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세련된 공포로 여름더위 내몬다

뻔한 공포만으론 부족? 귀신없는 무서운 공포가 더 오싹하다는...

김진범 기자 | 기사입력 2016/06/27 [10:05]

연극계, 세련된 공포로 여름더위 내몬다

뻔한 공포만으론 부족? 귀신없는 무서운 공포가 더 오싹하다는...

김진범 기자 | 입력 : 2016/06/27 [10:05]
여름이 오면 납량특집 공포 연극이 인기다. 
 
대부분 죽은 이들의 한(恨)이라는 공통적인 소재에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무대 장치와 자극적인 연출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연극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통해 실체가 없는 악(惡)을 적나라 하게 표현하거나, 밀폐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 등의 신랄해진 공포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원시적 욕망과 감각을 이용하여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련된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연극 4편을 만나보자. 
 
연극 <데블 인사이드>
‘데블 인사이드’는 퓰리처상 수상(2007), 뉴욕 드라마 비평가상(2011)을 수상한 미국 작가인 ‘데이빗 레인지-어바이어’의 첫 번째 작품이다. 
 
산행 중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알고 있던 아버지의 죽음이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는 비밀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기괴한 여정을 통해 악의 순환성을 그린다. 복수보다 소통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침수된 도시, 넘쳐나는 쓰레기, 사람을 물어 뜯는 굶주린 개 등 최악의 혼란 속에 벌어지는 처참한 비극을 그리고 있지만, 우연과 비극적인 요소들로 처절할 정도의 코미디를 유지한다. 7월9일(토)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연극<Q>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던 극작가 겸 연출가 ‘요세프 케이’의 연극 <Q>는 연쇄 아동 살인 사건의 용의자 싱페이가 체포되고, 언론이 주목하자 이를 이용하려는 방송국 PD와 검사, 교도소장이 벌이는 악마들의 파워게임을 그린다. 
 
PD는 연쇄 살인범 싱페이의 취조 과정을 생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전국에 송출하여 전국민의 호응을 얻고, 교도소장에게는 검은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이자, 검사에게는 명예욕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기획한다.
 
하지만 취조가 계속 될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주도권은 PD에서 검사로, 검사에서 싱페이로 오가며 힘의 구조가 바뀌는데, 그때마다 각자 원하는 것이 달라지는 파워게임을 그린다. 또 싱페이가 살인에 앞서 전조곡으로 부르는 동요 ‘클레멘타인’은 오싹함을 더한다. 
 
연극 속 생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에는 7대의 카메라와 4대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비춰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 쇼를 보는 느낌 또한 받는다. 7월 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사이레니아>
2015년 국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카포네 트릴로지>의 연출가 제스로컴튼의 또 다른 작품인 <사이레니아>는 두 명의 배우, 단 서른석의 객석, 정식 공연장이 아닌 연습실이라는 공간으로 개막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1987년 10월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지난 8년간 홀로 등대를 지켜온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요청을 남긴 채 실종된다.
 
그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스물 한 시간을 그린 연극 <사이레니아>는 연습실 안에 무대 세트를 들여와 거센 폭풍우가 밀려 들어오는 낡은 등대 안이라는 공간을 리얼하게 구현해 낼 뿐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의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서늘한 한기까지 느끼게 될 것이다.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된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에서 1923년, 1934년, 1943년에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코미디, 서스펜스, 하드보일드라는 각각의 다른 장르로 그려낸 옴니버스식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작년 국내 초연 당시, 갱스터 느와르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3개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작품은 특유의 폭력적인 소통 방식에 사방과 천장이 모두 벽으로 막힌 7평 남짓의 호텔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리얼한 무대로 관객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인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불과 50cm이다. 7월 5일부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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