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적화통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원장, 한국 보수논객과 설전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2007/01/25 [18:06]

“북한의 적화통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원장, 한국 보수논객과 설전

민중의소리 | 입력 : 2007/01/25 [18:06]
"나는 북한의 '적화통일'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18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50주년 특별강연회에서 강연자인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과 토론자 및 방청객들과의 설전이 벌어졌다.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외교정책 브레인으로 알려진 왕지쓰 원장은 이날 "북핵해결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 "중국은 북한체제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고, 북한의 붕괴를 위해 미국과 빅딜할 생각도 없다", "북한은 남한을 적화통일 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해,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한국 인사들과 불꽃 튀는 '설전'을 벌인 것.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원장     © 인터넷저널
이날 강연회의 사회는 이재호 동아일보 논설위원장이, 토론자로는 이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박승준 조선일보 북경지국장이 참석했고, 관훈클럽 회원 및 기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애초 왕지쓰 원장은 "미국 글로벌 전략의 조정과 중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으나 패널들과 참석자들로부터 주로 북핵문제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왕지쓰 원장은 "모든 국가들의 대북정책은 국내 정치상황의 영향을 받아서 각기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때문에 중국은 (압박정책보다는)북한의 정책에 변화가 있기를 촉구할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만일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한다면 중국 반응은 지금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승준 조선일보 북경지국장이 "중국이 북한의 지도자에게 북핵폐기에 대해 더 강하게 요구하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왕지쓰 원장은 "중국이 미국, 일본, 한국과 함께 북한을 제재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또 이런 방안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왕지쓰 원장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의 입장과 똑같이 '대북제재'라는 입장을 취했을 경우 더 이상 북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중국지도자들은 이런 방안을 거부했다는 것.

왕지쓰 원장은 "북한의 핵실험이 우리의 대북 문제를 완전히 변하게 할 수는 없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면서 이미 한 일에 대해선 압력 행사도 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가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시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두고 '빅딜' 할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왕지쓰 원장은 "우리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과 동맹국 관계도 아니고 북한과의 거래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 문제에 대해서 빅딜할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발끈한 사회자인 이재호 동아일보 논설위원장이 "(왕지쓰 원장의 설명은)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내재적 접근인 것 같은데, 바로 그런 사실을 북한이 알기 때문에 틈새를 노리고 핵개발을 하고 동북아의 현상유지를 흔드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국의 정책과 북한의 핵실험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받아친 왕지쓰 원장은 "북한이 왜 핵실험을 했는지는 여러 방면에서 고려할 수 있다"며 국내의 응집력 유지차원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핵실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왕지쓰 원장은 '미국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나는 부시 대통령에게 쌍방간에 담판을 지으라고 얘기하고 싶다. 북과 만나 직접적으로 불만이 무엇인지 얘기하라고 하고 싶다. 클린턴 정부 때는 가장 강경했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담판을 했고,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부시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으로 대북정책을 다 바꿔버리고 북한의 퇴로를 없애버렸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된 것이다."

왕지쓰 원장의 거침없는 대답에 방청석이 술렁였고, 이내 한 방청객이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 야욕을 버리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왕지쓰 원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는 북한의 '적화통일'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한바탕 점잖지만 불꽃튀는 격론이 벌어진 뒤 사회자는 "한국 내 진보-보수간의 논쟁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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