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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1.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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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아이들 보니 내마음 절로 움직이는구나"
[연재무협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꽃이 시들어도'(10-1)
 
이슬비

제10장 꽃이 시들어도(2)

 

<지난 글에 이어>

해이안교의 시대. 희대의 현군(賢 君)이라 일컬어지는 선종 간무대제가 구하의 당나라식 양식을 본 떠 새로운 수도 해이안교를 건설하고, 황궁과 조정을 옮긴 해부터, 정무여제가 실각하고, 양소천이 가라고에 막부를 건설한 해까지의 400년 가까이 되는 기간을 세간에서는 해이안교의 시대라고 불렀다.


그리고 희대의 현군이 만든 시대답게, 해이안교의 시대 391년은 부상국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평온했던 시기라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런 해이안교의 시대야말로 가히, ‘태평성대(太 平 聖 代)’라고 일컬을 수 있을 터였다.
 
평온한 시대에는 항상 정치와 경제, 문화가 융성하는 법. 그에 걸맞게 해이안교의 시대에는 공가가 득세했다. 문관귀족들로 이루어진 공가의 가문들 중에는, 황제의 동생이나 손윗누이, 혹은 형이 성씨와 식읍을 하사받고 창시한 가문도 있었다.

 

그리고 모든 공가에는 황제의 아내나 남편을, 다시 말해, 차기 황제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배출할 권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황제의 권위는 공가의 권위를 넘어서지 못하였으며, 공가는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권력을 장악해갔다.
 
그리하여 해이안교의 시대는 황제의 율령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정치가 펼쳐지되, 공가 출신의 섭정과 관백을 두어 황제의 자문 역할을 하게 하는 귀족정치의 시대가 되었고, 이는 자연히 섭정과 관백을 배출하거나, 차기 항제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배출하는 특정 공가의 장원이 상당수의 토지를 독점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천렵과 채집을 위해 부상국 전역을 자유롭게 오가던 제화족은 살 길이 막막해지게 되었고, 이는 무사라는 새로운 집단의 출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암울함을 두고도 해이안교의 시대를 태평성대라 부르는 것은, 그 시대의 문화적 소양이, 이전과 이후를 통틀어 어떤 시대보다 높았던 까닭이었다.


사람이 돈과 권력이 생기면 자신을 남들과 구별 짓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찾게 되고, 그 특별한 무언가는 결국, ‘문화로 귀결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공가의 귀족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흔은 잠든 서란의 얼굴을 덮은 책을 조용히 떼어내었다. ‘가화전’. 서란이 요 몇 달 사이에 즐겨 읽게 된 이 소설 또한 해이안교의 시대에 쓰여진 것이었다.
 
가화전.”
 
유흔은 작은 소리로 또박또박 책 제목을 읽고, 첫 장을 넘겼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해이안교 시대의 복식인 열두 겹 예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긴 머리칼을 마룻바닥까지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삽화가 펼쳐졌다.
 
갱의 초옥은 첩지를 받들지어다.”
 
갱의 초옥. 첩지를 앞에 두고 초옥은 내내 황제의 사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두 시진 후까지 단장을 마치고 가마에 올라야 하건만, 초옥의 마음은 내내 심란하기만 하였다.
 
갱의 초옥.”
 
초옥은 황제의 사자에게서 불린 낯선 이름을 불러보았다. 갱의 초옥. 이제부터 자신은 그저 그런 황궁의 시녀가 아닌, 어엿한 황제의 후궁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황궁의 화려함 뒤에는 항상 죽음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는 법. 갱의가 아무리 가장 낮은 서열의 후궁이라 하나, 한 번 첩지를 받은 이상은 황궁의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한 죽음의 제물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갱의저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신지요?”
 
밖에서는 상궁들과 궁녀들이 입을 모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자신의 단장을 맡은 시녀가 들어올 차례인 것이리라. 초옥은 문을 열었다. 밖에는 어제까지 자신의 벗이었던 시녀 초이가 서 있었다.
 
