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앞 ‘평화의 소녀상’ 제막

위안부 피해 할머니 증언과 사진 전시회도 열려

조종안 | 기사입력 2015/08/15 [08:01]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 앞 ‘평화의 소녀상’ 제막

위안부 피해 할머니 증언과 사진 전시회도 열려

조종안 | 입력 : 2015/08/15 [08:01]
[신문고뉴스] 조종안 기자 = 일제 수탈의 현장이었던 군산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군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가 12일 오후 2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 동국사(東國寺)에서 개막식을 개최한 것. 사찰 경내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 동국사 참사문비 앞에 모습을 드러낸 ‘평화의 소녀상’     ©조종안
 

군산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 회복을 위해 1000여 명의 군산 시민이 낸 성금으로 건립됐다. 성금 모금에는 일본 조동종 이치노헤 쇼코(一戶彰晃) 스님 등 일본인들도 다수 참여해 의의를 더했다.

단발머리에 한복 차림의 맨발로 멀리 일본을 바라보며 서 있는 소녀상. 그 앞에는 광복 70주년과 대한해협을 상징하는 검정 타일 77장으로 사각 연못을 조성, 태양의 이동 각도에 따라 소녀상 그림자가 다양한 모습으로 드리워지게 설계됐다. 경관은 군산대 김병옥 교수와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 재능기부로 디자인되었다.

 
▲ 평화의 소녀상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고광국 작가     © 조종안
 

전북 출신 중견 조각가 고광국(64) 작가가 두 달 남짓 밤샘 작업한 끝에 완성한 평화의 소녀상은 일제가 전쟁에 광분하던 1940년대 초중반 당시 17세 전후 여학생 사진 300여 장을 비교 검토해 신장 158cm 높이의 청동상으로 제작됐다.

고 작가는 "일본으로 끌려간 소녀가 위안부 생활의 고통 속에서 갈려야 갈 수 없는 그리운 내 부모, 내 형제가 사는 조국을 향해 서서 처연하고 간절하게 염원하는 그러한 소녀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한 마음 그러한 자세로 이번 작품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소녀 청동상이 세워진 위치는 일본 불교 대표 종단인 조동종(曹洞宗) 소속 스님들이 일제의 전쟁 정책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공출을 강권했던 자신들의 잘못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 음각된 참사문비 앞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참사문비는 2012년 9월 제작비 일체를 일본 불교계가 부담하여 세워졌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증언과 사진 전시회도 열려
 
▲ 이옥선 할머니가 증언 도중 울먹이며 상처 자국을 내보이고 있다.     © 조종안

이날 동국사 경내에서는 이옥선(89), 박옥선(92), 김순옥(94), 강일출(88)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일본군 위안부 제도, 일본군 위안소 형태, 당시 시대 상황, 일본 정부의 대응, 시민운동 및 세계의 반응 등을 알리는 사진 전시회도 열렸다.

이옥선(89) 할머니는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올라 1927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41년 심부름 다녀오다가 길에서 강제로 트럭에 태워져 만주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당한 온갖 고초를 힘겹게 증언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은 열한 살, 열세 살짜리 처녀를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찔러 죽이고, 째 죽이고 했으면서도 위안소가 없었다는 등 명백한 사실을 거짓말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태도 때문에 더욱 화가 나 명예회복과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나는 몇 번 도망쳤지만 얼마 못가 붙잡혔다. 그때마다 폭행은 물론 심지어 팔과 다리를 칼로 찌르기도 했다"라며 울먹여 행사장을 숙연하게 하였다.

종걸 스님은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것을 계기로 불교계 인권운동과 부처님의 생명존중 사상, 자비정신 등을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하고 "동국사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바람직한 한일관계와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11번째, 전북에서 최초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영광여고 학생들과 시민, 군산 지역 스님들, 문동신 군산시장, 김관영 국회의원, 진희완 군산시의장, 이진원 문화원장, 황대욱 군산예총회장, 추진위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치노헤 스님은 한국인의 정서를 생각해 참석하지 않았다.
 
▲ 영광여고 학생과 소녀상 건립 추진위 위원들이 헌화를 마치고 이옥선 할머니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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