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4년, 그리고 레바논 이주노동자

[중동통신] 레바논으로 피난 오는 이라크인 행렬 벌써 수만명

한상진 레바논통신원 | 기사입력 2007/03/30 [11:26]

이라크전쟁 4년, 그리고 레바논 이주노동자

[중동통신] 레바논으로 피난 오는 이라크인 행렬 벌써 수만명

한상진 레바논통신원 | 입력 : 2007/03/30 [11:26]
▲한상진 통신원.     ©인터넷저널
며칠 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나갔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언론이 이런 저런 숫자들을 동원하여, 그리고 현지르포를 통해 이라크 상황을 전달하는 모습은 가히 이라크 뉴스의 홍수라고 불러도 될 것 같더군요. 그리고는 다시 이라크는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불과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라크가 최소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파병'만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엔 레바논서 피난왔는데...

 이곳 레바논에도 수만명에 이르는 이라크 난민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로는 4만명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훨씬 더 많습니다. 사담 시절에는 레바논 사람들이 비록 사담의 독재를 받더라도 내전을 피해서 이라크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서방으로 피신을 갈 수 없는 레바논 사람들 중 시리아로 가기 싫은 사람들에게 언어 장벽이 없는 이라크는 피난처로 가장 선호받던 나라였습니다.

지금은 반대가 되어서 이라크 사람들이 레바논까지 피난을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침공으로 레바논 현지인들까지도 국내 난민이 되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라크 사람들에게 거주공간이 돌아가기는 힘듭니다.

또한 레바논 자체의 실업률이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을 제외한 이주 노동자가 약 4~5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동 국가들 중 비교적 소득이 높기(1인당 GDP 약 5천달러)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라크 난민들은 직업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이래저래 이라크 난민들의 레바논 생활은 어렵기만 합니다.

레바논에는 약 4~5만에 이르는 이주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온 노동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중앙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레바논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대단히 심한 나라입니다. 이러한 차별의 정도는 사실 한국보다 더 심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인권단체에서 레바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구사회에서 차별받는 레바논 사람들이 이들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필리핀서 왔냐, 일본서 왔냐?”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들도 제법 있는 관계로 길거리에서 종종 "필리핀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대개는 약간은 무시하는 투로(한국에서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것과 비슷한 습관적인 무시입니다.) 질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상당히 기분이 나빠집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분위기가 약간은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일본"에서 왔느냐고 물을 때 역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지만, 이때 느끼는 불쾌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불쾌함을 느끼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제 자신의 천박함에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넓게 보면 저 역시 여기 와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저 자신을 구분하는 저의 모습에서 아직도 멀기만 한 평화를 봅니다. 평화를 위해서 일한다는 제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평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올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해봐야 할 질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FTA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입니다. 이대로 협상이 이뤄진다면 미국의 제국주의 경제에 완전히 노출되어 일방적으로 착취만 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미 정부도 이러한 부분을 일부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일부 대기업의 속내는 '미국에 착취를 당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에서 착취하는 기법을 터득하여 이를 다른 나라에 적용하여 이를 만회하면 된다는 것'이 아닌가 하여 우려가 됩니다.

 한미FTA협상, 착잡하기만...

 한국 정부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것 말고는 그들이 "미국에 모든 것을 내줘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그토록 자신 있게 주장하는 근거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의 대기업들은 제3세계 국가들에서 부당노동과 인권무시 등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겠다는 게 소위 '인권변호사'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hansangj@hotmail.com

 *함께가는사람들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후원하실 분은 하나은행  773-910053-98605, 예금주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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