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브로커' 머독과 한국 미디어

[칼럼] 돈독 오른 다국적 언론장사꾼 되겠다는 한국 족벌신문들

채수경 | 기사입력 2009/08/09 [14:57]

'알권리 브로커' 머독과 한국 미디어

[칼럼] 돈독 오른 다국적 언론장사꾼 되겠다는 한국 족벌신문들

채수경 | 입력 : 2009/08/09 [14:57]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인 인민은 자신의 천부인권을 위임한 국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 권리(The Right to Know)’가 있지만 그게 법률로 보장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1945년 1월 23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에 따르면 당시 미국의 AP 통신사 편집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켄트 쿠퍼가 한 강연에서 ‘The Right to Know’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켄트는 1956년 같은 제목의 책까지 펴내 ‘알 권리’를 확산시켰었다.
미 국방부가 통킹만 사건을 부풀려 베트남 전쟁 개입 구실을 찾았다는 의혹 및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1966년 9월 6일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또한 쿠퍼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게 중론, 시민의 공개요청이 있으면 정부는 대통령 문서나 입법·사법 관계 문서, 국방·외교 관계 비밀문서 등을 제외한 항목에 대해서는 10일 이내에 응답하도록 되어 있는 정보공개법 덕분에 언론의 새 지평이 열렸다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언론이 공공성을 지니는 것도 시민의 ‘알 권리’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국가가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은 그걸 일일이 요구하여 열람할 능력이 없는 바, 언론이 대신 정부의 정책결정과 행위에 관한 정보를 대신 공개해주면서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입법부·사법부·행정부에 이은 ‘제4부’ 또는 ‘사회의 목탁’으로 불린다는 것은 초등학교 코흘리개들도 다 아는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에 속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의 극우 노선을 적극 지지하여 미 언론계의 ‘극우꽅통’으로 불렸던 세계적인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영국의 더 타임스, 더 선, 뉴스 오브 더 월드를 포함해 자신이 소유한 신문들의 인터넷판을 내년 여름까지 유료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호주, 미국, 영국 등에 신문과 방송을 소유한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6월로 끝난 2008 회계연도에 경기침체로 인해 자산가치의 상각, 구조조정비용, 광고수입 감소 등으로 34억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머독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고품격 저널리즘은 싸구려가 아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뉴스 웹사이트에 대해서도 돈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독 소유 신문 중 아직까지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만 온라인 독자에 대해 구독료를 받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도 언론이기 이전에 비즈니스, 광고수입 격감으로 큰 타격을 입어 인터넷 신문에도 구독료를 부과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지만, 그간 하는 짓마다 너무 장삿속으로만 치우쳐온 머독이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서고 있음에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언론의 위상이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감지된다.
머독 스스로 권력과 기업들을 위한 나팔수로 전락하여 신문독자나 방송 시청자들을 상실했기에 광고 수입이 더 격감했는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성 없이 정보를 독점 중개하여 ‘알 권리 브로커’로서의 떡고물이나 챙기겠다는 것 같이 비웃음이 머금어지거니와 인터넷 포털에 빼앗긴 언론의 기능이나 광고주들을 되찾아올 생각은 않고 ‘시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온갖 특혜와 함께 공짜로 취득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팔아먹을 궁리나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멍청하고 뻔뻔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손바닥만한 나라의 언론을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돈벌이에 혈안이 된 나머지 방송에까지 진출하기 위해 사회 정의고 민주주의고 뭐고 마구 짓밟고 있는 한국의 족벌 신문들이 닮고 싶은 미디어 재벌 머독의 실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듯하다. 그런 지저분한 언론을 견제할 언론은 없나?
 
어쩌면 민주주의 시스템이 너무 낡아서 이제는 바꿔야할 때가 됐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라고 뽑은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기만하여 자기 잇속이나 챙기고 그걸 감시해야할 언론이 정치인들과 유착하여 돈벌이할 생각이나 하고 있음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면서 주머니 털리게 생겼다. 돈독 오른 ‘알 권리 브로커’들을 믿지 말자. 단순한 ‘알 권리’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 지 알 권리’를 찾는 시민 스스로의 감시 시대가 왔음을 실감한다. <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원본 기사 보기:뉴민주.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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