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국제유가 추락, 한국경제 독인가 복인가?

OPEC이 제살을 깎아 먹는 이유는 미국의 셰일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것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12/13 [13:01]

끝없는 국제유가 추락, 한국경제 독인가 복인가?

OPEC이 제살을 깎아 먹는 이유는 미국의 셰일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것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12/13 [13:01]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까지 추락하면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가 하락이 국내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유가 하락은 세계경제 성장세 부진 등으로 인한 공급 충격 때문이어서 경제에 미칠 영향이 불분명하다.
▲     © 서울신문


세계파이넨스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32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4일에 이어 7일에도 악영향이 이어진 탓에 2거래일 만에 무려 8% 넘게 급락했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07달러까지 치솟았던 WTI는 11월에 40%가량 하락해 배럴당 70달러선까지 폭락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8월 이후에는 40달러대에서 움직이다가 이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이 불발되면서 30달러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어디까지 떨어질까?…"지금이 저점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OPEC이 내년에도 현재의 산유량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공급과잉 우려는 점증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12개 OPEC회원국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도 이보다 150만배럴 정도 더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리비아 일부 유전의 생산이 재개되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란의 생산량이 내년 3월까지 하루 40만배럴가량, 바클레이스는 하루 50~7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란의 원유생산량은 10월 기준으로 하루 290만배럴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현재의 유가 수준이 저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OPEC이 제살을 깎아 먹는 이유는 미국의 셰일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것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국제유가의 회복은 셰일 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에너지 산업의 불확실성과 구조조정 압력이 내년 상반기에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점차 저점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한국투자증권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원유 가격은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전망이다. 상반기 특히 1분기에는 이란 이슈가 맞물리면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다. 1분기 평균 WTI 가격을 배럴 당 35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를 바닥으로 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내년 인상 속도에 따라 달러 강세 영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 이외의 화폐를 가진 투자자의 구매 여력은 약해진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수요는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달러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유가가 좀처럼 반등기회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오 팀장은 "공급과잉이 크기 때문에 현 유가가 떨어질만큼 떨어졌지만 바닥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하락, 한국경제엔 독인가 축복인가 
 

유가 하락은 과거에 원자재 가격인하 효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컸으나 현재는 세계 수요가 부진해 일어나 우리 경제, 특히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조선, 건설 등 관련산업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액 기준으로 한국수출은 11개월째 감소했다. 1~11월 평균으로는 전년동월대비 총 7.4%가 하락했다. 전세계 교역 증가율은 1~9월 기준으로 12.1% 감소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반등에도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 둔화 압력이 강해지면 당장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이 더 부진할 수 있다. 신흥국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8.2%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올 들어 11월까지 중동지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2% 줄었다.


또한 한국은행이 발표한 저유가의 성장에 대한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하락이 세계경제 성장세의 부진으로 나타난 현상인 경우에 국내 경제성장에 대한 영향이 불분명하다. 또한 방홍기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최근의 유가변동은 상당한 수준의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있어 투자 등 내수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조선업계는 중동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물량 취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09억5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3% 감소했다. 특히 중동지역 수주액은 같은기간 52% 급감했다.


하지만 꼭 부정적인 영향만 있지는 않다. 정유·화학업종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발생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정제마진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가 100달러대에서 50달러대까지 급락했기 때문에 영향이 컸으나 지금처럼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때에는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 뿐만 아니라 BMW 등 수입차 업계는 유가 하락에 반색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기업의 투자 및 가계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자동차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유가 하락이다. SUV가 세단보다 연비가 다소 떨어지지만 유가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실용성이 뛰어난 SUV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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