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러 일들로 많이 바뻤습니다. 쿠르드어를 배우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 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쿠르드어는 터키 정부의 끊임없는 말살 정책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언어입니다. 사용 인구가 적은 쿠르드어의 방언 중 하나인 자자키(드믈리)는 현재 유네스코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명단에 이미 올라가 있고, 비교적 사용 인구가 많은 쿠르만지도 이대로 나간다면 10~20년 후에는 사라지게 될 것이 명확해 보입니다. 그래서 쿠르드 지성인들은 자신들의 언어 사용을 증진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러 법적인 제약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작년에는 선거로 선출된 지방정부 시장이 쿠르드어의 사용을 포함한 다문화, 다언어 정책을 펼쳤다는 이유로 시장직을 박탈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정치적 통제가 심한 나라에서 직접적인 쿠르드족 인권신장 활동이나 평화를 위한 활동을 펼쳤다가는 “테러리스트”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서 추방당할 것이 뻔하기에 그간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쿠르드어를 공부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간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서 현재는 쿠르드어로 별 불편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심지어는 쿠르드족보다 쿠르드어를 더 잘한다는 찬탄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대단히 가슴아픈 상황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시장직을 박탈당한 전직 시장이, 얼마전에 어린이를 위한 쿠르드어 잡지를 출판하려고 하는데, 같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제안을 해 왔고, 지금은 그의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세마목”이란 이름의 어린이 잡지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간 쿠르드족이 일하는 방식에 못마땅한 것들이 많아서, 첫번째 회의에서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쏟아부은 적이 있는데, 이게 발목을 잡아서 제 말에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잡지 준비하는 일을 거의 혼자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문에 당분간 메일한통 보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한국의 촛불집회 상황은 인터넷을 통해서 계속 챙겨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국이란 나라를 이명박에게 계속 맡겨놓는다면 어디로 갈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터키란 나라에서 벌써 4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살면 살수록 “사회정의”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