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이 아무나 그리 쉽게 되겠는가”

[몽골리포트] 파견 109일째 수많은 인내력 테스트 받는 느낌

윤경효 | 기사입력 2008/06/20 [10:32]

“'보양'이 아무나 그리 쉽게 되겠는가”

[몽골리포트] 파견 109일째 수많은 인내력 테스트 받는 느낌

윤경효 | 입력 : 2008/06/20 [10:32]
▲ 몽골의 대학에서는 전통의상 ‘델’을 입고 졸업식을 한다. 식이 끝나면 큰 술집을 빌려 졸업파티를 한 뒤 2박3일 여정으로 졸업여행을 가는 게 문화란다. 예복 맞추느라 분주했던 세케, 참 이쁘구나...^^     © 윤경효
폭풍 같던 5월이 지나고 결국 6월이 왔다. 한창 조림준비로 바쁜 시기에 5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나무를 심기 위해 몽골에 온 300여명의 한국 사람들을 맞이하다보니, 내가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각 조림장에 필요한 물품조달과 작업준비를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몽골정부 관계자와 서울 실무진들과 행사진행에 대해 조율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 그래도 이재권 위원, 은희씨, 세케, 다와 팀장, 보양씨가 있어 그 많은 일들이 무사히도 지나간 것 같다.

5월 30일, 대한항공 3차 팀을 마지막으로 서울 실무팀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니,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5월을 정리하는 일기를 써야지 생각하면서도 만사 귀찮아 그저 십자수만 놓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벌써 4개째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
 
행사진행과 관련하여 서울 실무팀과 사소한 언쟁도 있었고, 몽골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고, 바양노르 조림장 관리문제로 신경이 예민해지기도 했다. 일이 명확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 예민해져서 말이나 행동이 공격적이고 딱딱하게 나가는데, 이번에도 순간순간 내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 보양(몽골어로 ‘부처’라는 뜻)이 아무나 그리 쉽게 되겠는가... 엄격하고 다혈질인 내가 포용력 있고 차분한 사람이 되려면 아마도 수많은 인내력 테스트를 받아야 할 게다. 화가 날 때마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생각하면서 참아야 한다. 완성한 십자수를 보는 내 마음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구나...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십자수만 놓고 있으니, 은희씨가 어서 일기 쓰라고 재촉한다. 이제 내 일기가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 싶다.
 
▲ 구덩이를 팔 작업도구가 부족하자 학생들이 페트병을 잘라 활용하고 있다.(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멀리 있는 저수조에서 물을 퍼 나르며 양동이를 릴레이로 전달하는 모습.(가운데) 경비를 아끼려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왼쪽 아래)     © 윤경효


5월말까지 눈발 휘날리더니 여름을 맞이할 준비시간도 주지 않고, 어느새 기온이 30도까지 육박하는 여름이 되어버렸다. 찬물로 샤워하고 옷장에서 여름옷을 꺼내 입는다.

세케가 대학 졸업식 때문에 사무실에 일주일간 못나오는 것을 핑계로 지난 한주 여유롭게 보냈는데, 내일부터 다시 속도를 내야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번 달에도 할 일이 태산이로구나...
 
“내 일기 나만의 것 아냐?”
 
△몽골대학생들 자원봉사활동=몽골대학생 환경동아리 ‘마이클럽’의 회원 80여명이 5월 9일부터 사흘 동안 바양노르 조림장에서 나무 2천5백 그루를 심는 등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다.

한국 유학 시절 ‘서울 숲’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우연히 시민정보미디어센터와 인연이 닿은 세르 다람 교수가 몽골의 환경운동을 위해서 대학생들과 함께 만든 환경동아리 ‘마이클럽’.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마이클럽은 몽골의 사막화방지를 위한 나무심기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성긴에서 가진 조림 협약식 및 기념식수 모습.(사진 위) 몽골정부로부터 ‘우수자연보호인’(훈장)상을 받는 오기출 총장과 몽골 훈장(사진 아래쪽).     © 윤경효


보통 취미를 중심으로 한 소모임 활동이 많은 몽골대학에서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동아리는 ‘마이클럽’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현재 100여명의 학생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인천사람들의 방문=인천환경원탁회의 관계자들이 5월 14일부터 이틀간 몽골의 성긴지역과 바양노르 조림장을 방문해 몽골 당국과 협약을 맺은 데 이어 기념 식수행사를 가졌다.

