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 갔어] 버스터미널에 쓰러진 삼부자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삼부자의 세계 여행기와 삶의 지혜 찾기!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7/08/16 [10:04]

[학교를 안 갔어] 버스터미널에 쓰러진 삼부자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삼부자의 세계 여행기와 삶의 지혜 찾기!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7/08/16 [10:04]

아들아! 오늘은 아빠의 무지로 인해 너희들과 이별을 할 뻔했구나! 많이 힘들었지만 이렇게 살아서 너희에게 글을 쓰고 있으니 이 또한 행복한 순간이구나.

 

▲ 간신히 살아나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를 릭샤를 타고

 

바라나시에서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뒤 버스를 타고 인도 국경인 소나울리까지 가는 길이었지! 또 지난주처럼 약간 어지럽고 눈도 더 침침해지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완전 피곤하고 머리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그냥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단다. 아빠는 정말 버스에서 내려서 아무 데서나 눕고만 싶었지.

 

처음에는 멀미인가도 싶기도 해서 나름 방법으로 참아 보았지만, 여전히 증상이 똑같아서 ‘내가 힘들고 지쳐서 많이 약해졌나 보다.’라고 생각했어. 정신은 혼미한데 날은 덥고 버스는 만원이고 길은 막히고 몸도 내 몸이 아니니, 당장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지. 너희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때는 너희들도 두 번째고 오직 아빠만이라도 일단 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작고 초라한 소나울리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터미널 땅바닥에 아빠는 그대로 쓰러지다시피 누워 버렸지.

 

“아빠? 괜찮으세요?”

“저희가 어떻게 하면 돼요?”

“힘드세요? 죽지 마세요, 아빠!”

“아니야! 그냥 조금 쉬면 나아질 거야! 너희들은 저기 대합실 그늘로 가서 쉬고 있어라.”

“아니에요, 저희가 아빠 지켜 드릴게요.”

 

하며 너희들도 아빠 따라서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누웠단다.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이렇게 셋 다 땅에 누우면 빨래가 또 많아질 텐데 하는 부질없는 걱정도 잠깐 스치고 지나갔지.

 

지나가는 인도인들이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이내 먼 꿈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1시간여가 지나서 아빠는 조금씩 기운을 차려서 대합실까지 갈 수 있었지. 정말 아빠는 죽는 줄로만 알았단다.

 

이 모든 원인은 말라리아약 복용 때문인 것 같아. 이 약이 어떤 사람의 간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데, 이로 인해 간이 피곤하고 힘드니 아빠의 모든 몸의 균형이 깨져서 이렇게 힘들었던 게 아닐까 싶어. 인도에서 몇몇 여행객들에게 그 약의 부작용에 대해 들었지만, 버틸 수 있을 것 같고 또 말라리아에 걸리면 안 되기에 너희들과 함께 매주 금요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잊지 않고 착실하게 복용을 해왔지. 아빠가 너무 융통성이 없이 바보처럼 약을 복용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이때 아빠는 처음으로 엄마가 했던 말을 인정하게 되었단다.

 

“여보! 당신은 너무 융통성이 없어요! 매일 하는 운동도 한 번 빠질 수 있고, 어쩌다 한 번 회사에 지각도 할 수 있어요! 조금 여유를 두고 살아 봐요!”

 

▲ 국경심사를 기다리며 

 

아들아! 살면서 혹시라도 진행하고 있는 또는 목표로 하는 일에 문제나 이상이 생기면 상황이 복잡하고 막막할지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다시 해야 한단다. 특히 항상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단호한 결단력으로 방향 수정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아빠도 몸에 분명 이상이 생겼고 약의 부작용에 대한 얘기도 들었기에 더 일찍 복용을 중단했다면 더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이 됐을 텐데…. 너희들도 특히 건강에 관련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방향 수정을 하여 조금이라도 덜 힘든 삶을 살기 바란다. 아빠는 너희들과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고 싶으니까!

 

아빠 조언: 무엇인가 징후가 있다면 잘 살피고 다른 의사결정을 해라.

아들 생각: 아빠! 알아서 잘 좀 챙기세요!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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