미천한 이년이 갱의저하를 뵙습니다. 밤새 침수 편안히 드셨는지요?”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저 그렇고 그런 염정소설이었다. 비천한 시녀 출신의 갱의를 어머니로 둔 황자 가화가 어머니의 벗이었던 갱의 초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가화의 아버지인 황제의 아들이 되어 태자가 되고, 이에 대한 죄책감을 견디다 못한 초이는 끝내 불가에 귀의하고, 초이의 출가에 상처받은 가화는 여러 여성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다, 초이의 입적 소식을 듣고 자결한다는 내용도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흔하디흔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흔하디흔한 소설이라는 글의 양식도,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의 정한이라는 주제를 다룬 것도 모두 해이안교 시대에 쓰여진 가화전이 처음이었다. ‘가화전의 저자가 강덕황후의 공가 출신 궁녀였던 묘서유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당시의 공가 귀족들은 자신들의 사랑과 연애, 혼인, 그리고 이별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을 즐겨했다.


그들은 항상 자신들의 사랑과 연애를 아름답게 포장하며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겼고, 때때로 남편이나 아내, 자식들이 있는 유부남이나 유부녀와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혼인과 이별을 아름답게 포장하며 세간의 눈에 원앙보다 사이 좋은부부로 비춰지기 위해 노력했고, 가문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혼을 할 때에도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혼한다한탄하며 거짓된 눈물로 세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러한 일은 황가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고, 특히, 황후나 후궁들이 궁에서 일하는 시종이나 내관들, 혹은 다른 황후나 후궁들이 낳은 황자들을 유혹해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였다. 따라서 누가 황제의 친자인지 알기 어려워 황후나 후궁들이 낳은 모든 아이들을 황자, 황녀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화전은 그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한 불후의 명작이었고, 지금까지도 부상국의 문학사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놀지 않고는 살 수 없고
장난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노는 아이들을 보니
내 마음도 저절로 움직이는구나
 
유흔은 책장을 계속 넘겼다. 하얀 포에 붉은 바지를 입은 여인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삽화와 함께, 만엽집에 등장하는 유명한 화가(和 歌)가 인용되어 있었다.
 
저하, 어찌 그리 슬픈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또 그 화가는 무엇입니까?”

 

내 근본이 천하니 어찌 황상의 사랑을 바라겠느냐. 또 어찌 후궁들의 멸시를 받지 않기를 바라겠느냐.”


저하…….”


수아야, 나는 어린 날들이 그립다. 아버지 어머니 곁에서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던 그날들이 그립다. 하나, 나는 이미 황궁의 사람이 되어버린 지 오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날들을 그리워해봐야 무엇할까.”


…….”


그러니 내 어쩌겠느냐. 그저 화가나 읊으며 내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가화의 어머니인 갱의 초옥이 황제의 총애를 잃고, 다른 후궁들의 멸시 속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유명한 화가가 인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끝내 미쳐버린 초옥이 황제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냈다는 이유로 직첩을 빼앗기고, 검은 휘장을 친 가마에 실려 출궁당하고, 끝내는 사약을 받는 내용에서 화가의 인용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는데, 초옥이 미쳐버리는 장면에서 사약을 받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순간의 장면까지 무려 31편의 화가가 인용되어 있었다.
 
이렇듯, 화가는 해이안교의 시대, 귀족들이 자신들의 사계절과 나날들, 그리고 희로애락을 아름답게 포장한 단가(短 歌)였다. 각 구절의 글자 수가 5.7.5.7.7의 서른한 자로 구성된 화가는 그 이전까지는 한시밖에 없었던 부상국의 시문학에 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그 충격은 해이안교의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단가가 나와도, 화가의 아류에 불가하다는 세인들의 평을 들을 만큼 화가를 부상국의 시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하였다<다음 글에 계속> 
 


알바노동자, 여성, 정신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와 다중소수자라는 정체성 속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해방세상이 와도 탄압받을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사입력: 2017/07/05 [10:25]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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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연재소개
알바노동자, 여성, 정신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중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작가 이슬비. 그가 체험한 폭력과 상처, 그리고 억눌렸던 삶을 녹여 쓴 서사극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 피다'. 가상의 중세 섬나라 부 상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컬트무협판타지 그 소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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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군청은 도로가 좁고 너무 복잡합니
오늘 은사님 생각이 문득 들어 검색을
서민교수 예전 글 보면 모두 이런식으로
반어법으로 비꼬신것 같네요 신비주의부
돌려까기
근데 이건 비꼬는 글 아닌가요?..?;;
치료가 필요해보이는 칼럼이군요.....
성남시장님은 성남시에 대한 시민의 의
태극기를 저런대 도용해서 한다는자체가
김오달입니다.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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