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반드시 막아야한다”

경기지역 범종교인연대(준), 성공회에서 강연회 열고 한목소리

선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08/01/27 [13:54]

“경부운하 반드시 막아야한다”

경기지역 범종교인연대(준), 성공회에서 강연회 열고 한목소리

선영호 기자 | 입력 : 2008/01/27 [13:54]
 지난 22일 오후 2시. 팔달구 교동 대한성공회 수원교회에서 ‘경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강연회가 열렸다. 많은 종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부운하저지 경기지역 범종교인연대(준)가 주최, 박진섭(생태지평 부소장, ‘경부대운하 축복인가, 재앙인가?’ 공저자)강사가 강연했다.

▲  경부운하에 대해 강의 중인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과 강의를 듣는 여러 종교인과 사람들   © 수원시민신문

강연회에서 진행을 맡은 강관석 신부(수원 환경운동연합)는 “대통령이 앞으로 해야 할 정책을 검토하는 일은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라며 “환경이라는 것은 한번 파괴가 되면 복구가 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경부운하는 환경을 파괴하고 후손들에게 살 수 없는 땅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효과는 단기적으로 볼 수는 있으나 피해는 몇 대에 걸쳐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사말을 건네는 수산스님  © 수원시민신문
수산스님(대승원 주지)은 “자연과 인간은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이다. 반대에 앞서 ‘그냥 안된다’라는 논리가 아닌 합리적인 지식을 갖고 반대운동을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바란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최명림 천도교 수원교구장 또한 “우리는 창조주를 한울님이라고 부른다. 한울님이 주신 땅을 개발하려는 것은 큰 재앙이다. 다같이 뜻을 모아 운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은 2시간동안 진행되었고, 강연이 끝난 뒤 종교인들의 발족취지문 검토가 이어졌다.

아래는 박진섭 강사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경부운하 구상 개요>

이명박 당선자는 경부운하를 ‘4만불 시대’로 가는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주장하고 있다. ‘공사기간 4년’만에 완성한다는 목표로 총 14조 원의 건설비용 중 8조 원은 골재채취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민자유치로 사업비를 확보하면서 세금은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한다. 한강,낙동강 본류 구간은 465km를 연장하여 5,000톤 급의 컨테이너선을 사용하고, 한강-낙동강 연결구간은 75km를 2,500톤 급의 바지선을 사용한다는 것이 경부운하의 기본 구상이다.

경부운하 총길이는 553km이고, 백두대간(조령산)에 조령터널 26km를 굴착하여 잇는다. 노선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나온 주장을 살펴보면, 한강구간은 7개 갑문 및 댐을 25km마다 설치하고, 문경지역은 6개 갑문 및 댐을 3km마다 설치하며, 낙동강 구간은 5개 갑문 및 댐을 57km마다 설치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운하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필요한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아래는 운하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정리한 것이다.

 
<쟁점1>우리나라 강은 내륙주운(운하)이 가능한가?
 

1. 지형이 평평해야한다   기울기 격차가 심하면 물의 유속이 빠르게 흘러 수량 확보를 위한 물의 저장능력이 떨어지고, 강수 유출량이 심하며 토사가 쌓여 선박 운항에 필수적인 수심 유지가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가량이 산악지대로 되어있어 기울기가 매우 크다.

2. 수량이 풍부하고 하상계수(하천의 최소 유량과 최대 유량의 비율차)가 적어야 한다   운하가 발달한 라인강이나 도나우강을 보면 하상계수가 작고, 수량이 풍부하다. 지형 또한 대부분 평탄하고 유역면적이 대단히 넓다. 반면, 우리나라는 하상계수가 매우 크고 수량확보 및 수심 유지가 매우 어렵다. 하상계수를 살펴보면 라인강이 1:18인데 반해, 한강 1:90, 낙동강 1:260으로 매우 크다.

