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토벌 김백일 동상 옆 단죄비 세워 타산지석 삼아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3/04 [10:56]

독립군 토벌 김백일 동상 옆 단죄비 세워 타산지석 삼아

정현숙 | 입력 : 2019/03/04 [10:56]

정부의 친일 청산 의지와 시민의식 드높아져 

 

친일반민족자 김백일 동상 옆 친일행적단죄비 [친일김백일동상철거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독립군 토벌 친일파, 김백일 동상은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

 

민족과 나라를 위해 역사에 공을 세운 인물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동상이 뒤늦게 과거 친일반민족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동상 철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얼마전에는 친일파 김성수의 흔적이 서울 성북구에서 사라졌다. 

 

3·1운동 100주년인 1일 경남 거제시 시민단체들이 만주군 장교로 근무하며 항일독립군 토벌에 참여한 김백일 장군 동상 옆에 친일행적 단죄비를 세웠다.

 

38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친일김백일동상철거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에 있는 김백일 동상 바로 옆에서 김백일 친일행적 단죄비 건립 기념식을 했다.

 

대책위가 건립한 단죄비는 높이 3m다. 스테인리스 재질에 페인트를 칠했다. 비 표면에는 단죄비 건립 취지문, 참여 시민사회단체 명단, 김백일 친일행적 등을 새겼다. 취지문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됐지만, 여전히 친일행위자들을 단죄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고자 거제시민들이 힘을 모아 단죄비를 건립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류금열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단죄비 건립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힘을 모아 친일파 김백일 동상을 반드시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김백일은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했으며, 간도특설대는 일제의 괴뢰만주국에 소속된 900여명 규모의 특수부대로 항일운동을 하는 독립군 토벌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간도특설대는 일제의 패망으로 해산할 때까지 독립군 토벌 작전을 모두 108차례나 벌였다.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 무장세력과 민간인은 무려 172명에 달했으며 그 밖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체포되어 악랄한 고문을 당하고 강간, 약탈의 해악을 입혔다.

 

김백일은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괴뢰만주국이 없어지자 한국으로 돌아와 본명인 김찬규에서 김백일로 개명한 후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하고 미군정 중위로 임관하고 철저히 변신했다.

 

그는 본래 집안이 함경북도 명천군 출신이나 부모 대에 간도 지역으로 이주해 살고 있었다. 만주 지린 성 옌지 출생이다. 만주군 상위로 재직 중 8.15 해방을 맞아 조선국방경비대에 입대하여 국군 창설에 참여하였다. 창씨명은 가네자와 도시미나미(金澤俊南)이다.

 

지난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 중 군인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김백일은 6·25 전쟁 흥남철수작전 때 미군과 같이 북한 피란민 10만여 명을 군함에 태워 거제로 탈출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단법인 흥남철수기념사업회는 2011년 5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김백일을 기리는 동상을 세웠다.

 

그동안 3·1운동 100주년이 다가왔는데도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있는 김백일 동상은 꿈쩍도 않고 있었다.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친일 김백일 동상 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해 10월 말 김백일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거제시와 시의회에 3·1운동 100주년까지 김백일 동상 철거를 촉구하며 시청 앞과 시가지 등에서 지속적으로 시민선전전을 펼쳐왔으나 3월 1일을 넘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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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시청 앞에서 김백일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철거되지 않았지만 김백일 동상 철거 운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친일 동상이 거제시의 관광지이자 전쟁 상흔을 치유하고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역사교육의 현장인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있을 이유가 없으며,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 반드시 철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는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존재하고 또한 미래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를 부정하고는 현재가 존재할 수 없으며 미래 또한 보장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거제도는 1592년 왜구의 침략으로 발발된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과 수많은 군사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옥포대첩, 율포해전, 영등포해전, 장문포해전등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곳이며, 1919년 5.2만세 운동으로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역사의 땅이다.

 

거제시는 매년 시민들의 피같은 혈세로 기꺼이 옥포대첩을 기념하여 옥포대승첩기념 행사를 거행하고 있으며, 아주장터의 5.2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시행하여서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피 흘린 과거를 잊지 않고 되새기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나라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후세에 길이 남겨서 피 흘리는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토록 하는 교훈의 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항거하고 피 흘리다 돌아가신 호국영령이 잠든 역사의 땅 거제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독립군들을 토벌하고서도 과거를 속이고 있는 친일반민족자 김백일의 동상이 아직도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는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그나마 이번에 김백일의 동상 옆에 친일행적 단죄비라도 세워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서 그의 죄상을 만천하에 널리 알려 후세의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행이지만 동상까지 완전히 철거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친일파 인촌 김성수 흔적 인촌로 사라지고 고려대로로

 

한편 문재인 정부의 지대한 친일 청산의지와 맞물려 고려대 설립자인 친일파 인촌 김성수의 흔적도 서울 성북구에서 사라졌다. 서울 성북구는 1626개 인촌로 안내 시설물을 철거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성북구는 이날 오전 11시 1626번째 인촌로 도로명판을 내리고 고려대로로 교체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인촌로, 새 역사를 시작하는 고려대로 행사를 개최했다.

 

인촌로는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 구간(폭 25m, 길이약 1.2㎞)이다. 인촌로는 연결도로(인촌로1길 등) 27개 도로명으로도 쓰이고 있다. 안내시설로는 도로명판 107개와 건물번호판 1519개가 있었다.

 

친일파 김성수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 중 한사람이다. 김성수는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에 일제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등 친일행위를 했다. 이에 정부는 훈장을 취소하고 생가와 동상 등을 해체하는 작업을 해왔다.

 

성북구는 인촌 김성수에 대한 대법원의 친일행위 인정판결과 2018년 2월 국무회의에서 인촌이 받은 건국공로훈장 취소한 정부의 결정과 주민, 고대총학생회,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연합 등의 요구를 수용해 직권변경을 추진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 심우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그를 따르는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성북구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만큼 인촌로 도로명 변경은 성북구의 당연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애국지사 이현주 선생의 후손이자 광복회 성북구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광종씨는 "일제 잔재가 담긴 도로명이 적지 않으나 주소 사용자의 과반수 동의라는 조건 때문에 대도시에서 도로명 개명 사례가 흔치 않다"며 "민·관이 협력해 이룬 성북구의 사례가 다른 지자체에 큰 자극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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