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언론보도, 집단광기”

한 방송기자, "중립성·이성 잃고 검찰주장 일방적 보도" 비판

인병문 기자 | 기사입력 2009/04/30 [14:24]

“노 전대통령 언론보도, 집단광기”

한 방송기자, "중립성·이성 잃고 검찰주장 일방적 보도" 비판

인병문 기자 | 입력 : 2009/04/30 [14:24]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보도에 대해 현직 기자가 ‘집단광기’에 휩쓸린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신하 한국방송 기자는 28일 한국방송 홈페이지 기자칼럼에 올린 ‘검찰 같은 언론...이것은 광기가 아닐까?’라는 글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대부분의 언론보도 태도는 마치 죽은 권력을 ‘부관참시’하는 것 같은 섬뜩함을 준다”며 이 같이 밝혔다.

나신하 기자는 “작금의 언론 대부분이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와 판단을 거의 일방적으로 중계보도 하고 있는 상황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유죄 여부를 다투는 영역에 이르면 신문이건 방송이건, 인터넷 매체건 이성을 찾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일부 신문 보도와 관련해 나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의 유죄 혐의에 확신을 가진 검찰의 입장을 거의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언론을 포함해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참여정부에 대해 크고 작은 아름답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 “다만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중립성, 이성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나 기자는 “수사를 통해 확인된 객관적 사실과 한 인물이 또 다른 인물에 대해 발언한 내용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며 “사실의 영역과 주장의 영역은 별개의 문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연차 회장의 진술을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빗댄 듯 나 기자는 “지금 대부분의 언론은 사실과 주장을 혼합해 유무죄의 판단을 미리 내리고 있다”며 “검찰에 소환당한 인물이 본인 스스로에 대해 털어 놓은 내용과 다른 사람과 관련해 털어 놓은 내용은 별개의 영역이다. 진술 내용을 사실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절차는 당사자의 시인 또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라고 밝혔다.

나 기자는 “당사자가 인정하지도 않고,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지도 않은 사안을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몰아가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신하 기자는 끝으로 “검찰 같은 언론, 아니 검찰보다 더 검찰 같은 언론을 지켜보는 마음은 씁쓸하다”며 “대부분의 언론이 마치 ‘집단광기’에 휩쓸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신하 기자는 글 앞머리에서 28일자 동아일보가 보도한 ‘노 전 대통령의 진술에 큰 기대 말라’를 거론, “신문기사가 검찰의 조사 방법에 대한 조언을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은 언론사 경력이 짧지 않은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건’”이라며 “당혹감과 황당함을 감추기 어렵다. 조금 많이 앞서간 것 같다”고 밝혔다.

나신하 기자는 1994년도에 한국방송에 입사해 사회부와 경제부, 문화부, 보도본부 뉴스제작팀을 거쳐 현재 시사보도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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