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엄마들, 그리움을 만지다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02/02 [10:43]

세월호 엄마들, 그리움을 만지다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02/02 [10:43]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서울 시민청갤러리에서 2월 11일 부터 19일까지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전시가 열린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엄마들이 손으로 직접 뜬 뜨개물과 함께 그간 마음속에만 담아왔던 엄마들의 이야기가 시민 앞에 펼쳐지는 것.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전시_그리움을 만지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그리움을 담았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간 함께 걸어왔던 수많은 시민들에게 세월호 엄마들의 고마움을 전한다. 

 

전시물 중 <기도하는 마루>는 지름 4m짜리 한 개와 지름 2m짜리 두 개로 된 대형 마루로, 전시장 내부에 설치되어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아이들이 잘 있기를 바라는 기도와 염원을 담아 엄마들이 공동으로 엮은 대형 러그가 깔린 이곳은 시민과 유가족의 기도가 만나는 곳으로써 소통을 통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민이 참여하여 직접 뜬 뜨개로 완성되는 네 가닥의 아주 긴 목도리는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기도로 길이를 조금씩 늘려나가게 된다.

 

전시물 <그 사람에게>는 곁에서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의 뜻을 담아 뜬 목도리, 조끼, 가방 등을 각각의 사연과 함께 전시한다. 전시가 끝난 후, <그 사람에게>에 전시된 뜨개물들은 사연과 함께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사연의 주인공들은 아이를 데려와준 잠수사, 자원활동가, 지지를 보내준 연예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전시된 모든 작품은 그동안 세월호 아픔과 함께해준 고마운 분들께 선물할 예정이다.

 

또한 매주 토, 일 오후 3시에는 시민과 엄마들이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 ‘엄마와의 대화’가 열린다. ‘엄마와의 대화’ 시간에는 그동안 치유공간 이웃에서 나눴던 ‘치유밥상’을 약식으로 재현한 밥상을 대화에 참여한 시민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무너진 가슴으로 떠온 세월호 엄마들의 이야기

 

함께해준 여러분, 고맙습니다. 비싸고 좋은 실을 고르고 골라 꼬박 석 달 동안 떴습니다. 늘 제 곁에 서 계신 것처럼 새벽기도 드리는 수녀님 어깨를, 무릎을 따뜻하게 감싸안고 싶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체격도 모르는 당신을 생각하며 조끼 하나 뜹니다. 보통의 남자분 체격이겠거니, 아이 아빠를 피팅모델 삼아 어림잡아봅니다. 혹, 당신을 찾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을 엄마 품으로 돌려보내주신 모든 잠수사분들께    마음 전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잘 받았습니다.

 
엄마가 아니면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사진까지 어떤 모습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샅샅이 찾아서 보내주신 선생님, 우리 아이 중학교 졸업한지 2년이 지났어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안아주고 계셨네요. 선생님 마음 덕분에 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교무실에 계실 때, 무릎이라도 따뜻하게 덮고 앉으세요.

 
이번 전시회 <그 사람에게> 섹션에 전시될 내용의 일부다. 굳은 마음으로 뜨개질에 매달렸던 엄마들이 이제는 조금씩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하지만, 또 다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생겨났다.

 

세월호 사고 후 2년 반 동안 마음 포개준 분들을 생각하며 정성스레 뜨개질을 했다. 추운 광장을 가득 메워준 사람들, 분노하며 함께 걸어준 이들, 아이를 기억하도록 도와준 선생님과 친구들, 한끼라도 잘 먹으라며 밥상을 내어준 분들에게 무어라 감사함을 전할까요. 그 마음 담아서 한코한코 뜨개 선물을 장만했다. 아이 잃은 세월호 엄마들이, 어두운 터널을 함께 지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뜨개전시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뜨개질을 하다 보니 고마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더라고요. 특히 요즘에는 세월호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고마워요. 그 분들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잖아요. 이제는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걸 믿어요. 그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무조건 열심히 떴어요.”

 

 

 

 

뜨개질이 나를 살렸어요.

 

매주 수요일 치유공간 이웃은 뜨개질하는 엄마들의 뜨개질 감이 가득하다. 뜨개수업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데, 엄마들은 불편한 자세로 하루 종일 뜨개를 한다. 하루 종일 똑같은 자세로 뜨개질하는 것이 힘들 것 같은데 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허리 아픈 것, 다리 저린 것, 목이 뻣뻣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뜨개질하는 모습이 마치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묵묵히 앉아 떴다 풀었다 떴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완성이 아무 의미가 없었으므로 하루 종일 뜬 것을 저녁에 돌아갈 때는 다 풀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똑같은 것을 또 뜨고 풀었다.

 

뜨개질을 하는 동안 엄마는 내내 아이를 생각하고,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아이가 처음 찾아왔을 때, 뱃속에서 처음으로 움직였을 때, 첫울음을 터뜨렸을 때, 처음 아팠을 때, 처음으로 엄마를 불렀을 때, 처음 학교에 갈 때……,

 

모든 처음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처럼 선명히 떠오른다. 또한 아이를 안았을 때 느껴지는 온도, 아이의 발걸음 소리, 아이가 내뿜는 숨에서 나는 냄새, 아이 목소리, 아이의 살갗을 덮은 솜털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뜨개질하는 엄마들이 웃고 울 때는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다. 현재진행형의 아이들이 엄마를 기쁘게 하고, 속상하게 하고, 자랑하게 하고, 흉보게 한다. 엄마들은 어쩌면 뜨개질로 아이들과 함께한 일상을 엮어가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코 한 코 아이들의 이야기를 무늬로 그려내고 있었는지도.

 

“처음엔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도 없었죠. 그런데 뜨개질을 하다 보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뜨개질이 나를 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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