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반대' 물꼬 터졌다

교수·종교인·작가 등 반발, 시민사회 국민검증기구 구성 촉구

김병기 기자 | 기사입력 2008/02/01 [09:47]

'한반도 대운하 반대' 물꼬 터졌다

교수·종교인·작가 등 반발, 시민사회 국민검증기구 구성 촉구

김병기 기자 | 입력 : 2008/02/01 [09:47]
서울대 교수들, 대운하반대모임... 종교인들 3개월 동안 '순례대장정'

"상식적으로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명박 운하는) 저절로 사장될 공약으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인수위가) 의외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을 보고 위기의식이 발동했습니다."
 
얼마전 '이명박 운하'를 도박에 비유하면서 격문을 써서 파문을 일으켰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런 위기의식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각계각층의 인사와 전문가들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경부운하 예정지인 한강과 낙동강을 탐사하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 수십 명은 '대운하 반대모임'을 만든다. 또 토목·환경·경제·교통 등 운하 관련한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들도 '대운하 검증 모임'을 만들어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종교인들도 3월부터 3개월여동안 한강과 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생명의 강을 도보로 탐사하는 '생명의 강 살리기 순례대장정'에 돌입한다. 작가모임 소속 작가들은 이미 강을 도보로 탐사했고, 조만간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기고해 운하 반대 여론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그간 개발 사업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주도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명박 운하에 대한 반대 또는 검증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특히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개입하기를 꺼려왔던 전문가들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나서고 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결국 '오만한 인수위'를 견제하기 위한 위기 의식의 발로로 풀이된다.
 
"대운하 건설 반대 서울대 교수모임 100여명이 참여할 것"
 
▲ 작가들이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공덕동 문화연대 강당에서 경부운하 예정지 답사 르포 출정식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서울대 교수들은 오는 31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가칭)을 발족할 예정이다. 현재 50여명의 교수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최종적으로 100여명 이상의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교수모임은 이날 또 법대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사회는 이현숙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가 맡을 예정이며, 김정욱 교수가 '한반도 대운하-해서는 안될 사업'을, 윤제용 공대 교수가 '대운하가 야기할 수질오염'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친 토론회 등을 통해 경부운하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던 홍종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와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참여해 발제할 예정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문화재 등에 대한 우려도 많고, 환경 생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모임을 발족하려는 것"라면서 "다른 대학과도 연계해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도 "31일에 발기인 명단을 발표하고 곧바로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50여명의 교수가 참여의사를 밝혔고, 31일까지 100여명의 교수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이준구 경제학과 교수도 이 모임에 동참할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어 "전문적인 조사작업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보다 전문적인 인사들이 하도록 하는 게 정도"라면서도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환경생태, 토목, 건축, 문화재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명박 운하'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전국의 경제·토목·환경·교통 학자들도 뭉친다

운하와 연관이 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도 '검증 모임'을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 토목, 환경, 교통 등 전국의 학자들이 자발적인 기구를 만들어 각 분야의 쟁점 등에 대해 세밀하게 조사하고 연구하겠다는 것. 이들은 설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 조중래 명지대 교통학과 교수는 "막연한 추측으로 (대운하를) 밀어붙이는 것같다"면서 "추진 과정, 내용이 상당히 많이 잘못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고 하는 데 그 역시 절차상으로 많은 하자가 있다"면서 "운하와 관련 전국의 교수들이 자기 분야에서 필요하다면 직접 조사도 해서 국민들이 명쾌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학회 차원에서 대운하에 대한 입장을 밝힌 곳도 있다. 지난 25일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회장 이종호 청주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대선공약에 따른 대형 국책사업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조급하게 시행되다가 초래되었던 폐해가 대운하사업에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특별법 제정으로 사업을 조급하게 진행하지 않도록 촉구한다"며 인수위측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운하 관련 특별법' 제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92년 결성된 이 학회에는 전공교수, 연구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고, 학회 차원에서 '이명박 운하'에 대해 입장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님·목사·신부·수녀도 3개월 동안 '순례대장정'
 
종교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불교환경연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불교 승려, 기독교 목사, 원불교 교무, 천주교 신부, 성공회 신부 등 종교·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및 실무자들이 결합하여 이명박 운하 반대 활동 일환으로 '생명의 강 살리기 순례대장정'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은 "불교계에서는 도법·수경·연관스님이 참여할 것"이라면서 "목사와 신부·스님·수녀 등 50여명은 한강과 낙동강·영산강·금강 등을 3개월여동안 대순례를 하면서 주민들과의 대화마당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사회단체들도 전국적으로 운하저지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이명박 운하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물생태 국장은 "오는 2월4일 전국의 시민사회활동가들이 모여 '운하저지를 위한 대화마당'을 열 예정"이라며 "인천과 강원을 제외한 전국의 전 지역에서 '운하저지 대책위'가 구성되고 있고, 지역별로 워크숍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김병기 기자 제공 - 원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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