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 미처 몰랐던 수많은 거짓말, 석파정 서울미술관에 가면

이동화 기자 | 기사입력 2019/11/18 [10:01]

[미술전] 미처 몰랐던 수많은 거짓말, 석파정 서울미술관에 가면

이동화 기자 | 입력 : 2019/11/18 [10:01]

 

 

 

 

 

 

 

 

 

 


[백뉴스(100NEWS)=이동화 기자] 석파정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이 오는 2020년 2월 16일까지 ‘보통의 거짓말(Ordinary Lie)’ 전을 개최한다. 우리의 삶 속에 가득 차 있는 거짓말에 대해 탐구해보는 이번 전시는 서울미술관 2019년 하반기 대형 기획전으로 진행되며, 총 23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일상 속 거짓말을 주제로 한 회화, 사진, 영상, 미디어 아트 등 현대미술 전 장르 약 10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시작점에서 만나는 국어사전 형식의 인트로는 관객들이 기획의도 및 콘셉트 등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끔 구성됐다. 전시는 ‘파트 0’부터 ‘파트 3’까지 총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며, 인류의 첫 거짓말부터 나, 타인과의 관계, 국가와 사회의 거짓말로 점점 범위를 확장하며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번 전시는 스토리텔링 기반 전시기획 방법인 ‘스토리파이웨이(Storify-Way)’ 형식으로 구성돼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들을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 Part 0.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파트 0’에서는 선악과에 손을 댄 하와가 했던 인류 최초의 거짓말을 주제로 삼고, 아담과 이브를 통해 인류의 거짓말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다룬다. 각 섹션의 초입에는 해당 섹션의 주제를 아우르는 상징 마크가 붉은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있는데, 전시의 인트로 격인 ‘파트 0’의 시작점에는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유민정 작가의 ‘하와가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 부끄러움을 알았을까(2015)’라는 작품은 금기를 어기고, 자기 합리화된 거짓으로 부끄러움을 알게 된 붉은 얼굴의 현대판 아담과 하와를 그렸다. 작가는 인간의 얼굴에 쉽게 드러나기에 숨길 수 없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통해 거짓말을 표현했다.

 

‘파트 1’으로 향하는 곳에는 붉은 조명이 ‘보통의 거짓말’이라는 전시명을 비추며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는 붉은 조명과 네온사인 등을 이용한 다양한 구조물들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붉은색과 하얀색은 이번 전시의 테마 색상으로 ‘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에서 착안했다. 각 작품에 관한 캡션은 유쾌하고 재치 있게, 또는 풍자적으로 전시장 바닥에 적혀 있다. 캡션 역시 붉은 조명이 비추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Part 1.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파트 1’에서 다루는 것은 개인의 거짓말로, ‘나’를 중심으로 내 삶에 거짓말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탐구한다. 진효선 작가의 ‘축 졸업(2017)’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머리가 형형색색의 사탕으로 표현된 것을 알 수 있다. 원하지 않지만 사회와 제도에 의해 그럴듯해 보이는 옷을 입고, 의젓한 모습을 강요당한 아이들은 착한 어린이의 모습을 한 채 유치원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작가는 유치원 졸업이 사회와 제도에 의해 포장된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던 첫 순간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유치원을 졸업하며 처음으로 타인의 잣대와 강요를 통해 사회가 정한 틀 속에 끼워지고, 비로소 사회가 원하는 ‘달콤한’ 얼굴을 갖게 된다. 이 작품의 캡션은 ‘엄마가 좋아하니까 저는 행복해요’이다. 달콤한 사탕 머리를 한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올 법한 문장이 붉은 조명을 받아 섬찟하게 느껴진다.

 

■ Part 2.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제 전시는 인류의 거짓말에서 개인의 거짓말,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거짓말’로 접어든다.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관계 속에는 수많은 거짓말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가장 익숙한 거짓말 중 하나는 달콤한 동화를 마무리하는 대목인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이다. 멕시코의 로돌포 로아이자 작가는 ‘Magic-Metro Sex(2017)’라는 작품을 통해 동화가 끝난 후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렸다. 현실 세계와 마주친 공주들은 ‘사랑(LOVE)’을 깨부수고, 다른 공주와 입 맞춘다. 헤라클레스는 울근불근 근육을 위해, 왕자님은 젊음을 위해 약물을 주사한다.

 

이들은 관습적인 이성애자의 해피엔딩을 타파하고, 술·마약·허영심 등 현실 세계의 해악에 취약한 모습까지 보인다. 작가는 달콤한 동화 속 주인공들의 현실 속 모습을 통해 편견이나 공포증을 넘은 진정한 ‘해피엔딩’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 Part 3.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인’에게서 시작됐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져 사회와 ‘국가’에까지 이르렀다. 불과 10년,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전체주의적, 국가 중심적 사고관이 팽배해 있었다. ‘파트 3’에서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들을 지키게 하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거짓말들이 개인을 지배해왔는지 돌아본다.

 

장연호 작가는 ‘마지막 밤(2015)’이라는 영상 작품을 통해 ‘가만히 있으라’는 거짓말을 비롯한 어른들의 수많은 거짓말로 점철됐던 비극적 사건을 다뤘다. 작가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거짓말’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만든다.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보통의 거짓말’ 전을 모두 관람하고 나면, 설은아 작가의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오는 2월 29일까지 개최되는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는 인터랙티브 감성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전시장에 놓인 공중전화 부스와 아날로그 전화기를 통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진실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개인적인 추억과 진솔한 이야기들을 속시원히 풀어놓을 수 있으며, 이따금 벨 소리가 울리는 아날로그 전화기에서는 과거에 녹음된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랜덤으로 흘러나온다. 본 전시인 ‘보통의 거짓말’ 전시의 스토리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거짓말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어떤 비난이나 충고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후련하게 털어놓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마음을 보듬어준다.

 

한편,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도서출판사 ‘열린책들’과 함께 가을 시즌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간도서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열린책들 펴냄)’ 속 문장들을 단풍이 물든 ‘석파정 독서로드’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흥선대원군의 별서 석파정(石坡亭)에서는 가을맞이 단풍놀이축제, 석파정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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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전시명: 보통의 거짓말(Ordinary Lie)

전시기간: 2019년 10월 29일~2020년 2월 16일

관람시간: 본관(M1) 10시~18시/ 신관(M2) 및 석파정 11시~17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관람료: 성인 11,000원/ 우대·학생(초중고) 7,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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