3. 결빙, 안개, 홍수 등 기후변동이 작아야 한다

4. 장거리 물동량이 많아야 한다   선박의 장점은 다소 느리지만 급히 처리될 필요가 없는 물품을 한번에 대량으로 장거리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행거리가 긴 물동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거리 소량 물동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5. 강을 따라 산업이 발달해 있어야 한다   독일의 라인강은 석탄산업과 철강산업 등 많은 산업이 강을 따라 발달해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산업기지들이 연안으로 전진 배치되었기 때문에 운하의 효과가 더욱 떨어진다

6. 느리지만 시간단축 효과가 있어야 한다   시간단축은 경제성과 직결된다. 수에즈 운하의 개통으로 런던~싱가포르 항로는 케이프타운 경유로 종전의 2만 4,500km에서 1만 5,027km로 단축되었고, 런던~봄베이는 2만 1,400km에서 1만 1,472로 단축되었다. 파나마 운하는 1만 4,816km가 단축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축성의 효과가 전혀 없다.


다음은 운하의 경제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쟁점2>경부운하의 경제성이 있는가?

1. 경부운하로 습수되는 벌크화물 물동량은 없다   운하로 이용하려는 물품 중에 많은양을 차지하는 것이 벌크 화물이다. 벌크 화물은 곡류, 시멘트, 석탄, 철강, 모래, 목재 등 원자재 또는 반제품을 지칭한다. 시멘트의 경우 경부운하와는 전혀 다른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송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경부운하를 이용할 일이 없다. 유연탄 또한 전량 수입되는 품목이며, 2003년 기준으로 삼천포, 광양, 포항 등으로 약 6,074만톤 가량이 수입된다. 수립된 유연탄은 발전소에서 50%, 제철소에서 30%, 시멘트 생산 공장에서 10%를 이용하기 떄문에 항구로 입항해서 곧바로 인근 소비지로 향한다. 운하를 이용할 일이 없다.

2. 경부운하는 연안 수송보다 느리다   인천~부산(752km)연안 구간의 실제 통과시간은 26.85km/h로 운행될 경우 28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경부운하(553km) 통과시간은 32.12km/h로 운행될 경우 39시간, 22km/h로 운행될 경우 50.76시간이 걸린다. 연안해운보다 빠르게 달린다고 해도 더 오래 걸리는 셈이다.

3. 서남해안에 7대 신항만을 건설하고 있다   서해안과 남해안에 중국 시장에 대응하고 국제항으로의 발전을 겨냥한 신항만이 이미 건설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신항, 광양항, 평택항, 영일, 인천, 평택, 목포 등 7대 신항 건설계획에 따르면 향우 2011년까지 25조 7,713억 원을 투입하여 항만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4. 골재판매로 사업비 절반 충당이 가능한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정에서 채취한 골재량을 1㎥당 약 10,000원 정도로 상정하면 총 8조 3,500억원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계획된 골재량은 1994년에 조사된 바로 현재 부존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통상적으로 개발가능한 골재의 양은 51%를 적용한다. 즉, 예상의 절반가량만 수익이 가능하다. 더욱이 현재 골재 수입 단가가 1㎥e당 2,500~3,500원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10,000원의 책정은 무리가 있다.

5. 경부운하로 인해 편익이 있는가?   현재 공사비로 대략 32조 원~54조 원을 예상하고 있다. 경부운하 건설에 의해 발생되는 편익은 총 2조 1300억 원~5조 6000억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총 비용과 총 편익을 계산해도 최대 0.17이다. 100원을 투자해서 17원의 수익을 남긴다는 말이 된다.
 


마지막으로,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생기는 문제점이다.

<쟁점3>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문제점

1. 경부운하는 하천을 호소로 변화시킨다   댐으로 인해 물은 고인다. 수중보와 갑문의 설치로 비료성분인 질소나 인이 하천에 녹아들게 되고, 그로 인해 수중에 식물플라크톤을 대량 번식시켜 부영양화 현상을 발생시키고 결국 상수원수로 이요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로 인해 1994년 네덜란드 볼커라크에서는 줌 호수에 녹조가 발생하였고, 2002년 새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이미 문제가 생긴바 있다. 미국은 쓰지 않거나 필요없는 댐들을 철거중이기도 하다.
※호소 - 내륙의 와지에 있는 정수괴를 총칭하는 말로 호수, 늪, 소택, 습원으로 분류된다.

