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아르헨 여행 '아빠는 요리사'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9/03/28 [10:26]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아르헨 여행 '아빠는 요리사'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9/03/28 [10:26]

우리는 지금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에 있어.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보러 오는 중요한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큰 이유도 있지. 그것은 바로 맛있다고 소문난 아르헨티나의 소고기를 먹기 위해서야! 어쩌면 우리의 여행은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다양한 요리를 맛보는 음식 여행인 듯싶구나. 그래서 오늘은 너희에게 음식 이야기를 해 볼까 해. 아직은 어리지만 지금부터라도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요리 몇 가지를 하거나 요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면, 앞으로의 학교와 사회생활에 다양하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인도에서의 첫날 아침을 우리는 사모사로 먹었던 것, 기억하니? 하지만 승빈이는 입맛에 맞지 않아서 거의 먹지를 못했지. 찬형이는 아빠처럼 가리는 음식 없이 무엇이든지 잘 먹었지만, 승빈이는 김치도 잘 먹지 않고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식품 종류를 주로 좋아했었어.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듯이 우리들이 가는 나라에서는 그들의 문화나 풍습을 존중하고 음식도 적극적으로 시도하려고 노력했단다.

 

 

그 결과 찬형이는 여전히 모든 음식에 도전하며 현지인처럼 잘 먹었고, 승빈이도 웬만한 나라의 전통음식은 모두 시도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김치와 된장 없이는 밥을 못 먹는 한식 마니아가 되었지. 그런 결과가 있기까지 아빠는 난생 처음으로 많은 음식에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음식과 요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단다.

 

아빠의 요리는 유럽 캠핑의 첫 나라인 룩셈부르크에서부터 시작되었지. 파리의 한인마트에서 다양한 부재료를 구입했지만, 첫 번째 음식은 간단한 등심구이였어. 그때까지만 해도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기에 최대한 간단하면서 칼로리가 높은 고기 굽는 것으로 시작했던 거야. 그 이후로도 나라별 다양한 고기 사랑은 계속되었고, 결국 소문 따라 이곳 아르헨티나까지 소고기를 사 먹으러 오게 된 거란다.

 

원래 전체 일정 중 아빠 계획은 유럽에서만 캠핑하면서 음식을 해 먹는 것이었어. 하지만 시장도 자주 보고 요리하느라 힘들지만, 비용과 편리성으로 인해 나머지 일정에서도 가능한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했단다. 물론 너희가 아빠 음식을 좋아해 준 이유도 한몫했지. 그래서 요리 관련 기본적인 도구들도 구입하고, 숙소를 구할 때는 항상 키친을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했단다. 덕분에 공동 키친에서 요리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배낭여행자들과도 친해지고 음식도 나누고 덤으로 좋은 여행 정보도 얻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아빠가 음식을 직접 해 보니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지, 요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 요리는 간만 잘 맞추면 어떤 요리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아빠는 된장과 소금으로 모든 음식의 간과 맛을 조절하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세계 어디를 가든 된장, 소금, 고춧가루만 있으면 모든 음식을 한식화해서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에게 제일 소중했던 된장은 각 나라의 한국슈퍼에서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 엄마와 삼촌이 우리와 함께했을 때 가져온 재래된장으로 아껴 가며 요긴하게 잘 사용했어.

 

된장은 단백질이 소고기의 2배, 불포화 지방산 풍부, 항암효과, 항산화 효과, 해독작용 등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많은 효능이 있으니 앞으로도 된장 사랑을 계속했으면 좋겠구나. 효능 많은 된장인 만큼 아빠는 고기 쌈장, 된장국, 간단한 나물, 라면, 비빔밥, 찌개, 샐러드 등 다양한 음식에 만능으로 사용해서 요리를 완성했지. 물론 제한된 재료라 레시피를 단순화하고 된장과 소금 위주로 나라별 창조적 요리를 하다 망한 적도 많았지만, 다행히 너희가 고맙게 잘 먹어 주었단다.

 

우리가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먹은 것들은 쌀밥, 찌개류, 샐러드, 된장 라면(현지), 할머니 돈찌개, 삼겹살, 스테이크, 감자볶음, 다양한 비빔밥, 여러 가지 볶음밥, 카레, 야채 소시지 볶음, 아이스 바인(독일식 족발), 간단한 겉절이 김치, 계란 말이, 계란 국, 국적 없는 다양한 요리 등이란다. 그럼 아빠가 시도해 보았던 음식들을 간단하게 알려 줄게.

