의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SBS는 5일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 <‘성추행 동영상’ 충격>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악성콘텐츠에 대한 경찰의 사이버 단속을 다루며 악성콘텐츠의 첫 사례로 여학생 성추행 동영상을 내보냈다.

이 보도에서 앵커는 “인터넷 UCC 사이트에 성추행 목격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며 인터넷 세상의 추한 뒷면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어 보인다고 보도를 시작했다.

<‘성추행 동영상’ 충격>은 시작 부분에서 오늘 새벽 한 UCC 전문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이라며, 네티즌이 찍은 여학생 성추행 장면을 10여 초간 보여줬다. 이 보도는 멀리서 찍은 원래 동영상 보다 추행 장면을 확대해 보여줬다.

이어 이 보도는 악성댓글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악성콘텐츠들이 범람하자 경찰이 특별단속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이버 명예훼손, UCC를 이용한 지적재산권 침해와 불법 선거운동, 인터넷카페를 통한 범죄 모의 등이 사이버 범죄 단속의 주요대상이며 불법, 유해 콘텐츠 유포를 방치하는 인터넷 사업자도 처벌하기로 했다는 경찰의 단속 방침을 전했다.

다른 방송사가 아침 뉴스에서 경찰의 사이버 범죄 단속 방침을 소개하고 메인뉴스에서 이를 다루지 않은 것과 달리, SBS는 여학생 성추행 동영상을 사례로 들어 관련 사안을 보도한 것이다.

같은 날 KBS2TV 저녁뉴스인 ‘뉴스타임’도 인터넷 이슈를 소개하는 ‘뉴스담기’ 코너에서 <여학생 폭행 동영상 논란>이라는 꼭지를 짧게 다뤘다. ‘뉴스타임’은 이 꼭지를 다루는 내내 여학생 성추행 장면을 내보냈고, “희미한 조명 아래서 두 명의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폭행한다. 뿌리치는 여학생을 완력으로 제압한 뒤 몸을 더듬기까지 하는데요.”라며 성추행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뉴스타임’은 성추행 동영상의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뉴스타임의 ‘뉴스담기’ 꼭지가 인터넷상의 가십성 기사를 다루는 꼭지라 해도 ‘성폭행 현장’을 담았다는 동영상을 그대로 소개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여학생 성추행 동영상은 자작극이라는 설까지 나돌고 있고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다. 인터넷을 통해 문제의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방송보도가 사실 검증조차 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태도다.

두 보도가 문제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고는 하나 성추행 동작을 알아 볼 수 있어 선정적 보도에 대한 ‘면피성 조치’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으로 범죄행위 장면이 유포되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12월에도 여중생 폭행 동영상이 한 사이트에 올라와 피해자가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적이 있고, 그 외의도 폭행 사례가 동영상으로 유포된 후 피해자들이 더 큰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다.

경찰청은 지난 4일 명예훼손, 불법선거운동, 범죄 모의 등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불법ㆍ유해 콘텐츠를 방치하는 사업자도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 다음날인 5일 ‘성추행 동영상’이 유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악성 콘텐츠들이 인터넷 상으로 빠르게 유포되는 것을 경찰이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사업자들이 악성, 불법 콘텐츠들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고, 언론사들이 최소한의 사안조차 검증하지 않고 파문을 확산시키는 창구가 되어서는 수많은 이들의 인권침해, 범죄 등을 막을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영향력이 막강한 지상파 방송이 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방송보도가 인터넷 상의 악성·불법·유해 콘텐츠 유포와 관련한 보도를 내보낼 때 더욱 신중한 태도로 관련 사안을 다뤄주길 촉구한다. 사이버공간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선정적인 태도로 접근하지 말고 원인과 대안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

또한 KBS 뉴스타임의 ‘뉴스담기’가 인터넷 가십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을 중단하고, 인터넷 뉴스를 철저하게 검증해 뉴스를 내보내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뉴스담기’는 선정적인 인터넷 컨텐츠의 확산 통로 역할만 하게 된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코너의 성격변화를 검토해 줄 것을 촉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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