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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9.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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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눈앞에 있는 새벽의 광명, 새벽의 빛"
[연재소설] 홍매지숙명 피다, 제21장 혈염산하(血染山河)(21-3)
 
이슬비

<지난 글에 이어서>

너는 당분간 내 거야. 너를 죽이든 살리든 그건 모두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거지. 어때? 신씨가 가주의 정실이 한씨가의 전대 후계에게 잡힌 기분이?”

고작 반쪽짜리 한씨 주제에, 꼴에 한씨라고 설쳐대는구나. 멍청한 놈. 그렇다고 해서 네가 온전한 한씨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봐, 네가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야. 네 누님께서 너를 위해 김씨가와의 동맹을 끊을지 그게 중요한 것이지.”

 

유흔은 신씨가 가주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렸다. 피와 시체로 지옥도가 된 벌판 위에 나고현성 군사들의 함성소리가 높아져갔다.

 

 

전투가 끝나고 유흔은 태수부 관저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서란이 피 묻은 검을 들고 시체들 사이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화야.”

 

유흔은 서란의 어깨를 붙들고 눈을 들여다보았다. 충혈 된 서란의 눈에는 피로감과 공허함, 그리고 약간의 결의가 담겨 있었다.

 

유흔은 서란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란의 주위에 널브러진 시신들은 모두, 태수부 관저를 지키던 병사들의 시신이었다.

 

너였구나, 카무라 프리 샤르휘나.”

 

…….”

 

모두 네가 한 일이었어.”

 

유흔은 서란을 품 안에 끌어안았다. 유흔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서란은 그대로 눈을 감았고, 유흔은 그런 서란의 등을 토닥이며 노래를 불렀다.

 

kyrie, kyrie, kyrie, kyrie, elesion

kyrie, eleision, kyrie, eleision

kyrie, eleision, kyrie, eleision, christe, eleision

kyrie, elei, kyrie, kyrie, eleision

 

화야,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알아?”

 

아니.”

 

서란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유흔이 가르쳐줘서 따라 부른 노래였을 뿐, 서란은 노래 가사의 의미도, 노래의 기원도 알지 못했다. 유흔은 흐음, 하고 한동안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사실, 이 노래는 장송곡이야.”

 

장송곡이라고……?”

 

그래, 장송곡. 장례식 때 부르는 노래지.”

 

유흔은 서란의 흐트러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정돈해주었다. 그와 동시에 챙강, 하는 소리와 함께 서란의 검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유흔은 다른 손가락을 들어 서란의 눈 옆 상처를 쓰다듬었다. 상처는 전보다 조금 옅어져 있었다.

 

저 먼 서양의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 때, 이 노래를 불러. 그들의 신에게, 신의 아들에게, 신의 아내에게 자비를 구하는 노래를 바치면서,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제물 삼아 자신만은 죽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지.”

 

…….”

 

그들에게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뒤섞이고, 뒤바뀌고, 누군가의 죽음을 제물 삼아 또다른 누군가가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오직 신의 영역이거든.”

 

그리고 너는 그것을 해낸 거야, 카무라 프리 샤르휘나.’

 

유흔은 다시 한 번 서란을 꼭 끌어안았다. 이곳과는 다른 세상, 모두 똑같이 지옥에 있으나 마음만은 천국에 가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 그곳에서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일을, 인간인 카무라 프리 샤르휘나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새벽의 광명, 새벽의 빛, 카무라 프리 샤르휘나가 해낸 것이었다.

<다음 글로 이어짐>


알바노동자, 여성, 정신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와 다중소수자라는 정체성 속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해방세상이 와도 탄압받을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사입력: 2018/08/26 [11:05]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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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연재소개
알바노동자, 여성, 정신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중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작가 이슬비. 그가 체험한 폭력과 상처, 그리고 억눌렸던 삶을 녹여 쓴 서사극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 피다'. 가상의 중세 섬나라 부 상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컬트무협판타지 그 소설 속으로...
서란은 이제 유흔이 들기에 벅찰만큼 무거웠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새벽의 광명, 새벽의 빛"
"비 오는 날의 전투란 곧, 지옥의 아귀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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