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왕으로 세우면 몇배 이익일까요?"

[연재무협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꽃이 시들어도'(11-2)

이슬비 | 기사입력 2017/09/09 [09:51]

"한 사람을 왕으로 세우면 몇배 이익일까요?"

[연재무협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꽃이 시들어도'(11-2)

이슬비 | 입력 : 2017/09/09 [09:51]

제11장 꽃이 시들어도(2)

   
, 시종이 찻잔과 찻잔 받침을 내오고, 시녀 하나가 소반에 다식 접시 여러 개를 받쳐 내와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푸른빛이 나는 청자도자기와, 하얀빛이 나는 백자도자기로 이루어진 접시들에는 저마다 알록달록한 빛깔을 뽐내는 색색의 부용고와, 운한이 좋아하는 타래과가 담겨 있었다.
 
타래과라. 이것 아침부터 너무 단 음식을 드시는 것이 아닙니까.”


부용고도 타래과 못지않게 단 음식이지 않습니까. 그러는 공자께서야말로 아침부터 너무 단 음식을 드시는 것이 아닙니까.”

 

하하. 타래과는 밀가루를 꿀물과 반죽해 만드는 것이지만, 부용고는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것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타래과가 부용고보다 더 달 수 밖에 없지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언뜻 보기에는 그저 자형과 처남이 차와 다식을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 평화로운 광경 속에서 운한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시종들은 눈치 챌 수 있었다.
 
“도련, 이제 곧 조반을 들일 시간입니다. 하니, 어서 처소로 돌아가시지요.”


그래? 나는 이리 일찍 상을 들이지 않는다만, 자형께서는 그렇지 않으신가보구나.”
 
자형. 유흔은 부러, ‘자형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본래, 가주의 형제자매가 가주의 남편을 부를 때에는 부군이라 불러야 하지만, 그 남편이 측실일 경우, 여염집에서 인척들을 부르는 호칭대로 자형’, ‘매제’, ‘형부’, ‘제부등으로 부를 수 있었다.


하니, 운한에게 있어서 자형이라는 호칭은, 한씨가 가주 정옥의 측실이라는 그의 처지를 상기시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어떻습니까, 자형?”


무엇이 말입니까?”


자형께서도 아랫것들과 생각이 같으십니까? 자형께서도 저 아랫것들처럼, 저와 차를 나누는 것보다 조반을 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시는지요?”
 
운한이 무어라 대답할 틈도 없이, 유흔은 찻주전자를 기울였다. 차라고는 볼 수 없는 검은 액체가 찻잔으로 쪼르르, 흘러내렸다. 유흔은 검은 찻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참으로 달고도 매운 탕약입니다.”


……!”


이 탕약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한 번 맞혀볼까요?”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운한의 표정을 바라보며 유흔은 싱긋, 웃었다. 곧 시종들이 하나 둘씩 마룻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유흔은 찻잔에 따른 탕약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음양곽이군요. 음양곽에 복분자, 토사자, 산수유, 보골지, 육종용, 파극을 넣어 달였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유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한의 무릎이 땅바닥으로 꺾였다. 곧 시종들이 마룻바닥에 이마를 콩콩 찧으며 저희들의 주인에게는 잘못이 없노라 읍소하기 시작했다. 유흔은 손짓 한 번으로 그 소란을 가라앉히고, 찻주전자를 들어 남은 탕약을 모두 마룻바닥에 쏟아버렸다.
 
하늘이 서란을 돕는구나.’
 
유흔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운한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운한의 명운은 자신의 손 안에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음양곽은 흔히, 삼지구엽초라고 불리는 식물로, 남성의 발기부전과 여성의 불임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재였다. 그러나 야관문처럼 단독으로 사용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재가 아니라, 여러 약재와 함께 사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재였기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남성의 불임이나, 요통, 두통 등의 통증과, 손발이 저릿한 증상에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 중, 운한이 이번에 마신 탕약처럼 복분자, 토사자, 산수유, 보골지, 육종용, 파극을 넣어 달이면 남성의 불임을 치료하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운한이 이러한 탕약을 마신 것은 그 자신이 불임임을 유흔의 앞에 실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운한.”
 
유흔이 운한의 이름을 불렀다. 운한은 낯선 호칭에 고개를 들어 유흔을 바라보았다. 유흔은 마치 사냥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포식자와 같은 눈빛으로 운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덮겠습니다.”
 
유흔은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 모습이 흡사, 서서히 사냥감을 향해 다가가는 포식자의 소리 없는 발걸음 같아, 운한은 유흔을 바라보는 눈길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유흔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들겼다. 그것이 마치 신호라도 된 것처럼, 운한이 무릎을 털고 일어나 유흔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제가 기억해달라는 것은 단 한 가지, 먼 옛날의 고사(古 事)입니다. 아니, 이제는 단순한 고사가 아니라, 역사가 된 고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겠군요.”


그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자초와 화양부인의 고사를 기억하십니까?”
 
자초와 화양부인의 고사라. 진의 시황제 영정을 탄생시킨 그 유명한 여불위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도 있던가. 그러나 운한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유흔은 마치 책이라도 읽는 것처럼 자초와 화양부인의 고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농사를 지어 수확을 남기면 10배의 이익이 남고, 물건을 만들어 거간꾼들에게 넘기면 100배의 이익이 남고, 장사를 하여 이윤을 남기면 1000, 10000배의 이익이 남는다. 하나, 그것은 하수들이 이익을 보는 방법일 뿐. 진정한 고수는 나라를 사고팔고, 더 나아가 천하를 사고팔아 헤아릴 수 없는 이익을 남긴다.
 
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사임을.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기 싫다 하여 평생을 농사꾼으로만 산다면 그 어찌 사내라 할 수 있겠는가.
 
하여, 하남지방의 농사꾼이었던 여불위의 조상들은 호미와 낫을 팽개치고, 시전에서 일을 하며 장사를 배우고, 집에서 아낙들이 짜준 옷감을 들고 다니며 난전을 벌였다. 그런 노력이 통하였는지, 아니면, 혼란의 시대라는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이 장사를 하면 쉽게 돈을 버는 세상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불위의 아버지 대에 이르러 그의 집안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장사꾼 집안이 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들른 여불위는 그곳에서 진나라 효문왕의 아들인 공자 이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전국칠웅 중의 하나로 불리는, 진나라 효문왕의 아들이었으나, 어머니가 비천한 신분의 후궁 하희인 관계로, 일찌감치 후계 경쟁에서 밀려났다.


뿐이랴. 당시, 전국칠웅에 속하는 각 나라들은 서로 인질을 교환함으로써 전쟁의 시기를 저울질하였는데, 이때, 인질은 반드시 칠국(七 國) 왕들의 아들들 중,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아들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그러한 관례에 따라, 이인은 조나라에 인질로 가게 된 것이었다.
 
여불위는 그 길로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르길아버지, 농사를 지으면 몇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까?” 하였다.
 
아버지는

알바노동자, 여성, 정신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와 다중소수자라는 정체성 속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해방세상이 와도 탄압받을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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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예린 2018/02/07 [21:04] 수정 | 삭제
  • 서란이와 유흔의 관계가 현영과 윤교의 관계와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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