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만 초저가 패키지 해외여행 상품에 관한 불편한 진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5/11 [10:15]

20~30만 초저가 패키지 해외여행 상품에 관한 불편한 진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5/11 [10:15]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동남아 패키지 상품 이용했다 낭패 봤다는 사례 늘어 ‘요주의’
하나투어·모두투어 여행자 가장 큰 불만 ‘선택관광 강요’ 꼽아
국내 여행사-현지 여행사-가이드 하청·재하청 구조가 부실 불러

▲ 일부 여행사들이 출시한 3박 5일, 4박 5일의 20만~30만 원대 초저가 동남아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개별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패키지 여행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여행사 패키지 판매실적은 499만9000여 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단체로 섞여 여행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여름휴가를 80여 일 앞둔 지금 이 시간에도 조금이라도 싼 값에 알찬 패키지 여행 상품을 ‘득템’하기 위해 부지런히 손품을 파는 ‘얼리 서머족’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국내 여행사들도 여름휴가족을 겨냥해 다양한 해외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행사들이 출시한 3박5일, 4박5일의 20만~30만 원대 초저가 동남아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약칭 소비자주권)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여행 관련 피해상담(78건), 여행 관련 소비자 분쟁조정 사례(16건), 국내 대형 여행사 여행상품 평가(40명),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불만 사례(200건) 등 각종 패키지 여행 실태를 분석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주권 조사결과 소비자들은 국내 여행사와 현지 여행사(랜드사) 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일방적 계약변경, 여행일정 변경, 선택관광(옵션) 강요 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소비자원 1372상담센터 상담의 60.5%(46건)가 일방적 취소 등 계약변경 문제를 지적했고, 일정변경 관련 사항을 불만으로 꼽은 소비자는 28.9%(22건)였다. 이어 일정추가에 따른 추가 비용 요구, 여행사 과실로 인한 피해나 구매상품 환불, 소지품 분실, 여행사 도산 등에 관한 상담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분쟁조정 사례 16건을 분석한 결과 여행사의 일방적 일정변경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가 6건(37.5%), 여행사의 항공권 미확보로 인한 여행취소 및 항공기 연착 관련한 조정신청 4건(25%), 여행업자(가이드)의 안내부족이나 과실에 의한 상해 등이 3건(19%), 계약취소 2건, 기타 1건 등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은 또한 국내 여행업계 1·2위를 다투는(시장점유율 25~30%)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여행상품 중 동남아 지역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한 약 40명(회사별 각 20명)의 상품평을 항목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하나투어·모두투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선택관광(옵션) 강요로 나타났다. 하나투어 이용자의 선택관광 불만은 10건(50%)로 나타났고, 모두투어 이용자의 선택관광 불만은 9건(45%)이었다.


또한 하나투어 패키지 상품 이용자 중 일정변경 강요에 불만을 표시한 사례는 8건(40%)이었고, 모두투어 패키지 상품 이용자 중 가이드의 불성실한 태도를 불만으로 꼽은 사례는 9건(45%)으로 집계됐다.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약 200건의 불만사항 중 대표적인 내용을 항목별로 분류하고 최근 동남아 지역 여행상품을 이용한 여행객의 인터뷰 결과 이 같은 문제들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여행사-현지 여행사(랜드사)-가이드로 이어지는 하청·재하청의 불공정한 구조로 인해 패키지 여행 상품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국내 여행사들은 좀 더 많은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20만~30만 원대의 초저가 여행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여행객이 모집되면 국내 여행사는 소비자가 지불한 비용 중 항공권 요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챙기고, 현지 여행사에는 극히 일부의 비용만 나눠주게 된다. 심한 경우 비용을 한푼도 지불하지 않고 여행객을 현지로 송출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에 지불해야 하는 것을 지상비용(호텔숙박비, 식비, 관광지 입장료, 차량운영비 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내 여행사들은 현지 여행사에 지상비용을 찔끔 지불하거나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무작정 여행객을 넘긴다고.


현지 여행사는 이로 인한 적자를 만회를 위해 ‘꼼수’를 쓸 수밖에 없고, 여행객을 대상으로 일정변경 문제를 일으키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현지여행사에 가장 이익이 남는 방법은 전체 일정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기본일정 변경을 통해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제시한 풀옵션 상품을 여행객 전체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 여행상품의 경우 3박5일 혹은 4박5일 일정 동안 현지에서 풀옵션 선택관광을 했을 경우 1인당 보통 250~3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


결국 여행자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선택 관광’을 강요하게 된다. 여행지역에 따라 각 여행사별로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20개의 선택관광 상품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여행사는 여행객들이 도착한 직후 현지에서 상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옵션 상품 가격은 평균 40달러에서 최대 180달러까지 다양하다. 보통의 경우 가이드가 개별 여행지에 따라 선택관광을 추천하지만 “싸게 여행 오셨는데 이 정도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식으로 풀옵션을 요구한다.


문제는 선택관광을 이용하지 않는 여행자의 경우 사실상 대체 일정 없이 ‘방치’ 수준의 대우를 한다는 점이다. 여행상품 광고에는 호텔 대기, 주변 대기, 버스 대기 등으로 대체일정이 표시되어 있으나 이들이 자유시간을 누릴 만한 일정이 아예 없거나 대체일정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과도한 쇼핑 강요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연계된 쇼핑센터 수십 곳 중 평균 3~5곳 방문을 기본 코스로 잡아놓고 있다. 소비자가 여행상품을 구입할 때 충분히 인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횟수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사항 중 하나는 기본일정 관광은 20~30분간 주마간산 격으로 진행하면서 쇼핑센터 방문 시간은 회당 1시간~1시간 30분으로 길게 잡아놓고 있다는 것.


노옵션·노쇼핑 상품도 문제가 되긴 마찬가지다. 현지 여행사에서 여행 원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진 곳에 숙소를 잡거나 비위생적인 식사제공, 성의 없는 여행 프로그램 등으로 소비자들이 불만을 사고 있다. 노쇼핑·노옵션으로 인한 여행 원가를 만회하기 위해 일부 상품의 시간 추가, 쇼 등의 좌석 및 숙소 업그레이드를 통해 비용을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가이드는 패키지 여행상품 먹이사슬 구조의 맨 마지막에 있어 가이드 경비 중 단 1달러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 국내 여행사에서는 지상비용(여행지원비)을 한푼도 내지 않고 무작정 여행객을 현지로 보내기 때문에 결국 가이드들이 다른 구실을 대고 여행객으로부터 돈을 거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이에 따라 소비자주권은 “초저가 여행상품의 경우 국내 여행사들이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출시한 후 현지 여행사로 떠넘기고, 현지 여행사는 무리한 일정변경과 선택관광 강요, 저가 호텔, 저가 식비 등 여행 원가를 낮춤으로써 경비를 만회한다”고 지적하면서 “모처럼 여행을 떠났다가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초저가 여행상품에 혹하지 말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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