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사에 상처만 남긴 건국절 '쇼'

[네티즌칼럼] 보수단체 시각만 수용한 일방적 역사훼손 유감

이영일 | 기사입력 2008/09/14 [14:09]

독립운동사에 상처만 남긴 건국절 '쇼'

[네티즌칼럼] 보수단체 시각만 수용한 일방적 역사훼손 유감

이영일 | 입력 : 2008/09/14 [14:09]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자며 제출했던 ‘국경일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12일 철회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정 의원이 논란의 야기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철회한 것은, 국민적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무리한 건국절 추진 논란을 종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며 후 정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지난 7월 3일 정갑윤 의원을 포함한 1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건국절 법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관련단체와 학계,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정부는 관련단체나 학계의 다양한 의견 청취도 없이 일부 보수단체의 시각만을 수용해 일방적으로 올해를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난리법석을 떨었고 현재도 건국 60년이라는 타이틀을 단 관련 행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빼앗긴 주권을 회복했다는 광복(光復)의 의미보다 국가를 세웠다는 건국(建國)의 의미에 더 강조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 역사를 뒤 흔드는 것이기도 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모두 똑같을 수는 없고 그 관점의 차이가 존재할 순 있다. 그러나 역사가 다른 사람도 아닌 정권을 가진 자에 의해 일방적 시각으로 편향되고 그 정권을 색깔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될 때, 그 사회는 혼란과 왜곡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질곡으로 점철되어 왔던 점을 우리는 격동의 근대사를 지나며 너무도 뼈저리게 접해왔다.


지금이 군부독재와 같은 오욕의 시대는 아니지만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역사를 훼손하는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 때, 대통령과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 학계와 관련단체의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은 근대사를 일방적으로 정의내리고 독불장군식으로 흔들어 온 태도는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부로서 부적절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이 논란은 현재 헌법소원이 진행중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한민국 건국 60년이라 칭하고 기념사업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하는 건국행사들이 헌법 위반이라는 헌법소원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결과와는 별개로 이같은 일방적 건국 명명으로 인해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야기되고, 항일운동의 역사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한 것은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 낸 고난과 승리의 역사에 결과적으로 침을 뱉는 격이 되었음을 대통령과 정부는 각인해야 한다.

과연 안창호 선생과 김구 선생 등 임시정부를 위시한 독립지도자들과 독립투사, 독립유공자들이 건국 60주년 일방 명명과 이로 인해 촉발된 이념논쟁에 빠져있는 이 나라의 현실을 본다면 과연 뭐라고 대통령에게 말했을지 사뭇 궁금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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