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 갔어35] 고흐에게 사랑을 느끼다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8/02/16 [10:32]

[학교를 안 갔어35] 고흐에게 사랑을 느끼다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8/02/16 [10:32]

아들아, 엄마 아빠가 집에서나 여행하면서 항상 했던 말이 있는데 기억하니? 너희 둘은 싸워서 이겨야 할 상대가 아니고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할 사이라고…. 아빠 생각에 너희는 아주 운이 좋은 형제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운이 좋다는 말을 잘 모를 거야. 물론 지금처럼 자주 싸우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싫어하든 좋아하든 항상 곁에 있을 사람이 형이고 동생인 가족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해.

 

▲ 즐겁게 고흐 박물관에서 체험 학습하는 현지 어린 학생들   

 

나이가 들수록 친구 이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여행하면서도 너희 둘이 같은 언어로 대화도 가능하고 장시간 이동할 때나 잠깐 쉴 때나 언제든지 함께 즐겁게 놀 수 있으니, 이 장기여행의 기회를 통해 돈독한 형제애가 생기길 바란다.

 

아빠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에 왔는데 왜 형제애를 얘기할까? 고흐가 어렵게 살았지만 그나마 그림 그리며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동생인 테오 덕분이란다. 끝없이 믿어 주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단다. 아주 친한 친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족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사실 아빠가 처음에 고흐를 알았을 때는 삶이 고달팠던 힘든 예술인이라는 생각과 함께 측은지심이 들었어. 하지만 그의 곁에 평생토록 이해해 주며 믿어 준 동생 테오가 있다는 것을 알고 또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를 보고 나니, 고흐가 마냥 불쌍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서 20세기 미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현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 중의 한 사람이야. 그리고 오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에서 고흐와 그의 그림에 대해서도 배우고 들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다음 달에 파리와 아를에 가서 고흐가 머물렀던 곳에서 그림의 배경을 볼 때면 훨씬 실감나고 그의 삶 속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거야.

 

▲ 고흐의 자화상 앞에서 

 

고흐는 어려서 곤충을 좋아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었고 화랑의 화상, 전도사의 시절을 지낸 후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화가의 인생을 시작했단다. 고흐는 늦게 그림을 시작했지만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끊임없는 연습으로 그림에 대한 희망과 열정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상태에 도달하려는 노력으로 진정한 화가가 되었지. 힘든 상황에서도 고흐가 화가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동생 테오가 정신적·물질적으로 고흐가 원하는 화가의 삶을 살도록 평생토록 옆에서 묵묵히 이해해 주며 믿어 주었기 때문이란다.

 

오늘 고흐 미술관에서 귀한 4시간을 보내면서 기존에 알던 지식과 어제 저녁 공부한 것 그리고 오늘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부족한 지식으로 너희에게 설명해 주느라 혼이 빠질 만큼 피곤하지만, 고흐란 한 인간의 인생과 그의 그림 세계에 대해서 훨씬 깊게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어. 또한 가족 특히 동생 테오와의 관계도 알게 되니, 고흐가 불쌍한 유명한 화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아빠 가슴 깊숙이 각인되는 기회가 됐단다. 너희도 그럴까? 그래도 고흐를 통해서 〈빈센트〉(Vincent / Don Mclean) 노래와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이란 노래를 서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찬형아, 승빈아! 아빠는 너희가 고흐와 테오 관계 이상으로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관계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지금 이렇게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통해 너희 둘 사이의 애정이 더욱 돈독해 졌으면 좋겠구나.

 

다음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한 구절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가 차라리 낫다는 말인데, 너희도 적극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 도날드 덕 자화상 앞에서

 

“테오야, 나는 미래를 예언할 수는 없으나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라는 영원한 법칙은 알고 있어. 10년 전을 생각하면, 모든 게 너무 달랐지. 환경, 사람들의 분위기, 요컨대 모든 것이 말이야. 따라서 앞으로 10년 사이에도 다시금 많은 변화가 올 거야. 그러나 우리가 한 일은 남을 거고 그렇게 한 사람들은 쉽게 후회하지도 않을 거야. 적극적인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지. 나는 게으르게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실패하는 쪽이 좋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중 -

 

아빠 조언: 고흐와 테오 같은 형제애를 가져라.

아들 생각: 가족 이야기도 함께 들으니 그림이 더 재미있어요!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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