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녹동맹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녹색반가사유24] 시민사회·생태운동 손잡고 대운하 저지를...

정미경 | 기사입력 2008/01/24 [15:03]

적녹동맹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녹색반가사유24] 시민사회·생태운동 손잡고 대운하 저지를...

정미경 | 입력 : 2008/01/24 [15:03]
 이명박 정부가 곧 출범의 닻을 올리려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지연시키며 상황을 지켜보던 미국의 보수정권은 벌써부터 흥분에 들떠있습니다. 어떻게 하든 6자회담의 진행을 파탄시키려하는 의도에 꼭 들어맞는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지요. 자신들의 대 아시아 정책수행을 떠맡아할 대리인으로서도 마음에 쏙 드는 정권이기도 합니다. 백색블록은 말 그대로 완승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새 정권과 줄을 대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저들이 떠들어대는 실용주의는 중상주의이며, 가장 저급한 물신주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념갈등을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대중에게 각인되어가고 있어요.

 무언가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기대감에 부푼 사회 분위기가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건국화·근대화·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라는 구호로써 자신들의 본성을 가리는 술수의 능숙함에 자유당과 공화당,민정당의 계승자라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혀져가고 있어요.

 권력은 전례 없이 집중되고, 친자본적 성격은 날을 따라 강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살리기라는 전가의 보도 때문에 다른 모든 것들이 가려져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확대와 시장개척은 모든 정권이 추구하는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만, 새 정권이 내어놓는 그것은 철두철미 자본축적에 목적을 가진 악질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운 것으로 포장되어 헛된 기대감을 부풀리게 하고 있어요. 친미동맹의 강화와 반북공세의 확대는 사회를 급격하게 우향우로 치닫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는 국제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결론은 하나! 한반도 대운하로 그 돌파구를 뚫겠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유효수요 창출을 통해 고용과 경제 활성화의 기제를 마련하겠다는, 지금까지 계속 써먹어왔던 뉴딜정책의 연장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착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극우세력에 둘러싸여있는 새 정권은 그들을 결속시켜 반드시 그것을 추진하고야 말 것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앞에서 밑지고 뒤에서 파산하는 전대미문의 투기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대대손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안겨줄 투기일 뿐입니다.

 야당으로 추락한 범진보세력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지분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판갈이 투쟁이 고비를 넘겨 자주와 친선, 평화를 내다볼 수 있는 시점에서 반제생태평화의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을 바라보지 못한 채 범진보 세력의 안일과 범죄적 분열은 그 모든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기에 족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대치전선조차 형성하지 못한 범진보 세력의 구태의연함이 못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사회모순에 대한 치열한 탐색은커녕 한결같이 권력에 안주하여온 지난 시기에 대한 미련만이 가슴을 태우고 있을 뿐이에요.

 어차피 통합신당이라는 간판 아래 모인 정상배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니 소위 386세대로서 민주화운동의 동력으로 공인되었던 자들의 현실 안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노동당의 현실 안주가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노선이 가지는 자기 함정을 끝끝내 보지 못하고, 정치적 할거주의에 매달리는 모습은 더 이상 안쓰러워 바라볼 엄두조차 나지를 않아요.
 
 통일전선이니 연합전선이니 같은 전략전술을 들먹일 필요가 없을 정도 입니다. 진보의 기치를 내건 민주노동당의 무전략은 권력의 단맛을 느낀 부르주아 정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을 계급문제로 치환하는 단세포성을 가진 특정 그룹의 종파적 행동이 불러온 화근이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창조한국당 이라는 간판을 만들고 그 아래에 모인 인사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저들의 행동이 미국의 대한반도 기획의도에 결정적인 기여했다는 것을 저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환경운동 운운하면서 한미FTA를 추인하는 것이라든지, 박정희에 대한 찬양은 저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관점과 역사인식에 대한 천박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생태운동진영의 많은 인사들이 여기에 합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환경생태운동과 관련한 잘못된 한국적 전통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에서의 환경생태운동은 변혁운동진영과의 단절 속에서 태동하였다는 데에 그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변혁운동의 연장선 위에서 그 지평을 넓히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변혁운동진영 또한 자기반성은커녕 도리어 소부르주아운동으로 낙인하고 벽을 쌓으면서 양자 간에는 제각기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에요.

