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 경부운하 놓고 엇박자

'무늬만 민자'라며 뒤늦은 비판목소리, 동아는 여전히 '홍보지'

김병기 기자 | 기사입력 2008/01/24 [10:03]

조선·동아, 경부운하 놓고 엇박자

'무늬만 민자'라며 뒤늦은 비판목소리, 동아는 여전히 '홍보지'

김병기 기자 | 입력 : 2008/01/24 [10:03]
건설 CEO 출신 이명박, '민자사업' 알고 있나?
 
▲ 조선일보> 1월 22일자 차학봉 산업부 차장대우가 쓴 [조선데스크] ''황금알 낳는 거위' 민자사업'     © 조선일보PDF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민자사업.
 
오늘(22일) 아침 <조선>을 보다가 눈에 띈 제목이다. 차학봉 산업부 차장대우가 쓴 칼럼이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글을 읽어보았다. 결론은 "건설업체 CEO 출신인 이명박 당선자는 세금을 낭비하는 허울뿐인 민자사업과 경제성의 원칙에 입각한 진짜 민자사업을 누구보다 잘 구분하리라 생각한다"였다.
 
'무늬만 민자'... 옳은 말이다
 
옳은 말이다. 그간 이 당선인은 "경부운하 사업은 100% 민자사업이기에 국민 세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국민들 귀에 못이 박히게 주장해왔다. 간접적으로 그 주장의 허구성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조선>은 '무늬만 민자사업'이 아니라 경부운하를 추진하려면 '진짜 민자사업'으로 하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비판의 결'을 보면 경부운하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왜 지금에서야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간 <조선>의 경부운하 관련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자. 오히려 지금이라도 조심스럽게 경부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그 의도를 불문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차 차장대우는 이번 칼럼에서 '무늬만 민자사업'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리고 허무맹랑한 민자추진 기업들의 경제성 부풀리기를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이와 똑같은 논조로 비판해 온 반대론자들을 향해 "일부 언론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일축해왔는 데, 그 일부 언론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 <조선>의 이런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차 차장대우는 칼럼을 통해 민자사업 유치와 건설에 나선 정부와 기업들의 통행량 예측이 빗나갔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국민 혈세를 써왔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민자사업은 혈세 먹는 하마일 뿐
 
"1조4000억원을 투자한 우리 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당초 예상 통행량이 하루 12만대였지만, 실제 7만대에 불과했다. 통행료가 왕복 1만4000원이 넘는 고가여서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신공항고속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신공항철도도 이용객이 하루 16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2만여 명에 불과하다. 건교부 관계자는 '철저한 경제성 검토를 했지만 지방까지 공항버스(리무진)가 다니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승용차 이용객이 대폭 줄었다'고 변명했다.
 
이들 사업은 민간 자본이 건설한 민자사업이다.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100% 민간자본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토지보상비를 지급하고 민간사업자에게 최소 수익을 보장해준다. 이용자가 예상보다 적으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공항고속도로에 800억원, 신공항철도에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지원된다. 말만 민자이지 '혈세 먹는 하마'인 셈이다."
 
그는 이어 "민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보조금 도로'는 주민들에게 생색낼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하는 정치인과 일감을 늘리려는 건설업체의 합작품"이라면서 "민자사업은 건설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재정(財政)사업과 달리, 최저가 입찰제가 아니어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부풀리기를 통해 공사비부터 20~30%의 수익을 내고 출발한다. 또 통행료를 비싸게 책정, 이용자가 적으면 정부 보조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한 건설업체 사장은 "민자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라고 말했다. 엉터리 경제성 평가로, 엄청난 혈세가 낭비되고 있지만 수많은 민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얼마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격문을 통해 "민간업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그 사업이 사회적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이 자동적으로 입증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차 차장대우는 또 경부운하를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인수위의 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임대형 민자사업은) 민간 자본이 도로·철도·학교 등을 짓고, 매년 임대료를 정부로부터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한꺼번에 돈을 투자하지 않아 재정을 아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매년 정부가 임대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재정사업과는 별 차이가 없다. 일종의 조삼모사(朝三暮四)인 셈이다."

 
사실 임대형 민자사업은 정부고시사업이다. 건설사가 투자금 회수 책임을 물어야 하는 독립채산형(BTO 등) 사업과는 달리 민간이 제안하는 사업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수위측은 임대형 민자사업에 대해 검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100% 민간 투자사업이기에 민간에 제안하면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 주장이다. 
 
차 차장대우는 마지막으로 "대통령직 인수위가 한반도 운하가 100% 민자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은 경제성 검토도 없이 앞다퉈 사업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수많은 민자사업처럼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부운하 건설 참여 기업에게 개발권을 보장한다는 설이 최근 인수위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이다. 
 
<동아> 이태훈 기자의 황당 논리
 
<조선>은 이같은 논조로 칼럼을 썼는데 <동아>는 어떠할까? 사실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격문'을 촉발시킨 것은 '경부운하 경제성은 민자(民資) 움직임에 달렸다' 제하의 <동아> 기사였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담으면서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은 엿보이지만, 이태훈 기자의 바이라인이 달린 이 기사의 말미는 다음과 같다.
 
"경제성 분석은 양측을 대변하는 전문가들보다 민자(民資)사업인 경부운하에 돈을 대고 공사를 직접 맡을 금융권과 건설사들의 앞으로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업은 성과와 위험을 민간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민간 제안 사업이기 때문에 민간이 이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든다면 경제성이 있다고 볼 이유가 있다. 반대로 민간이 참여를 꺼리고 정부가 할 수 없이 각종 유인 조건을 내걸거나 2006년 1월 폐지된 ‘최소운영수익보장제’ 등을 부활시킬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펜을 두려워해야할 사람들
 
'민간이 이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든다면 경제성이 있다고 볼 이유가 있다'는 이태훈 기자의 기사에 대해 이 교수는 "경제학의 '경'자도 모르는 가소로운 논리"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조선> 차 차장대우의 칼럼도 사실상 이 기자의 단순무식한 논리를 성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태훈 기자는 이 교수와 <조선>의 칼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 두 글을 보기는 한 것일까.
 
더 큰 문제는 이 기자의 구호성 기사로 인해 왜곡된 진실을 어떻게 원상복구할 수 있는가이다. 진실로 '펜'을 무서워해야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보다도 그 펜을 휘두르는 기자 자신이어야 한다. 적어도 시정잡배들이 저잣거리에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한반도의 지도를 바꿀 수 있고, 대규모 환경파괴 우려가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
 
이런 맥락에서 오늘 아침 <조선> 차 차장대우의 칼럼을 만나서 잠시 반가웠다.
 
 
 
<오마이뉴스/김병기 기자 제공 - 원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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