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라크의 한 친구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아버님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이라크를 떠나고 싶다.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이라크의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를 떠나고 있고, 또 떠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들은 초기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라크인들을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부정적입니다. 그나마 이라크 내부에서 비교적 안전한 곳은 한국군이 머물고 있는 이라크 북부지역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라크의 아랍계는 쿠르드지역으로 피난을 떠났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라크인들 “이젠 떠나고 싶다”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너무나 많은 아랍계 주민들이 몰려오자 쿠르드족 지방정부에서 아랍계 이라크인들의 이주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재 돈이 있거나 외국에 아는 사람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이라크 사람들은 속절없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하는 것은 당위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일 년 더 머물게 되었고, 정 머물러야 한다면 지금처럼 헛삽질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야 그나마 이미 저지르고 있는 전쟁범죄에 속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군이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아랍계 이주민들을 위한 캠프를 설치하여 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한국 정부에 제안하고 싶습니다. 한국군이 약간의 위험을 감수(주둔지 밖에서 활동한다는)한다면, 그들이 현재 이라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이라크에 아랍계와 쿠르드족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한국군이 쿠르드족 지역에 아랍계 주민을 위한 난민 캠프를 설치하여 이들을 돕는다면 이는 아랍계와 쿠르드족 사이의 화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막에 난민 캠프를 설치한다면 주위가 트여있어 한국군이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난민을 보호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파병의 정당성을 논하는 것보다 일단 생명을 구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하여, 이라크 철군이 이뤄지기 전에는 한국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싸우고 있는 제가 한국 정부에 부탁을 드립니다. 한국군 낭비말고 숭고한 역할을 쓸데없는 헛삽질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고, 이라크 인들의 목숨을 한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상진 중동통신원(함께가는 사람들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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