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가 하면 구국, 노무현이 하면 술수?

[네티즌칼럼] 이영일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

이영일 | 기사입력 2007/01/10 [23:38]

한나라가 하면 구국, 노무현이 하면 술수?

[네티즌칼럼] 이영일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

이영일 | 입력 : 2007/01/10 [23:38]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제안이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은 이를 찬성하고 있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정략적 제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현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개헌 제안이 순수하지 못한 정략적 시각에서 나온 정국타계용 제안이라는 야당의 시각도 일면 이해가 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기에 더더욱 개헌이 지금 시점에서 우리 정치사의 발전을 불러올 것인지 아니면 후퇴를 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의 방향이 더욱 건설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의 개헌을 다루는 태도는 우리 정치의 단면과 언론의 역할에 대해 실망을 느끼게 한다.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권위있는 한 통신사가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들의 과반수 이상이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언론사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나 대체적으로 개헌안에 대해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양상은 개헌이 그 자체로 판단했을때 정책적 선상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기 5년의 대통령과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향후 차기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 틀 구축과, 잦은 선거로 인해 국민들을 편가르기 이벤트(선거)에 몰입하게 하는 과열 양상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 이로 인해 구조적 정치 불안과 선거로 인한 국력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이 되는 것은 개헌이 실제 이루어질 것인지에 가서는 언론이나 국민들 모두 한나라당의 반대로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국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개헌을 하지 말고 차기 정권에 넘겨야 한다는 비관론적 진단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논의의 본질은 개헌이 필요하냐 안하냐인데 엉뚱하게 개헌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정략적이냐 아니냐가 논의의 쟁점을 형성해 가고 있고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에게 무언가 검은 속셈이 있으니 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며 나쁜 대통령이라는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헌을 하자는데 거기에 왜 대통령이 ‘나쁘다’라는 인신공격적 가치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 것인지, 개헌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런지를 설명하고 국민의 지지를 요구하는 것이 거대 야당으로서의 역할이자 올바른 태도임이 분명하다.


 

아예 노 대통령과는 상대도 안하겠다며 정략적 술수라는 주장만 강조하는 것이 개헌은 필요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하자니까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한나라당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지금이 독재정권 시절도 아니고 노 대통령이 술수로 자신의 실정을 회피하려 들고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그런 대통령을 가만 놔 둘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현 정부에 대한 불신감과 정국 혼란을 바라지 않는 국민 정서상 차기 정권에서 개헌을 하라는 여론을 이용해 마치 모든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것인양 교묘히 본질을 흐리고 있는 일부 언론사들의 태도도 냉정감보다는 편향적이고 감정적 논리가 앞서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언론 중 D일보는 2002년 5월 18일 사설과 2004년 4월 29일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어긋나 정치 불안을 심화시키고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이 너무 일찍 나타나 국정 불안정이 장기화하며 잦은 선거로 생기는 국력소모도 엄청나다며 2006년 후반기나 2007년 초쯤에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C일보도 2004년 4월 28일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각각 5년과 4년으로 엇갈려 대선 다음해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어 국력의 낭비가 심했다고 지적하고 있고 2005년 2월 16일 사설에서는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을 양산하고 있고 잦은 선거로 국력 낭비가 심하니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이 20년만에 맞는 호기라 주장하고 있다.

불과 3~5년전에 그렇게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던 언론이 지금은 거의 동일한 내용을 노 대통령이 제안했음에도 시기가 늦어서 안되고 정략적이어서 안되고 개헌할때가 아니므로 안된다고 하고 있다. 게다가 논의의 중심을 잡아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어 그 결과와 판단근거를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에게 그 역할을 다하라 강조하지는 않고, 막연하게 판단은 국민들 몫이라며 국민들을 앞세워 노 대통령의 정략적 술수만을 외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 이 상황에 너무나 딱 어울린다고 하면 필자의 과도한 생각일까.

여하간 지금의 국민 정서가 개헌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헌의 실현여부와 시기에 대해 찬성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기에 이 개헌이 진정으로 국가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정치권이 정책적이고 냉철하게 논의해야만 국민들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휩쓸리거나 표피적이고 획일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개헌의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노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어도 개헌이 진정으로 우리 정치발전에 기여할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이를 논의하는 것이 정당 정치를 추구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 해야 할 일차적인 도리이다. 그런 논의와 개헌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도 국민 정서가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때에 개헌을 차기 정권의 몫으로 남겨도 충분하다.


 

말 그대로 개헌이 무슨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노 대통령의 술수라며 상대도 안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태도나 자기들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해놓고 지금은 안된다고 하는 언론이나, 진정으로 그들이 나라를 사랑하고 정치 발전을 염원한다면 노 대통령이 정략적이라면서 자신들이 이렇게 자기합리적이고 정략적으로 행동해서야 되겠는가.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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