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이중잣대와 폭력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1/25 [11:11]

극우의 이중잣대와 폭력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1/25 [11:11]
국회 의원회관에서 24일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도중 수구보수단체 회원들로 알려진 시민들이 작품을 파손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문제는 ‘곧, 바이’라는 이 전시회를 표창원 의원이 주선해 열었다는 것인데, 문제가 되자 표창원 의원은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표창원 의원을 당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이 전시회를 더 이상 못하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표창원 의원이 전시회를 주선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시될 그림들을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풍자 누드를 국회에 전시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화가들로 하여금 그러한 행동을 하게 한 박근혜 정부의 문화 말살 정책에 있다는 점이다. 자기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술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불이익을 준 박근혜 정부가 풍자 누드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가 뭘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백주 대낮에 거리에서 화형시키고 빨갱이니 간첩이니 해댔던 극우 단체들이 국회에 난입해 그림을 파손 시킨 것은 더 큰 죄다. 그들은 박근혜를 풍자도 못하는 여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 그림에 박근혜 사진을 슬쩍 얹은 풍자를 여성 무시라고 왜곡한 것은 후안무치하다. 그럼 누드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모두 파렴치한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2011년 여의도 국회 앞 국민은행 앞에서 어버이연합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풍자 누드화가 나오게 된 배경은 온전히 박근혜에게 있다. 증거가 확실한데도 모른다고 둘러대고, 부하들이 모두 구속되어도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정말 볼썽사납다. 오죽했으면 정호성, 안종범이 이실직고를 하고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을 ‘운지점프’니 뭐니 비하하던 극우들이 이 정도의 풍자에 발끈한 것은 아직도 그들의 정신 속에 박근혜는 여왕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연 화가들은 "마네는 올랭피아 작품을 통해 수줍고 가려진 누드가 아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누드로 그 시대 사회에 금기된 표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면서 "더러운 잠은 올랭피아를 재해석해 현 정권에 보내는 금기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의 주요 도시의 길거리에 전시된 트럼프 나체상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입은 툭 튀어나왔으며 피부는 파충류를 닮았다. 특히 그의 생식기를 기형적으로 작게 만들어 그를 조롱했다.

 

그러나 화가들은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면서 "그렇다고 박근혜-최순실 정권을 풍자한 작품이 모두 폄하되고 철거돼야 할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은 단호하게 반대한다"라고 덧붙이고 대학로에서 전시회를 계속 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추종자들은 풍자 누드에 분개할 게 아니라, 왜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근본적인 자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마음껏 풍자한 극우들이 어디서 여성 인권 운운하고 있는지 코웃음이 나온다. 풍자를 허용하지 못하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박근혜의 진짜 누드는 바로 탄핵이다.

 

지난해 10월에 뉴욕의 보울링 그린 지하철 역 앞에 힐러리 클린턴의 ‘세미’ 누드 상이 등장했다. 힐러리가 셔츠를 걸쳤지만 그 아래로 맨몸이 드러나 있다. 


아고라 : 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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