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이슬란드 링로드, 겨울여행의 핵심

조대현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6/01/19 [12:17]

[여행] 아이슬란드 링로드, 겨울여행의 핵심

조대현 여행작가 | 입력 : 2016/01/19 [12:17]
아이슬란드 겨울여행의 핵심 북부지방 많은 여행자들이 아이슬란드의 겨울여행에서는 동부와 북부여행을 빼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눈이 많이 온다면 동부와 북부의 도로들은 폐쇄가 되어 갈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도로가 폐쇄되지 않는다면 아이슬란드의 겨울 대자연을 볼 수 있는 동부와 북부여행을 안할 이유가 없다. 매일 몇 번씩 도로를 제설하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전한다면 데티포스를 제외하면 도로운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 아이슬란드의 제설차
 
북부의 눈구름터널
에이일스타디르를 향해 오전8시에 출발했다. 혹시나 가는 길에 오로라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광활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포기했다. 하지만 북부로 가는 길은 그 자체로 환상적이었다. 제설차가 다니면서 도로위의 눈을 치워주기 때문에 길은 의외로 미끄럽지 않았다. 눈으로 덥혀있으면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면 되었다. 북부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눈 위의 길이니 속도를 줄이고 집중하면서 갔다. 오히려 차가 없어서 우리만 길 위에 덩그러니 있는 느낌은 쓸쓸함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10시가 되면서 장렬한 햇빛이 눈밭 위를 비췄다. 눈외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하얀 도화지 같은 맑은 기분에 차를 세우게 되었다. ‘아무도 없이 우리만 도로위에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를 느끼고 싶었다. 차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차가운 공기에 "으~~음 아~~"를 바로 내뱉게 만들었다. 너무 신선한 차가운 공기에 코는 바로 반응하고 온 몸이 새로운 깨끗한 공기로 채워지면서 새로운 몸으로 탄생하는 기분이랄까?
 
 
한 바퀴 돌아도 모두 하얀 눈밭뿐이었다. 카메라도 초점을 맞추기 힘들고 파노라마로 사진 찍기를 하면 이동선을 몰라 카메라가 헤매는 온통 하얀 공간은 웃기기까지 했다. 지구상에서 모든 공간이 하얀색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인터스텔라의 얼음행성으로 들어와 새로운 모험을 하는 느낌이어서 ‘인터스텔라2’를 찍는다고 눈 위를 걷는 덕진이.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 지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 낯설지 않게 들리는 것은 이미 우리가 순수해졌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눈으로 덥혀있는 구름을 지나는데 20km는 더 차로 지나갔을까 파란 햇빛이 구름사이로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갇혀 있던 구름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 또한 장관이었다. 하얀 눈밭이 푸르디푸른 파란색으로 덥혀지는 장면, 별것 아닌 것들이 별것이 되는 아이슬란드의 마술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했다.
 
상상초월 데티포스 로드
문제는 862번 도로로 들어가는 데티포스 로드에서 발생했다. 차가 한대만 지나갔는지 하얀 도로 위의 표시는 아무것도 없고 도로 양쪽의 구불어진 봉들만 보일 뿐이었다. 먼저 지나간 길을 따라가도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길 가운데에 쌓여있는 눈이 차량 하부와 계속 마찰이 생기면서 차가 이리저리로 흔들렸다. 덕진이는 계속 데티포스를 가야하는건지를 물었고 나는 모른다는 답만 계속 할뿐,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돌릴만한 길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차가 일단 서는 순간 차가 눈밭에 갇혀버릴 것 같은 862번 도로였다.
 
 
천천히 한참을 가고 있는데, 앞에 차가 한대 보였다. 너무 반가운 차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와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차량이었고, 바퀴가 아주 큰 오프로드차량이었다. 차량이 커서 우리는 차선을 지켜 길을 내줘야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지?"
"비켜줘야지?"
"그럼 우리는 어떻게 가?"
"나도 몰라?"
"그냥 가야해!"
 
그때 오프로드차량은 바로 우리 앞에서 왼쪽으로 차선을 벗어나 오프로 지나갔다. 말 그대로 오프로드 차량이니 길이 없는 곳으로 벗어나가는 상황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리는 또 한 번 기겁했다.
 
"와 대단한데!"
"무슨 차가 지 맘대로 가냐!"
"여기는 저런 차량만 와야 해"
"안 그러면 가기 힘들어!"
 
이 길이 이렇게 힘든 길인지 여름에는 알지 못했는데,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는 도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덥혀 소형차로는 가기 힘든 길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오른쪽으로 주차장 표지판을 보고 들어가게 되었다. 데티포스를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차라도 되돌아갈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차장에는 바퀴가 큰 오프로드 차량이 3대가 있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캐나다구스 같은 옷에, 아이젠을 신발에 채우고 있었고, 일부는 등산 스틱을 들고 있었다. 우리가 나오자 다 쳐다봤다. ‘어떻게 일반차량으로 데티포스를 올 생각을 했냐?’는 의아의 눈빛이었다. 그들은 눈밭을 해치고 데티포스로 걸어가고 있었다.
 
 
가이드가 앞에 서고 투어참가자들은 그들을 따라갔다. 덕진이는 "돌아가자"고 했지만, 나는 "아니, 그래도 한번 가보자"라고 했다.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선 덕진이도 "카메라 좀 꺼낼께!"라며 준비를 했다. 나는 앞서가던 팀들을 따라가면 쉽게 걸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장갑도 안 가지고 서둘러 그들을 따라갔다. 북부의 날씨는 생각보다 추웠다. 주위에는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 자연의 찬바람을 그대로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얼굴은 추위에 빨개졌고, 입술은 새파랗게 변했고, 손은 동상에 걸릴 듯 추웠다. 오늘 북부는 영하8도였다.
 
 
1km를 걸어갔을까 앞서던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내기 시작했다. 데티포스라는 것을 직감하고 더욱 힘을 냈다. 하얀 눈을 뚫고 나온 검은 물줄기가 힘차게 뿜어대는 데티포스. 862번 도로에서 보던 데티포스는 조금 웅장함이 덜하기 때문에 864번 도로로 들어가서 보라고 했는데, 겨울 데티포스는 반대로 862번 도로에서 보는 것이 가장 웅장했다. 나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데티포스는 또 다른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여행을 같은 장소로 하다보면 어디가 더 좋아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는데, 역시 편견은 여행의 장애가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데티포스. 그러려고 나를 힘들게 여기로 데리고 왔나보다. 덕진이는 아직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편견 없이 세상을 봐야한다는 사실을 데티포스가 일깨워줘 나는 오늘도 자연에게 한수 배운다. 아름다운 경치를 친구와 함께 볼 수 아이슬란드 겨울여행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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