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가재굴 바위 낀 아름다운 통구미항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6] 몽돌해안 '차르륵' 파도소리 정겨운...

한도훈 | 기사입력 2016/01/24 [11:51]

거북·가재굴 바위 낀 아름다운 통구미항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6] 몽돌해안 '차르륵' 파도소리 정겨운...

한도훈 | 입력 : 2016/01/24 [11:51]
가두봉등대에서 통구미항까지 몽돌해안이 길게 뻗어 있다. 이곳에서 통구미 몽돌해안을 걸어보면 '차르륵 차르륵' 거리는 파도소리며 '자갈자갈' 발에 밟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끔 해안도로를 '씽'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소리도 정겹게 들린다.

통구미몽돌해안 중간에 너들바위가 있다. 너들바위는 제법 평평하고 너른 바위를 가리킨다. 이곳 마을이 감을계인데, 가두봉 서쪽 능선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 흙이 검다고 해서 감은계라고 했다. 이 감은계가 감을계로 바뀌었다는 거다.
 
▲ 통구미항의 향나무 자생지.     © 한도훈

감을계는 지대가 높고 마을 앞쪽에서 통구미항까지 바닷가로 길게 뻗어 있다. 이게 가물가물 보인다고 해서 가물개라고 부른다고도 했다. 가물가물 보이는 포구라는 뜻이다. 둘 다 정답이다.
 
몽돌해안을 걸으면 들리는 '자갈자갈' 소리

이 너들바위에 가려면 철다리 두개를 건너가야 한다. 이 너들바위는 멀리서는 작게 보이는지만 직접 서 보면 아주 넓다. 너들바위도 3개나 된다. 바위 안쪽 웅덩이들엔 바닷물이 늘 고여 있어 울릉도 고유의 생물들을 많이 발견된다. 손으로 딸 수 있고, 잡을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접하는 소라, 달고 감칠맛 나는 참소라, 울릉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끼 소라고동, 소라처럼 생기고 초록 파래 가 등허리에 많이 엉겨붙어 있는데 냄비에 넣고 바늘로 빼어먹는 맛이 기가 막힌 맵살고동, 아직 채취하기엔 너무 어린 홍합, 아주 가녀린 촉수를 물에 흐물흐물 풀어놓고 있는 말미잘, 자연산 굴...

울릉도 최고급 요리 재료로 보찰이라고도 하는 거북손, 바위나 돌에 붙어사는 군부라고 하는데 울릉도에선 된장찌개나 다른 찌개에 넣어 먹는 할매손톱, 울릉도에 오면 누구나 한번쯤 꼭 먹어보아야 하는  따개비, 따개비국수에 사용하는 삿갓조개,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 돌김 등이 잔뜩 있다.

▲ 통구미항 거북바위.     © 한도훈


돌김은 사람들이 뜯어가도 곧바로 자란다. 감을계 마을 어르신들도 이곳에서 돌김을 뜯어 말려서 육지의 아들딸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가끔 해파리가 헤엄치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통구미 감을계 너들바위 몽돌해안은 울릉도 주민들이나 여행객들이 수영을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몽돌해안은 거북바위 안쪽 해안까지 이어진다. 이곳은 숙박시설, 샤워시설, 화장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 인기 만점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야영을 하면서 밤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궂은날 야영을 하다가는 거센 파도에 한밤중 물세례를 받을 수 있다. 이곳 너들바위에서 낚시를 해도 좋고 맵살고동을 잡아서 삶아 먹으면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참소라·맴살고동·거북손·삿갓조개·따개비 맛에...

이 너들바위에서 보면 거북을 닮은 거북바위가 마치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가두봉 등대도 아주 가깝게 보이고, 성인봉 아래에 있는 두리봉(413.2m)도 아득하게 보인다.

통구미항에는 거북바위 앞에 물양장이 만들어져 있고, 이 물양장에 관광버스가 멈추면 다들 우르르 내려서 거북바위를 감상한다. 거북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한바탕 난리를 치다가 곧장 떠난다.

▲ 통구미항 앞 너들바위.     © 한도훈


동네 사람들은 물양장에다 오징어를 널거나 너들바위, 거북바위 등에서 딴 돌김을 널기도 한다. 그리고 맞은편 가재굴바위 사이로 배들이 정박할 수 있는 아담한 포구가 있다. 바로 옆 가재굴바위는 향나무자생지이다.

이 포구 위쪽으로 통구미 집들이 도로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마을 가운데로 통구미천이 흐르는데 마을 아래쪽은 복개가 되어 있다. 마을 위쪽은 두 마을로 갈라져 있다. 왼쪽 남양으로 가는 길이 있는 곳은 웃통구미, 오른쪽 길을 따라 집들이 들어서 있는 곳은 아랫통구미라고 한다. 해안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산길을 타고 남양으로 가곤 했다. 지금도 이 길은 남양으로 가는 유용한 길이다.

통구미(通九味)는 사전적으로 ‘아홉가지 맛이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그런데 통구미에서 아홉가지 맛이 무엇인지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일제강점기 때 자기들 멋대로 쓴 한자였던 것이다. 그러니 의미를 떠져봐야 모를 수밖에. 얼토당토않게 일본식으로 바뀐 이름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 포구에 있는 거북바위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모습이고, 마을 자체는 이 거북이가 들어가는 통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통구미(桶龜尾)라고 한다 했다. 곡식을 재는 말통 같이 생긴 마을이라는 거다. 그곳으로 거북이가 몸통을 흔들며 기어들어가는 형상을 가진 마을이라는 뜻이다.

울릉디지털문화대전에선 통구미 땅이름을 해설하면서 통은 둥근 실제 통을 가리킨다고 하고, 구미는 ‘구멍’이라는 뜻으로 골짜기가 홈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 통구미항에 서식하는 거북손.     © 인터넷저널
 
바닷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천혜의 미행(美港)

하지만 ‘통’은 쌀의 양을 재는 말통을 가리키는 것이 정답이고, ‘구미’는 우리말 ‘곶’에서 나온 말이다. ‘곶’은 바다로 뻗어 나온 모양을 한 곳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통구미는 ‘바다로 통처럼 움푹 파인 곳이지만 거북바위 등이 튀어나온 마을’이라는 뜻이다. 통구미가 처음 생겼을 때는 현재의 아래통구미, 웃통구미까지 집들이 들어서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몰려 있었다.

그러기에 가재굴바위를 배경으로 해서 바다 쪽으로 움푹 패여 있는 곳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되었다. 움푹 파인 곳이지만 향나무 자생지 바위들처럼 바다로 튀어나와 바로 배를 대는 통구미항이다. 통구미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미항(美港)이다.

“통구미여! 좌우로 거북바위, 가재굴바위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여! 천년, 만년의 향나무가 자생하는 우리나라 향나무 고향이여!”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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