 

1. 롱그레인으로 차지게 밥하기

해외에서 한식을 먹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밥하는 것이란다. 밥만 있으면 고추장, 된장 등 장류만으로 비벼서도 먹을 수 있고, 어떻게든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마저도 우리나라 쌀과는 달라서 밥을 하면 밥알이 날리는 등 익숙한 밥하기가 쉽지 않았단다. 아빠도 유럽에서 시작한 밥하기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했지. 처음에는 파리 한인 마트에서 쌀을 구입했기 때문에 좋은 밥에 적당한 반찬으로 한식 입맛을 달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현지 쌀로 밥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어.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치면서는 나름 노하우가 생겨 북미와 남미에서는 그나마 저렴한 쌀로도 먹을 만한 밥을 지을 수가 있었지만 말이야.

 

 

롱그레인으로 편하게 찰진 밥을 하려면 비싼 일식 스시용 쌀을 30% 정도 섞으면 된단다. 스시용 쌀이 비싸거나 없을 때는 먼저 보통 밥 지을 때보다 물을 40% 더 부어 주고 소금과 식초를 조금 넣어 주어야 해. 그리고 밥이 끓은 후에는 불을 50%로 줄여 주고 10분 정도 더 두면 그나마 찰진 밥을 먹을 수 있지. 가끔은 물을 넉넉히 넣고 뚜껑을 열고 끓을 때부터 계속 저어 주면서 밥을 해도 먹을 만하게 잘되었단다.

 

2. 할머니 돈찌개

아빠 고향집에서 할머니가 자주 해 주시던 음식이라 우리가 ‘할머니 돈찌개’ 또는 보성돈찌개라 새롭게 이름을 붙인 요리야. 레시피는 아주 간단한데 시원하고 맛있는 신기한 요리이지. 꽤 자주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고, 우리에게 언제나 새롭게 만족감을 주는 음식이었어. 조리법은 아주 간단해. 돼지고기 앞다리 살, 양파 듬뿍, 된장, 마늘, 고춧가루만 넣고 끓이면 최고의 음식이 탄생하지. 우리는 된장이 귀하다 보니 넉넉하니 넣지 못해 소금으로 간을 해서 한식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 이 음식 하나로 모든 힘듦과 향수병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단다.

 

3. 아보카도 비빔밥

아보카도 비빔밥은 우리도 주로 남아메리카에서 해 먹었던 별미야. 캘리포니아 롤로 인해 알게 된 아보카도는 아빠가 20대부터 좋아하는 과일이란다. 과일인데 그냥 그 자체로는 아무 맛이 없지만, 다른 재료와 함께하면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맛을 내지. 아보카도가 한국에서는 수입품이라 비싸지만 남미에서는 20%의 가격이라 콜롬비아에서 우연한 기회에 처음 먹은 후에 각 나라별로 자주 해 먹었고, 이곳 아르헨티나에서도 반찬이 없을 때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있지.

 

요리법은 조금 된밥에 아보카도 반 개, 계란 프라이, 참기름, 그리고 소금이나 간장만 넣으면 되고 김이나 기타 재료가 있으면 넣어도 된단다. 이 요리를 위해 남미에서는 참기름을 소중히 아껴서 먹고 있는 중이야.

 

4. 카레
카레는 아빠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요리야. 그냥 기본 야채 준비해서 볶고 카레만 넣어서 끓여만 주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기 때문이지. 처음 시도할 때는 긴장과 걱정을 했지만, 막상 해 보니 어렵지 않게 잘 만들 수 있었단다. 더구나 카레는 간 보호와 탁월한 해독작용, 심장병 예방에 좋고 특히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주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란다.


그런데 찬형이 넌 왜 인도와 유럽에서 카레를 많이 먹었는데도 살이 쪘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하하하! 카레는 당근, 양파, 감자, 파프리카 등 기본적인 야채를 깍둑썰기하고 돼지고기나 소고기와 함께 프라이팬에 볶다가 물과 카레가루를 넣고 끓이면 끝나고, 양을 많이 해서 2~3끼 먹기에도 편한 음식인 듯싶어.

 

 

5. 겉절이 김치

이번 여행으로 삼부자 모두가 김치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어느덧 없으면 못 사는 음식이 되었단다. 특히 승빈이 너는 입맛이 한식 입맛과 더불어 어른 입맛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김치가 한몫했지. 김치의 소중함으로 대도시나 한인마트 정보가 있으면 제일 먼저 찾아가서 김치부터 살 정도였어. 하지만 모든 나라와 도시에서 구할 수는 없어서 아빠는 간단한 김치 만들기에도 도전했지. 김치도 연구해 보니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듯해.

