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권력' 삼성과 싸우는 이들 는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삼성 본관 앞 집회 처음으로 성사

참세상 | 기사입력 2007/01/25 [17:51]

'거대 권력' 삼성과 싸우는 이들 는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삼성 본관 앞 집회 처음으로 성사

참세상 | 입력 : 2007/01/25 [17:51]
'집회 불모지'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에스원 세콤 영업직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8월 집단 해고된 이후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를 결성해 복직 투쟁을 벌여온 해고 노동자들은 19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 본관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는 신세계이마트분회, 삼성코레노 노조추진위원회, 삼성해복투 등 삼성 관련 노동자들을 비롯해 이젠텍분회, 이주노조, 기륭전자분회, 민주노총 경기본부, 전해투 소속 노동자들과 노동사회단체 활동가들 200여 명이 참석했다.

직원들을 동원해 관할 경찰서인 남대문경찰서에 상주하며 누구보다 먼저 집회신고를 내는 방식으로 사옥 앞마당을 철저히 통제해 온 삼성은, 이번에는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수 일간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여가며 '집회신고 작전'을 펼친 해고 노동자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됐다.

남대문경찰서는 그동안 사측과 노동자측의 집회신고를 불허하거나 '민원실 소파에 먼저 앉아있는 사람', '자정에 두 번째 기둥에 먼저 도착한 사람', '회전문에 먼저 발을 들이민 사람'으로 집회신고를 먼저 받는다는 둥 기준을 바꿔가며 노동자들의 집회신고를 받아주지 않아 삼성 측에 유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날 오전에도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결성된 50여 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무리한 연행으로 통제해, 삼성과 경찰 측이 마지막까지 삼성 본관 앞에서의 집회를 무산시키려 시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집회가 열린 삼성 본관은 3면이 경찰 버스로 단단히 에워싸여져 있었으며 정문 현관 앞은 100여 명의 경찰과 용역직원들이 열을 맞춰 배치돼 노동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최초로 삼성 본관 앞에서 노동자들의 구호와 투쟁가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를 지지하는 200여 명의 노동자들과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태평로를 지나는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집회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정작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조합원들은 오전의 집단 연행 사태로 대다수가 참석하지 못한 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지만, 고된 우여곡절 끝에 삼성 본관 앞 집회가 성사된 만큼 해고 노동자들의 구호와 연설에 강한 결의가 엿보였다.
연설에 앞서 결의를 보이는 삭발식을 진행한 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찰이 삼성의 발아래 있다는 현실이 너무 한심스러워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삼성 측에 우리의 투쟁 결의를 보이기 위해 삭발을 했다"며 "국가기관인 법제처에서 경찰청의 경비업법 위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반드시 원직 복직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미정 민주노총 경기본부 부본부장은 "고객들의 가정을 '안전히 지켜드리겠다'며 영업했던 노동자들이 지금은 내 가정도 지키지 못하게 쫓겨나버렸다"며 "인도에 서 있었을 뿐인데 연행해버린 오늘 아침 경찰의 행위로, 삼성과 경찰이 한 통속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성토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해고 노동자의 자녀인 초등학교 3학년 조은빈 양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의 투쟁소식을 듣고 지난 17일부터 영등포구치소에서 단식 중인 김성환 삼성해복투 의장의 편지도 대독돼 주목을 받았다. 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의 고향 친구인 이상진 코오롱정투위 대표도 이들을 격려했다.
오후 5시 40분경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남대문 인근 삼성에스원 본사 빌딩 앞까지 행진을 벌이고 투쟁을 마무리했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는 다음달 2일에도 삼성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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