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강과 경부운하 '거짓말'

[칼럼] 결빙우려에 대한 당선자측 '얼지 않는다'는 강변...

김병기 기자 | 기사입력 2008/01/29 [09:06]

얼어붙은 한강과 경부운하 '거짓말'

[칼럼] 결빙우려에 대한 당선자측 '얼지 않는다'는 강변...

김병기 기자 | 입력 : 2008/01/29 [09:06]
[이 한 장의 사진] 자전거 출근길의 단상... 경부운하 '거짓말'
 
 
 
▲ 얼어붙은 한강     © 김병기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25일 아침 자전거 출근길에 가양대교에서 잠시 멈춘 뒤 찍은 사진입니다. 빙판 위에 드리운 해 그림자. 영하의 날씨, 온 몸을 서로 부둥켜 안은 강물을 녹이려고 맹렬히 타오르는 거대한 촛불 같습니다.
 
빙판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폭 1~2km 정도의 거대한 한강이 영하 10도의 날씨에 얼어붙었습니다. 발끝의 감각이 거의 마비된 듯한 상황인데도 잠시 안장에서 내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경부운하에 대해 할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은 "한강이 바로 운하다"라고 거듭 강조해왔습니다. 한강종합개발사업 때 강의 상류부와 하류부, 즉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를 통해 물길의 흐름을 막아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당선인 비서실의 추부길 정책기획특보는 <왜 한반도 대운하인가?> 제하의 책에서 "이명박 측은 내륙운항 저해요인으로 홍수 3일, 갈수 7일, 태풍 3일, 결빙 2일 등 도합 15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 특보는 또 같은 책에서 "배가 다니는 물은 잘 얼지 않는다"면서 결빙 우려에 대해 일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당선인 측이 주장했던 '한강 운하'는 올해에도 얼었습니다. 남한강 지역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여긴 경기도 남지대교쪽인데요, 꽁꽁 얼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여의도 쪽도 얼어있고, 팔당댐 역시 얼어있다"면서 "어제(24일) 가본 충주의 달천과 조정지댐 부근 등 물살이 조금 정체되어 있는 곳은 어김없이 얼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대쪽 구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한강을 거슬러 오른 배가 조령터널(또는 스카이라인)을 통과해 낙동강쪽으로 이동하려면 거쳐야 하는 조령천과 영강. 마침 그곳에는 2박3일간 '대재앙의 현장, 경부운하를 걷다'란 제하로 탐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통합신당 쇄신모임 의원들이 내려가 있기에 최재천 의원에게 전화했습니다.
 
"조령천과 영강쪽을 걸어서 탐사했습니다. 영강쪽은 수량이 부족해 강바닥에 자갈이 훤히 드러나 있고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얼었습니다." 
 
사실 현재의 한강과 낙동강은 흐르는 물이기에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만약 배를 띄울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 개의 보로 물을 가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갇힌 물은 더 쉽게 얼기 때문입니다.
 
이 당선인이 경부운하의 모델로 삼았던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1996년 결빙으로 운행 중단된 기간은 49일입니다. 1997년에는 44일이 중단되었고, 2001년에는 22일이 중단되었습니다. 연방수로국 뉘른베르그지부의 슈테파니 텝케 부국장도 "2006년 한 해 동안 결빙으로 인해 3달 동안 물길이 막혔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해 2월 취재차 독일에 간 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영하로 내려가면 곧바로 수면이 얼기 시작하는 데 얇은 얼음일 경우 쇄빙선으로 물길을 내서 운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좀 더 단단하게 얼면 운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갑문 안의 물이 얼기 시작하면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얼음을 파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왜 이 당선인측은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결빙문제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것일까요? 운항 일수가 줄어들면 경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운항 일수가 적을수록 운하의 경제성을 깎아 먹는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아침 출근길, 차갑게 얼어붙은 태양을 마주 보면서 이 당선인 측의 수많은 거짓말 중의 한 가지를 떠올려봤습니다. 결빙 일수가 '제로'라고 강변하는 이 당선인측에게 진실의 촛불을 밝히는 이 한 장의 사진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김병기 기자 제공 - 원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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