 사실 환경생태운동 진영은 체제와 계급, 민족 모순이 가지는 구조적 모순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체제와 계급 그리고 민족모순의 정점에는 항상 제국주의가 걸려있어요. 그리고 제국주의는 산업문명의 정상을 가로타고 앉아 그것을 영구독점 하려는 세력입니다. 바로 이점을 양자가 서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반제국주의 투쟁의 불을 지피는 것도 국제환경생태운동진영이고, 이미 언급한 사회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몸 바쳐 투쟁하는 국제환경생태운동진영의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한국적 상황은 바로 여기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기지가 반환된 주한미군 주둔지의 환경오염은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지만,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부터 비롯된 제반 사회모순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그 구체적인 사례의 하나일 뿐입니다. 치열한 모순의 격전장을 언제나 비껴가는 환경생태운동진영의 한계가 오늘의 정치현실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인권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지만, 세계화 문제에 대해서는 제각각인 것도 그중의 하나 일뿐입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 전쟁 그리고 반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해서 그토록 외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에 대해서 무지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쌴샤댐 건설에 우려를 표명하고, 몽골 사막화 방지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에서 미국의 거듭되는 핵실험과 관타나모에서의 잔혹한 고문 및 이란침공계획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역량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협약을 유린하고, 청정에너지 개발을 한사코 반대하는 미제의 일관된 정책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도권 비대화 문제는 언제나 부차시되고, 녹지면적의 확대와 같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바로 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임을 모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체제 친화적인 환경운동이 얼마나 속물화되었으면 간판이나 다름없는 인사가 자동차 회사의 사외이사로 등록까지 되어있을까. 친환경 상품을 팔기 위하여 반환경 기업에 협박에 가까운 구매요청서를 보냈을까.

 환경운동단체가 이익단체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니 현실정치 문제에 대한 환경생태운동진영의 일관된 입장이 없을 수밖에. 심지어는 건설업자가 환경생태와 관련한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 눌러앉아있을 정도예요. 저들에게 시민운동은 정치권으로 진입하기위한 경력 쌓기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창조한국당의 정치적 갈망은 환경생태운동의 대중적 지평의 확대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도리어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순간 환경생태운동은 속물화로 치닫기 마련입니다. 한국에서의 정치는 권력 나누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지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는 더더욱 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현실문제의 방관자로 머뭇거릴 수는 없습니다. 환경생태운동의 문제가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국한될 수는 없어요. 그것이야 말로 사회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약자에 대한 착취는 반드시 자연수탈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정치적 진출을 떠들어 될 때가 아니에요. 도리어 지금은 사회변혁운동진영과 환경생태운동진영의 대화와 높은 수준의 동맹관계를 형성할 때입니다. 그것도 정치권에서의 결합이 아니라, 시민운동의 동력을 높이기 위한 관계로 말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시민운동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지금은 적녹동맹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어야할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를 저지하고 계급 간 장벽을 고착화시키려는 새 정부의 의도와 맞서 정말이지 통 큰 연합전선을 형성할 때라는 것이에요.

 국제적인 반제전선에 합류하고, 생태평화를 위하여 개발업자들과의 지속적인 투쟁을 점화시켜야할 때입니다. 시민운동의 활성화로 제국 간 모순을 격화 시키고 UN을 비롯한 준세계정부와 각급 정부와의 판갈이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할 때입니다. 무정부주의에 관심을 갖고, 생태철학에 대한 치열한 학습을 통해, 그 대중적 토대와 진지를 튼튼하게 구축할 때입니다. 위기가 기회로 된다는 것은 바로 지금을 뜻합니다.

 수십만 년 이래로 형성되어 온 강줄기를 바꾼다는 것, 그것도 불과 몇 년 안에 해치운다는 것처럼 무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새 정부의 정책을 저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이 과제의 성과적 진행의 첫 출발은 사회변혁운동진영과 환경생태운동진영간의 대화입니다. 시민단체간의 대화 말입니다. 그것은 허장성새를 부리는 미제의 발호를 저지하고, 평화를 안아오기 위한 투쟁의 서막을 장식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적녹동맹의 깃발이 휘날리는 날, 그 날이 열려지기를 학수고대 하고픈 오늘입니다!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그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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