김치는 발효식품으로, 발효 과정에서 생긴 유산균은 소화도 잘되게 하고 장도 깨끗이 해 주고 항암 및 고혈압 예방도 하는 등 맛도 있고 건강에도 아주 좋다는 것을 공부로 알게 되었단다.

 

한국이 아니다 보니 제대로 된 김치를 만들어 먹기에는 재료가 제한적이어서 아빠는 간단하게 겉절이를 주로 했었지. 김치 샐러드라고 해도 좋을 듯해. 그중에서 가장 많이 해 먹은 것이 배추와 상추 겉절이란다. 여행하면서 구할 수 있는 것이 각종 야채인데, 아빠는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비슷한 배추와 열무 같은 야채만 있으면 일단 사서 간단하게 된장을 위주로 버무려서 한 끼를 해결하곤 했지.

배추와 열무 겉절이는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된장, 마늘 그리고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양파를 넣어서 주물러 주면 끝이고, 혹시 고춧가루나 귀한 참기름이 있다면 한두 방울 더해 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단다.

 

상추겉절이는 우리가 주로 고기쌈 먹고 나면 남을 때 자주 해먹은 것으로 간장, 마늘, 고춧가루만 넣어서 버무리면 끝이지. 모든 겉절이에 깨가 있으면 훨씬 비주얼도 좋고 맛도 배가되니 기회가 될 때 구해 두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단다. 혹시라도 김치를 구할 수도 없고 바로 만들기도 어렵다면 양파를 적당하게 잘라서 절이거나 올리브, 할라피뇨, 오이장아찌도 김치 대용으로 좋아.

 

6. 고기, 고기, 고기

여행하면서 가장 간단하게 잘 먹을 수 있는 것이 각종 고기 요리란다. 고기와 함께 야채도 많이 먹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었지. 특히 대부분의 나라에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칼로리도 높아 1석 2조라 할 수 있단다. 삼겹살과 스테이크는 제일 자주 먹었었고, 현지인들이 잘 먹지 않는 등뼈나 갈비 등은 다른 부위에 비해 더 저렴해서 현명한 식단을 운영할 수 있었어.

 

 

독일에서는 아이스 바인을 직접 잘 요리해서 새로운 맛을 경험했었지. 그리고 디즈니 월드에서 점심으로 소갈비 한식 도시락을 먹었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너희는 김치 냄새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러워했지만, 만족도는 아주 높아서 오후 일정도 에너지 넘치게 보낸 기억이 있을 거야.

 

삼겹살이 없는 도시에서는 비계 있는 돼지고기를 사서 60% 정도 냉동 후 조금 두껍게 자르면 싸고 먹음직스럽게 만들 수 있단다. 그리고 고기에는 된장만 있으면 되지만, 혹시 없다면 소금으로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지. 하지만 고기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의 불균형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횟수를 조절하고 야채도 많이 먹는 습관을 들이기를 바란다.

 

7. 기타

우리가 가끔씩 간단하게 먹었던 비빔밥과 볶음밥은 각종 야채나 고기, 참치 캔, 소시지 등을 넣어서 비비고 볶으면 만족스러운 한 끼를 만들 수 있단다. 이것은 어떤 나라에서나 가능한 재료를 구해서 하면 되니, 요리하기 힘들거나 시간이 없을 때 해 먹으면 행복과 포만감을 안겨 줄 거야. 끝으로, 음식 만들 때 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넣는 순서는 설탕, 소금, 식초, 간장, 된장, 고추장이라고 하니 음식 할 때 잘 기억해서 해 보기 바란다.

 

아들아,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해서 아빠 시대와는 달리 남자가 요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단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아빠도 요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지만, 너희들도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을 것이고 양파 까기, 마늘 까기, 설거지하기 등 다양하게 참여하면서 입문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특히 여행하면서 먹는 것은 아주 중요하단다. 항상 스케줄 계획할 때 식사는 어떻게 할지도 미리 감안하고 하루를 보내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구나.

 

 

 

아빠 조언: 요리를 할 줄 알면 인생이 더 즐거워진다. 잘 먹는 사람이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잘 먹어라!

 

아들 생각: 먹을 때마다 항상 행복해요!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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