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그나마 촛불이 희망입니다"

[중동통신] 터키 4년째 살지만 세속주의뿐 사회정의 없는나라

한상진 | 기사입력 2008/06/25 [15:48]

"한국은 그나마 촛불이 희망입니다"

[중동통신] 터키 4년째 살지만 세속주의뿐 사회정의 없는나라

한상진 | 입력 : 2008/06/25 [15:48]
그간 여러 일들로 많이 바뻤습니다. 쿠르드어를 배우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 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쿠르드어는 터키 정부의 끊임없는 말살 정책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언어입니다.
 
사용 인구가 적은 쿠르드어의 방언 하나인 자자키(드믈리) 현재 유네스코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명단에 이미 올라가 있고, 비교적 사용 인구가 많은 쿠르만지도 이대로 나간다면 10~20 후에는 사라지게 될 것이 명확해 보입니다.
 
그래서 쿠르드 지성인들은 자신들의 언어 사용을 증진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러 법적인 제약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작년에는 선거로 선출된 지방정부 시장이 쿠르드어의 사용을 포함한 다문화, 다언어 정책을 펼쳤다는 이유로 시장직을 박탈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정치적 통제가 심한 나라에서 직접적인 쿠르드족 인권신장 활동이나 평화를 위한 활동을 펼쳤다가는 테러리스트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서 추방당할 것이 뻔하기에 그간 주요 활동 하나로 쿠르드어를 공부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간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서 현재는 쿠르드어로 불편없이 의사소통을 있을 정도가 되었고, 심지어는 쿠르드족보다 쿠르드어를 잘한다는 찬탄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대단히 가슴아픈 상황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시장직을 박탈당한 전직 시장이, 얼마전에 어린이를 위한 쿠르드어 잡지를 출판하려고 하는데, 같이 일을 있느냐는 제안을 왔고, 지금은 그의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세마목이란 이름의 어린이 잡지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간 쿠르드족이 일하는 방식에 못마땅한 것들이 많아서, 첫번째 회의에서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쏟아부은 적이 있는데, 이게 발목을 잡아서 말에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잡지 준비하는 일을 거의 혼자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문에 당분간 메일한통 보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만, 와중에도 한국의 촛불집회 상황은 인터넷을 통해서 계속 챙겨보았습니다그러다 문득 한국이란 나라를 이명박에게 계속 맡겨놓는다면 어디로 갈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터키란 나라에서 벌써 4 가까이 살고 있지만, 살면 살수록 사회정의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파시즘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출판된 적이 없고, 독일에서는 출판이 아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히틀러의 자서전을 터키에서는 “파시즘을 조장할 목적으로 교육부에서 청소년에게 권장도서로 읽도록 권장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터키에서 지금은 최고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한때 가장 부자였고 지금도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있는 사람이 마약으로 돈을 번! 마피아 출신이란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있지만, 이를 비난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한명도 본적이 없습니다. 단지 그의 부를 부러워할 ….
 
정치적으로도 선거로 정부를 구성하기에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군부가 여전히 행정부보다 권한을 갖고있는 군사독재 국가입니다. 터키 역사에서 군부가 행정부 수반을 바꾼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행정부가 수뇌부를 바꿔본 적은 한차례도 없습니다.

또한 터키의 빈부 격차는 한국에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5 전엔가 포춘에서 세계 700 부호인가의 명단을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인당 국민 소득도 국가 전체 경제 규모도 터키보다 훨씬 한국의 부호가 4명만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터키에서는 20명이 넘는 부호가 명단에 포함되었더군요.

그리고 지금 격차는 그때보다 크게 벌여졌습니다. 터키의 인플레 때문입니다. 터키의 물가 상승률은 살인적입니다. 매년 30% 가까이 물가가 상승합니다. 3년전과 비교해서 모든 물가가 정확하게 두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은 단지 10% 내외일 뿐입니다. 회사나 자영업자들은 때가되면 그저 아무런 인상요인이 없더라도 습관적으로 물가를 30% 가량 올려받습니다. 돈없는 서민들만 꼼짝없이 죽어가야 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관광수입이 가장 외화 수입원인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서 막대한 외채를 끌어들여와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30% 넘나드는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달러대비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관광객이 줄어들 밖에 없습니다
 
래서 외형적으로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달러화 표시 국민 소득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있고,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의 IMF 비슷한 환란을 겪게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서민의 생활을 살피는 정책을 펴는 모습을 보기는 힘듭니다. 과거 100% 달하던 살인적 인플레가 30% 선으로 떨어졌으니 경제가 안정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는 인플레를 10% 선에서 잡았노라는 거짓말까지 해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존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들은 무슨 짓이든 하여야만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앞에서 말한 마피아라도 돈만 벌면 존중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업자들이 담합을 하는 것은 예사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어떤 제도나 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돈있는 자들은 돈없는 사람들을 극도로 무시하고, 심지어 인간 취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본의 극단적인 자유가 허용된, 자본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미국보다 자본이 자유로운 나라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온갖 못된것만을 배워왔 , 심지어는 미국에도 존재하는 경제정의라는 개념 자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터키가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한때는 한국보다 훨씬 잘살던 나라였고, 일찌감치 OECD 가입했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군부가 차례의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부라고 일컬어지는 무스타파 케말의 세속주의(이는 지극히 미국적인 자본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권위주의 통치체계를 확립한 후 사람들의 의식을 정치에서 멀어지도록 여러 조처들을 취하면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계속 이대로 간다면 아마도 터키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미 그런 조짐은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빈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물가가 점점 상승하고 있고, 정부는 서민들의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이미 한물간 미국식 신주유주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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