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알콩달콩 지지고볶고 사는거야"

[몽골리포트④] 주말 오랫만에 실컷 잠 자려는데 아침에 깨니...

윤경효 통신원 | 기사입력 2008/03/27 [10:48]

"그래, 알콩달콩 지지고볶고 사는거야"

[몽골리포트④] 주말 오랫만에 실컷 잠 자려는데 아침에 깨니...

윤경효 통신원 | 입력 : 2008/03/27 [10:48]
업무시작 2주차에 접어들어 조림사업 준비하랴, 사무국 운영체계 정비하랴 그야말로 정신없는 한 주가 후다닥 지나갔다. 몽골 활동가들과 의견 조율하랴, 서울 활동가들과도 대화하랴...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하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소통을 명확히 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와 상황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데, 이제 2주차인 내게는 다소 버거웠던 것 같다. 처음으로 해외에 사무소를 내고 몽골직원과 본격적으로 호흡을 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시행착오라 생각하면 뭔들 이해 못할까.

한국에서도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을 내가 너무 성급했다. 전화로라도 서울에 있는 활동가들과 속내를 털어놓으며 해소를 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다시 힘을 얻는 듯하다. 사람을 이해하는데 대화만한 것이 또 있으랴...
 
"정신없이 한 주가 후다닥"
 
그 와중에도 바야르팀장이 소개시켜 준 오치르씨, 그리고 그 친구와 노래방에서 보드카 마시며 신나게 놀았던 일. 지구촌나눔운동 조 소장을 만나 인사까지 한 걸보면, 누군가 붙여준 별명처럼 ‘아시아의 철녀(鐵女)’가 맞긴 맞나보다... ^.^;;


▲ 복도에 불청객처럼 놓여 있는 세탁기. 욕조 안에서 열심히 빨래를 돌리고 있는 세탁기. 어떻게 옮겼느냐고 묻지 마라... 궁하면 다 통한다... 헐     ©윤경효


금요일 밤엔 보고서 작성하느라 새벽녘에야 침대에 들었다. 오랜만에 늦잠이나 실컷 자려했는데, 아침 밝은 햇살에 눈 떠 보니 아직 9시도 안되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헐~ 내일 오후 한국에서 2명의 KOICA NGO 봉사단원이 오니, 오늘 빨래랑 집 청소도 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재미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세탁기이다. 처음 아파트 계약하려고 집을 둘러보는데, 세탁기가 복도에 놓여 있는 게다. 베란다나 욕실에 있어야 할 세탁기가 왜 복도에 나와 있을까 궁금했다. 아마도 최근에 구입해 가져다 놨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집을 다 둘러봐도 세탁기를 둘 곳이 보이지 않아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원래 옛 러시아식 아파트에는 세탁기를 둘 공간이 없어 평상시에는 복도에 두었다가 사용할 때는 욕조 안에 넣고 사용해야 한단다. 세상에나... 배수구가 욕조와 세면대밖에 없으니 그리해야 한단다... 쩝.
 
"눈을 떠 보니 9시도 안됐다"
 
▲ <사진, 위 왼쪽부터> 현관 전경. 거실에서 바라본 현관과 복도. 부엌으로 들어가는 입구. <아래 왼쪽부타> 작은방에서 바라 본 거실. 거실 창가에서 바라본 작은방. 작은 방으로 봉사단원이 사용할 방.     © 윤경효

그래, 어떻게 저 크고 무거운 세탁기를 욕조 안으로 들고 날 수 있겠느냐는 걱정스러워하는 내 눈치를 본 몽골 언니(집주인)가 세탁기를 번쩍 들어다 욕조 안에다 집어넣는 시범을 보여준다. 여자 혼자서도 거뜬하다면서. 유구무언이다. 어딜 가나 궁하면 통하는구나. 헐~

집이 온통 먼지투성이다. 커튼도 빨아야하고 창틀도 닦아야 한다. 부엌은 아파트 입주 첫날 청소를 했지만, 나머지는 대강 정리만 한 정도이다. 바닥이 카펫이라 청소기를 돌려도 왠지 찝찝한 느낌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자고로 청소는 걸레질로 마무리해야 개운한 것인데...


▲ <사진 위> 큰방 침실 전경. 내 방이다. <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화장실, 욕실, 부엌. 부엌의 개수대가 세면대 같다. 몽골에서는 전기렌지를 사용하는데, 뚝배기 찌개나 냄비 밥을 지을 수 없는 단점을 빼고는 나쁘지 않다. <사진 아래> 파란 문이 우리 집 3층 9호실 현관문. 층마다 4가정의 현관문이 있다. 밖에서 바라본 아파트 입구. 왼쪽 열린 문은 지하로 가는 길인데 지하에 공장이 있는 듯.     © 윤경효

집 안에서 느끼한(사골 우려내다 태워먹은 듯한) 냄새가 나서 나프탈렌을 집 구석구석 넣어두고 페브리즈도 한통을 다 비워냈다. 거실에는 방향제도 놨다. 그래도 화장실에서는 냄새가 잡히지 않는다. 건물 전체에서 그런 냄새가 나는데, 아무래도 건물에 베인 몽골음식 냄새인 듯하다. 처음 1주일은 역할 정도로 거부감이 들더니, 이제는 견딜 만하다.

"커피 한잔으로 여유있는 오후..." 대청소하고 나면 집이 훨씬 깔끔해질게다. 함께 살 봉사단원이 짐정리를 하고 서울에서 살림살이들이 더 들어오면 더 푸근해지겠지. 이만하면 살기 좋지 아니한가? 이제 봄기운도 완연하겠다, 하우스메이트도 생겼겠다, 다음 주말엔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을 함께 돌아다녀야지...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재밌게 사는 거야.

중간 중간 통신이 끊겨 화면이 안 나오는 텔레비전 한국방송을 보며 커피 한잔으로 여유로운 오후를 즐겨본다.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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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ne 2009/09/21 [00:30] 수정 | 삭제
  • 궁하면 통한다.......!! 오랜 여행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인가요? 공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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