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 갔어] "아빠, 한국 사람이에요"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삼부자 세계여행기와 삶의 지혜 찾기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7/06/08 [10:27]

[학교를 안 갔어] "아빠, 한국 사람이에요"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삼부자 세계여행기와 삶의 지혜 찾기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7/06/08 [10:27]

찬형아, 승빈아!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 진정한 세상살이를 배울 수 있단다. 아빠가 좋아하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 있지.

    

子曰, 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자왈, 삼인행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중에 선한 자를 가려서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야 한다”라고 하셨단다. 어디에서 누군가를 만나든 배워야 한다는 것으로 어떤 만남이든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란다.

 

▲ 벽화와 부조가 인상적인 아잔타 석굴을 가마로 오르는 여인. 부럽다.

 

오늘도 우리는 우연히 한국분을 만나서 한국에 대한 향수도 달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다행히 너희들이 적극적으로 인사하고 아는 척을 해서 더 좋았단다. 사실 아빠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게 소극적이게 되는 것 같아. 너희 때는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만나든 모두 스승이 될 수 있고 인생의 좋은 멘토가 될 수 있기에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만남을 적극적으로 갖길 바란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배울 만한 것이 반드시 있음을 믿고 새로운 사람을 대한다면 큰 자산이 될 거야. 그 새로운 만남 덕분에 우리는 좋은 한국식당도 알게 되어 풍요로운 만찬도 가졌고 ‘미얀마’라는 예정에 없던 나라에도 가게 되었지.

    

“아빠! 한국 사람이에요!”

    

“어디? 정말?”

    

“맞아요! 제가 사람은 조금 알아본다고요!”

    

“안녕하세요!” 하며 찬형이가 먼저 큰 소리로 한국분에게 인사를 건넸던 기억이 생생하구나.

여행하면서 처음 보는 한국 사람이었지. 그분도 우리를 너무 반가워하셨어(아마도 한국 사람이고 애들이라서). 우린 서로 오랫동안 알아 왔던 사람처럼 서로 반가워했지. 6개월째 아시아를 여행하고 있다는 멋진 아저씨. 나도 반가워했지만 너희들도 너무 좋아라 해서 한참을 얘기하고 여행 정보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지. 우리의 목적인 엘로라 석굴은 아예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야.

    

그 친구로부터 미얀마와 라오스의 값진 정보도 얻는다. 인연이 되려는지 숙소도 가까워서 저녁도 함께할 수 있었어. 식당 이름은 인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미 식당! 좋은 한국 사람과 함께한 한국 음식이 더없이 좋았단다. 너희는 그분에게 간단한 마술을 배우며 더 즐거워했었지. 아직 여행 초반인데도 한국 사람이 좋고 한국 음식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낀 하루였어.

   

▲ 삼부자 기준 불가사의인 엘로라 석굴 사원

 

오늘은 어제 본 아잔타 석굴과 비슷한 불교사원의 엘로라석굴 투어를 하고 왔지. 게스트 하우스 주변 여행사를 알아보니 1,800루피(36,000원) 이상을 요구해서 그냥 로컬 버스를 타고 천천히 다녀오기로 한 우리는 지도 한 장 들고 중앙 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가서 온갖 손짓 발짓으로 간신히 표를 구할 수 있었어. 많이 지저분한 터미널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많은 인도 현지 사람들의 눈이 우리 삼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조금 적극적인 사람들은 우리에게 와서 뭐라 질문까지 했지. 참으로 난감하고 부담스러웠단다. 승빈이 너는 특히 남으로부터의 과한 시선을 힘들어하는 것 같아.

    

가는 길도 쉽지가 않았어. 주변 환경도 그렇지만, 버스의 모든 공간까지 구겨 넣은 듯 정말 많은 승객들에 비포장의 먼지까지…. 그 많은 먼지 속에서 음식을 팔고 또 사서 잘 먹는 인도 사람들이라니! 한 번씩 정차하는 곳에서는 더 탈 공간도 없는데 부채꼴로 사람들이 서로 타려고 달려들어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희한한 것은 그 사람들이 또 버스에 모두 탄다는 거야.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문득 아빠 어렸을 적 버스 타던 시절이 생각났어. 등교할 때는 많은 학생들이 한 버스만을 타야 해서 출입문 외에도 모든 유리창문으로도 뛰어서 타곤 했지. 우리 셋은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다가 밀려 밀려서 결국 운전석까지 밀려났어. 내렸을 때 우리 삼부자는 먼지를 뒤집어쓴 거지같았단다.

 

▲ 새로이 만난 멋진 한국인과 이름도 예쁜 장미식당에서

 

그렇게 어렵게 엘로라에 도착한 후 투어가 시작되었지. 2000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석굴로 약 34개의 cave가 있는데, 의미 있는 16개 정도만 둘러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16번 카르나 사원이 압권이었지. 불교·힌두교·자이나교 등 3대 종교예술이 함께하는 신전인데, 16번 굴은 힌두교 석굴이란다. 너희는 이 모든 석굴이 고대의 호텔과 식당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인물 설정과 장소 설정으로 마냥 즐겁게 떠들며 놀더구나.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장소이기에 무엇인가 배우기를 바랐지만, 신전을 무대로 새로운 상상력으로 노는 것도 괜찮아 보여서 나 또한 그냥 너희들의 놀이에 그렇게 빠진다.

    

아빠 조언: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단다.

아들 생각: 아빠처럼 아직은 얼굴이 두껍지 못해서….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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