몽골자연환경부, 울란바타르시, 인천환경원탁회의, 시민정보미디어센터 등 4개 기관이 조림 및 관리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몽골 측에서는 자연환경부 차관과 울란바타르 부시장이 참석했는데, 바쁘다고 자신들 할 말만 하고 휑하니 가버려 많이 당황스러웠더랬다. 
 
 
▲ 바양노르 조림장에 온 서울 실무팀. 오랜만에 삽질을 하려니 자세가 잘 안 잡혀 처음엔 좀 고전했더랬다. 헐~(사진 위) 조림장을 둘러보고 난 뒤 다와 팀장이 기거하는 우물집 앞에서 바양노르 조림장 현황에 대해서 논의 중이다.(사진 아래)     © 윤경효

 
‘마이클럽’ 자원봉사 고마워
 
진행일정도 당일 계속 바뀌어서 참으로 어수선 했다. 그 와중에 기쁘게도 몽골정부가 그동안 시민정보미디어센터의 활동을 치하하기 위해 오기출 사무총장에게 ‘우수자연보호인’상(훈장)을 수여했다. 한국에서도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니, 한국과 몽골에서 사막화방지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 실무팀 활동=서울에서 온 윤전우 정책팀장과 김용재 홍보팀장이 18일부터 이틀간 바양노르 조림장을 방문했다. 이재권 위원으로부터 현장상황, 김광섭 하남시 산림과 팀장으로부터 조림 관련 조언을 들었다.

다와 팀장을 포함하여 우리 조림장에서 일하는 몽골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봤던 이재권위원이 복장 터지다 못해 암 걸리게 생겼다고 하소연이다. “도대체 내일 일을 계획하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고.”
 
 
▲ 성긴 조림장을 방문한 서울 실무팀.     © 윤경효

이 위원은 또 일 마무리도 깔끔하지 않은데, 몽골말이 서툴러 일일이 잔소리하기도 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당장 파 놓은 저수조 2개에 비닐을 깔고 물을 채워 둬야 내일 나무심기를 할 수 있는데, 준비가 안 되어 답답하다는 지적이었다.

서울 실무팀과 바양노르에 다녀오자마자 성긴지역으로 향했는데, 모래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도, 한 걸음 내걷기도 힘들 정도다.

조림장을 대강 둘러본 후 오후 3시경 모든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성긴지역은 울란바타르시로 들어가는 바람길로, 일주일에 서너 차례 모래를 동반한 강풍이 부는데, 오늘은 특히 심한 것 같다.
 
 
▲ 바가노르지역에서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는 대한항공 사원(위 왼쪽). 몽골학생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는 모습(위 오른쪽). 대한항공 조림행사 때 자원봉사에 나선 몽골교회의 목사님(아래)과 교인들. 보탬이 될까 해서 왔단다. 고맙고, 힘이 될 뿐이다.     © 윤경효

 
“복장이 터져 암 걸리겠다”
 
차에 타 거울을 보니 입과 코 주변이 시커멓다. 물티슈로 얼굴을 닦는데 속눈썹과 눈에서도 검은 먼지가 묻어나올 정도다. 매일 이런 강풍 속에서 힘들게 일하는 주민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어린 나무들이 이런 강풍을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된다.

△대한항공 숲 가꾸기=2003년부터 해마다 바가노르지역에서 대한항공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으로 조림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로 시작되어 벌써 6년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둬 그동안 심은 1만여 그루의 나무의 생존율이 70%를 넘는다.

올해에는 3주 동안 3개 팀으로 나누어 총 200여 명의 대한항공 신입사원들이 1만2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느라 불편했을 텐데 대부분이 큰 불평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조림활동을 해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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