2. 홍수피해를 가중시킨다   주요 운항 수로인 남한강 여주지역은 2006년 272㎜의 집중호우와 충주댐의 방류로 인해 수위가 여주대교 위험수위 9.5m를 넘어 9.59m에 이르렀다. 평상시에는 2~3m 이하인 여주대교 수위가 제방 높이 10m까지 상승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65일 내내 평균 수심 6~9m를 유지해야 하는 운하는 돌발적인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3. 선박 통과를 위해 대규모 교량교체가 불가피하다   한강과 낙동강의 115개 교량에 대해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5,000톤 급 선박의 높이가 11m이기 때문에 이에 미치지 못하는 교량은 교체되어야 하고 교각과 교각 사이가 좁은 교량도 교체되어야 한다. 대략 40~50개의 교량이 교체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불편 가중은 물론 막대한 이전, 교체비용이 추가된다.

4. 취수의 문제가 생긴다   당선자에 따르면 모든 취수지점을 상류로 이동하고 하천으로부터의 직접 취수방식을 강변여과수 등의 간접취수방식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덧붙여 상수원보호구역도 해제할 수 있어 경제적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현재 팔당호~잠실수중보 구간의 하루 취수량은 840만㎥ 가량으로 연간 30.88억㎥이 된다. 하지만 취수지점을 북한강 쪽 양수리로 이동하게 되면 하루 취수 가능량은 500만㎥으로 대폭 줄어들게 되어 연간 총 18.25억㎥에 불과하다. 그러면 한강 수계에서 12.63억㎥이나 되는 물이 부족하게 된다. 거기에 건설로 인해 낙동강유역에서만 12.74억㎥의 용수가 부족해져, 총 25.14억㎥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부족하게 된다.




독일은 운하에 사용되는 리프트 8기를 가동했었다. 한 리프트당 하루 10시간을 가동시켰을 시, 월 3400만원의 가동비가 나온다. 사실상의 경제성이 없어 지금은 리프트를 거의 가동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한해 평균 500여회의 선박사고가 나고 2001년에는 선박사고로 라인강에 800톤의 농축질산염이 유출된 바가 있어 운하이용을 거의 안하고 있다. 영국 또한 운하가 있지만 전혀 쓰지 않고 있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강연이 끝나고 청중과 강사 사이에 질문과 대답의 시간이 이어졌다. 아래는 일문일답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도 이런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이것을 왜 주장하는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건설,토목 쪽에서는 운하가 꽃이다. 이들은 운하를 약 100조 원 사업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이 시작되면 이것은 모두 다 수입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쪽에서는 왜 굳이 공사를 하려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추측컨대 이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고 개발론을 주장하기에 그러는 것 같다. 하지만, 운하가 정말 경쟁력이 있었다면 왜 운하가 있는 다른 나라들이 사용을 안 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경제가 중요한 시점에서 환경은 자칫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어떻게 운동을 전개할 생각인가?

-경제성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환경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식수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도 당장 마실 물이 사라지는데 과연 국민들이 운하를 건설하고 싶어 할지 의문이다.

식수처를 옮긴다면 옮겨진 지역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인데 지금 언론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안 쓰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 정확한 내용을 토대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좋은 지적이다. 현재 논점 자체가 경제 쪽에만 치우치다 보니 그 외에 것들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 같다. 아까도 말했듯이, 식수처를 옮기는 것은 마실 물이 줄어드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언론들이 잘 집어 기사를 써 준다면 국민들에게 더 강하게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이 날 강연회에는 이주현 목사(수원지역목회자연대, 매원교회), 정혜섭, 엄미자(매원교회 집사), 수산 스님(대승원 주지), 박희영 목사(수원지역 목회자 연대 대표), 최명림 천도교 수원교구장, 천주교 정의구현 수원사제단 신부, 박영모 경기도 교회협의회 회장(동수원감리교회), 수원시 자문협회 회장 등 40여명이 참석하였다.

 






 


 










수원시민신문(원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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