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범죄 예방 대책 전시행정 우려

[네티즌칼럼] 수사팀강화나 CCTV설치 등은 예방과 거리멀어

이영일 | 기사입력 2008/04/16 [10:03]

어린이범죄 예방 대책 전시행정 우려

[네티즌칼럼] 수사팀강화나 CCTV설치 등은 예방과 거리멀어

이영일 | 입력 : 2008/04/16 [10:03]
▲ 이영일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     ©이영일
혜진이 예슬이 사건에 이어 일산 초등학생 폭행과 연이은 아동 약취살해 범죄에 온 나라가 충격과 집단 히스테리에 빠졌고 정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도 앞다투어 그 예방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시행정 우려가 커가고 있어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동성범죄전담반 설치와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를 추진하고 있고 서울시는 초등학교 주변 골목길 등 유괴 취약 지점에 CCTV를 2010년까지 현재 700여대에서 2,100여대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하나같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마라’, ‘낯선 사람과 둘이서만 엘리베이터를 타지 마라’,‘부모와 학교가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아동과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식의 교육 강화가 대부분이다. 

지난 2006년 2월에도 정부는 아동성범죄자 신상공개와 성범죄특별전담반 설치를 포함한 아동성범죄 예방대책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면 그 예방대책이라는 것이 실효성을 확보하긴 커녕 말짱 도로묵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보건복지가족부는 법무부하고 협의도 안한채 성범죄자 공소 시효를 정지시키겠다고 했다가 없던 걸로 했고, 주가가 한껏 올라간 CCTV도 범죄를 예방했다기보단 피해 발생 이후 범인의 윤곽을 확보하는 기능으로만 작용했지 피해를 사전 저지하거나 아동이 죽어서 돌아오는 결과를 막진 못했다.
 
경찰이 아동성범죄전담반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CCTV에 범인 얼굴이 찍혀도 복지부동하던 경찰이 금방 달라질 것으로 믿기엔 시스템적으로나 지금까지의 경찰 대응 방식으로 보나 그 효과성에 있어 신뢰가 들지 않는다.

아동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학교나 가정에서의 예방교육도 중요하고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과 상점을 정부나 경찰이 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아동 약취와 성폭력을 실제로 예방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적합한’ 시스템을 관계 당국이 스스로 제시하지 못하고 그 몫을 부모와 지역사회에 전가하는 지금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
 
급하게 할아버지들과 학부모, 통장들까지 동원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학교 주변을 순찰하게 하는 것이 부모들의 불안심리와 어우러지면서 공감을 얻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의지와 시스템에 기반한 아동 보호 활동이 아닌 행사성, 시류에 부응한 감성적 활동도 그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지 미지수다.

아동 보호의 일차적 책임은 민간이 아닌 정부와 관계 당국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효과적인 아동 보호를 위해 캠페인과 교육은 민간에 맡기고 자신들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지원과 법제도 확충 노력에 많은 연구과 고민을, 국회는 지자체가 직접 자치경찰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줘야 한다.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로 설정되어 있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상 절대정화구역내 청소년 유해시설을 철저히 이전토록 하고 아동 납치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아이들의 배회 요인 (미니게임기 설치, 불량식품 판매, 판촉 호객행위등 유해환경)을 차단하여 아동 안전지대로 그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정부가 법제도적 차원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다.
 
흔히 아동보호구역을 스쿨존이라 부르는데 스쿨존은 교통안전보호구역 의미이므로 범죄예방 개념으로는 사실상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현행 50m 이내로 되어 있는 절대정화구역을 100m이내로 확장하는 것도 시급하다.

아동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사회와 차단하고 범죄를 사전 저지하기 위해 점조직같은 사회안전망 구축도 시급하다. 상점과 약국에 스티커 부착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무슨 일만 터지면 부랴부랴 대책이 쏟아지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정부의 아동보호 시스템이 반짝 효과에 기대는 전시성에 가까워 기초부터 허약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경찰, 지자체, 학교, 청소년회관, 민간자율방범단,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등이 있지만 거미줄같은 연계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각자 따로따로 활동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 힘들다.
 
이 사회안전망내에서 아이들을 납치하거나 성폭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합의와 인식이 성립되도록 정부가 좀 더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연구해 그 고민한 흔적을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적절하고도 내실있는 제도로 내놓길 기대한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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